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로 산다는 것
크리스틴 폴 지음, 권영주.박지은 옮김 / 죠이선교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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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만 해도 공동체 놀이가 참 많았다. 함께 하는 것에는 늘 기쁨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건 교회 공동체에서 무언가를 함께 한 순간이었다. 이를테면 성탄 이브의 새벽송이나 문학의 밤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행사들이 많이 없어지거나 축소되었다. 요즘 사회는 누구나 잘 알다시피 개인화되었다. 교회 공동체도 예외는 아니다. 교회에서 어떤 행사를 하면 예전처럼 모두가 함께하지 않는다. 개인으로선 시간과 물질을 희생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공동체 의식은 추억 속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크리스틴 폴의 공동체로 산다는 것이란 책을 읽으면서 공동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책은 공동체에 필요한 요건들을 네 가지인 감사, 약속 이행, 진실함, 손대접으로 정리했다. 사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실제로 실천하기가 그리 쉬운 것들은 아니다.

 

이 책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공동체의 모든 일들 속에 감사가 넘친다면? 함부로 약속을 하지 않는 선에서 공동체의 공적 영역과 사소한 개인 간의 했던 이야기조차 약속을 지켜간다면? 공동체의 구성원끼리 진실함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다면? 서로 서로 섬기며 작은 것으로 대접하기를 즐겨한다면? 만약 이 네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공동체라면 정말이지 완벽한 공동체가 된다. 하지만 이 네 가지를 실행한다는 것이 어렵다. 그건 우리가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떄론 남이 가진 것이 더 커보여 질투하기도 하며 감사보다 불평이 먼저 나오기도 하며 약속을 지키기보다 어길 때가 많고 진실함으로 다가가기 보다 다른 사람은 나를 어떻게 볼까 생각하며 나를 포장하기도 하고 남에게 베풀기보다 자신에게 베풀기를 즐겨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말 부족한 인간이지만 이 책의 내용을 기억하며 조금씩 성숙해 나간다면 충분히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책은 그런 고민이 담겨 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만 해도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용은 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책을 덮은 지금은 잘 읽었고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뻔한 내용이지만 삶의 근본까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런 고민 속에 우리가 어떻게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할지 더욱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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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그 후, 어떤 코리안
류종훈 지음 / 성안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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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에서 탈북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잘 정착해서 살고 있는 줄 알았다. 사실 처음엔 귀순이라 해서 북에서 탈출하여 남한에 오면 그런대로 정착할 수 있게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기에 그렇다. 물론 한국 사회가 성숙한 곳이 아니어서 나름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어려움이란 건 결국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어느 사회나 어느 정도 차별은 있다. 이 차별의 출발은 바로 다름이다. 다르다는 것이 틀린 건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은 다름을 틀린 것으로 간주한다.

 

탈북 그 후 어떤 코리안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가 정말이지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하면 한국에 왔다가 난민을 신청하여 유럽이나 미국으로 갈까? 오히려 차별이 덜하는 사회가 그들에게 더 좋은 선택일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해 보았다. 먹고 살 길을 찾아 목숨 걸고 탈출한 사람들이 갈 곳 없어 떠도는 것을 볼 때 결국 세계를 움직이는 힘의 최고점은 자본이 아닐까 생각했다.

 

북한에서도 웬만한 사람이면 남한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느지 알고 있다. 물론 남한에서도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도 북한보다야 좋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극심한 나라에서 과연 북한이라고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학교에서도 왕따 문제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등장하는 사회에서 음지의 차별성은 오죽할까.

 

책은 주로 탈북 난민들이 외국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왜 유럽이나 미국 혹은 캐나다를 선택해서 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인터뷰와 이야기를 한다. 주목할 만한 건 독일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는 것인데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다.

 

"요즘 만약 누군가가 '서독인이 진정한 독일인다'라고 말한다면 동독 출신들은 그 즉시 등을 돌려버릴 것입니다. 마음의 문을 닫고 상대조차 하기 싫다는 겁니다. 논쟁도 꺼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통일로 인한 문제가 해결된 듯 보이는 지금 독일의 현실입니다."(p.218)

 

우리도 언젠가는 통일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독일처럼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국가도 동독과 서독이란 보이지 않는 방벽이 여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나와 다름을 얼마나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한국 사회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다름은 진정 틀린 것일까? 아니면 각자 나름의 장점을 가진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 나갈 수 있는 개체일까? 이 책을 통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한스 모드로프와의 인터뷰가 책에 실렸는데 이 글이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져야만 남과 북의 통일이 모두의 미래를 건설적이고 긍정적으로 바꾸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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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 2 -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한국어 글쓰기 강좌 2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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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 두 번째가 출판되었다. 1권에서 "글은 왜 쓰는가"가 중심 화두였다면 2권은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이다. 고종석은 이 질문을 청중들에게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실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인지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다. 난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기억에 남는 것.

