2010 여름, 내 책장 뽐내기!

아주 어릴때는 책이라는건 분명 무생물이라 생각했는데 직접 책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책을 사들면서 부터는;;) 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건 강아지나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보다 증식이 빠른 생물이더군요.   

특히 같은 부모(작가)를 둔 책이나 같은 종묘사 (출판사? - -;;) 를 둔 경우 그 증식속도는 더욱 빨라서 어느덧 방안은 책에 점령당하고 저는 세들어 사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이것은 대강 소위 '책장'이라 일컬어지는, 이 통제 불가능한 생명체들이 잠식하고 있는 공간을 찍은 사진입니다. 차마 '서재' 라고 칭할 마음이 들지 않는 이유는 사진을 보시는 분들은 아실것 같습니다. 뭐랄까.. 이 공간을 본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더군요.  

'책장이 책을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책장을 지탱하고 있는 것 같다' 라고.  

가슴아프게도 정곡을 찌르는 발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총애하는 책장은 오른편에 있는 것인데 그 이유는 단 한가지, 책장치고는 매우 깊은 편이라 - 무려 36cm의 깊이를 자랑합니다!! - 책을 이중으로 '쌓을'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왼쪽 책장은 깊이가 겨우 28cm 밖에 안되서 책을 이중으로 넣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쪽에는 작은 책을 이중으로 꽂거나, 꽆은 책 앞쪽에 유리문을 이용해서 책을 밀어넣어 두지요;; 이 오른쪽 책장도 왼쪽 책장과 같이 깊고 높은 것으로 새로 사고 싶은데 요즘 나오는 책장들은 하나같이 깊이가 28cm라서... 물론 맞춤형 책장이나 레일형 책장 - 도서 대여점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는 이중 책장들;; - 을 설치하면 될 일이지만, 그런 여유돈이 있을리가 없으니 책들은 항상 저 모양으로 위태위태한 책장과 함꼐 살고 있습니다.  

 

오른쪽 책장을 찍으면 이런 느낌이지요. 미쳐 책장에 다 들어가지 못한 만화책들이 책장위에 또다른 책장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확인하실수 있습니다.  

  

책장을 옆에서 찍으면 이런 느낌입니다. 사실 저도 책들의 건강이 몸시 염려되기는 합니다. 아래부분에서 힘을 지탱하는 하드커버들은 가끔 바꿔주지 않으면 상처가 나기도 하거든요.  

  

사진을 찍으려고 이중으로 쌓여있는 책을 좀 들어내 보았습니다. 이중으로 책을 쌓는 마당에 안쪽에 있는 책이라고 마음 편이 '꽂혀'있을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안쪽 책들도 이런식으로 전부 누워 있습니다.    

 

책장이 깊어서 할 수 있는 이중쌓기. 소싯적 모으던 환타지 소설과 지금도 모으고 있는 잡지가 이중으로 쌓일 공간이 나옵니다.  

 

위쪽이라고 예외는 아니라서 앞쪽 책을 들어내면 이런식으로 누워 있습니다. 다만 아래쪽에 비해 자리가 좁아서 그나마 책등을 보이며 누워있을수 있는 호강을 누리고 있군요.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책을 장르별, 출판사별로 분류하는 건 고사하고 작가별, 시리즈별로도 한 책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분병 저 위에 있는 [삼총사]도 어딘가에 있는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함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군요.  

 

그래도 상대적으로는 상황이 나은 왼쪽 책장. 정리가 요원해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나오는 족족 사고 있는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나 이영도의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 표면을 덮고 있는 책들 '안쪽에' 말이지요;  

 

도저히 다른책들과 겹쳐 꽂을 수 없이 크다는 이유로 운좋게도 따로 정리되어 있는 책들. 주로 영화 설정집이나 박물관 그림도록등등... 나름 비싼책들도 쪼~끔 있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명확한 구역을 배정받았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흩어지면서 지금은 그 흔적만 남은 역사 섹션.  

 

그리고 저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부러워하지도 않고 방 한구석에 쌓여있는 무지막지한 양의 잡지들.  

사실 좀 제대로 하자면 옷장속에 숨겨놓은(!) 책들부터 별별 책이 다 나와야 하는데 도저히 그걸 다 끌어낼 기운이 없습니다. 책을 별로 많이 사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모으기 시작한지 10년이 넘어가니 도저히 감당할수가 없네요. 제 방을 보시는 분마다 다들 입을 모아 '제발 버려라' 라고 하시는데 제가 옷은 버려도 책은 못 버리는 위인이라;;; 하다못해 유치원때 제 돈주고 처음 산 [지경사 소녀문고]도 못 버리고 끌어안고 살거든요. 이렇게 쌓아두다 보면 에전에 읽은 책은 어디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법도 한데, 그래도 아직까지는 책 둔 곳은 기가막히게 기억나는 것을 보면 책 버리는 것은 멀고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가끔 킨들이나 아이패드로 책 읽는 분들을 보면 그 편리합과 가벼움이 부럽기도 하지만 종이로 된 책을 손에 들었을때 느껴지는 충만함, 갓 배달되어 온 새책의 빳빳함과 오래읽어 날긋날긋해진 책의 퀴퀴한 내음을 쉽게 버릴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책을 지르고, 책의 방 한구석에 세들어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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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9-1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리언니가 등장했던 예전 영화에서 나무가 사원건축물들 사이사이에서 지탱하는 그 캄보디아가 막 떠오르는데요~
참 잘 지은 페이퍼 제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