 

저자는 김현의 글을 예로 들어 좋은 글을 설명했지만 철학적이라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내가 만약 강연자라면 이태준의 글을 예로 들어 설명했을 것이다. 물론 이태준도 한자어가 많아 요즘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전체적인 형식은 1권의 내용과 같다. 글을 쓰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겠지만 과연 어떤 것을 빼고 넣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아마 이 서평도 저자가 보기엔 너무 많은 군더더기를 가진 글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저자는 자신이 쓴 글을 예로 들어가면서 문장 속에서 다듬어야 할 내용들을 설명한다. 이를테면 "동어 반복을 피하라' '~이라는, ~가운데 같은 것은 제외하라" 등 구체적 예시를 통해 설명하니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왜래어 표기법에 관한 내용이 흥미가 있었다. 사실 외래어가 통일되지 않으면 동일한 인물을 이야기해도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노신과 루쉰, 베드로와 피터 등 이런 예는 정말 많다. 심지어 나라나 도시 같은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가끔은 에스파냐와 스페인이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동일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물론 통일시킨다는 것이 정말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는 표준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자는 글쓰기의 최종적 단계로 은유와 환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마무리를 한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건 수사학에 대한 조금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기대했지만 아무래도 강연의 특성상 그러지 않았던 것 같다.

 

2권을 읽으니 저자는 시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 속에는 일반적 언어와는 다른 비유의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그에 따른 좋은 시인과 시집은 서정주의 화사집 하나만 소개한 것은 안타까웠다. 조금 더 소개를 해 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었다. 특히 50년대 이후에 시인 중에서 말이다. 문장이란 책을 읽었으니 이제 직접 문장을 만들어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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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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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음탕한 여자란 이미지다. 어우동이란 이름을 처음 들었던 건 어렸을 때 19세 금지 영화 속 에서다. 그러다 역사 시간에 잠시 언급되기도 했지만 그때도 그저 나쁜 여자일 뿐이었다. '왜?'란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이미 어우동은 자신이 좋아서 남자들을 홀렸던 사람이자 귀신이자 요물이었다.

 

김별아의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란 소설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건 과연 어우동을 어떻게 그려갈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어떤 이미지를 그에게 부여할 것이고 새로운 인물로 창조해 나갈까. 역사적 사실을 몰라서 그런지 어우동이 시에 아주 조예가 깊다는 걸 몰랐다. 작가는 어우동이 비록 남성들을 홀린 건 일정 부분 인정하지만 어우동은 어느 한 사내의 사랑만 가지고는 사랑할 수 없었던 사랑의 자유인으로 그린다.

 

여기서 한 가지 살펴볼 것은 바로 개인의 잘못은 과연 개인으로 끝나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영향 때문인가? 사실 어우동도 만약 화목한 집안에서 자라 충분히 사랑을 받았다면 어떠했을까? 물론 모든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확대시킬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해 볼 문제라고 여겨진다.

 

소설 속에서 어우동은 마치 자유인 같았다. 오히려 자신의 자유를 찾아 떠난 시대의 선각자 같은 느낌이었다. 다만 너무 시대를 앞서가다보니 오히려 시대를 거스른 것이며 이 죄로 그는 죽임을 당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소설을 읽고서야 어우동이 단순한 기생이 아니며 오히려 집안 배경도 좋은 사람임을 알았다. 소설 속에서 등장한 시만 살펴보아도 그는 명백한 시인이다.

 

어떤 사람들은 어우동을 서의 해방론자라고 이야기하지만 작가 자신도 이야기한 것처럼 "내가 만난 그녀는 상처받은 아이였다. 사랑받은 적이 없기에 사랑할 줄 모르는 한없이 외로운 아이였다."(p.345) 어쩌면 상처 받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결국 사랑의 자유인이란 건 사랑할 줄 모르기 때문에 자유로운 사랑이 가능했던 그래서 조선 사회의 틀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비껴나 이것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날개를 펼쳐 나갔던 비운의 여인이 아닐까.

 

오랜만에 좋은 역사 소설을 읽었다. 좋은 역사 소설이란 바로 이렇게 우리가 아는 인물의 다른 면모라든지 역사 속에서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 인물을 작가가 새롭게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도 자유롭게 자신의 사고를 펼치기엔 아직도 사회의 벽은 높기만 하다. 이 시대에도 어우동 같은 자유인을 보듬어 갈 수 있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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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옥편 - 늘 곁에 두고 꺼내 보는 손안의 경영비책
김성곤 지음 / 김영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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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참 좋은 리더를 기다린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사람들이 열광했던 건 그런 리더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좋은 리더 혹은 스승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김성곤의 리더의 옥편이란 책을 읽으며 과거의 리더들에게서 삶의 지혜들을 배운다. 사실 일부는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머리로만 알고 있어봐야 소용없다. 바로 실천해야 그것이 내게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이다. 중국의 고전들 가운데 네 글자로 이루어진 고사성어를 가지고 그에 따른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 책의 내용이다. 책 내용 자체는 더 없이 좋은 것들만 뽑아서인지 훌륭했다. 그러나 자기 성찰 부분이 약한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치 좋은 음식 재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극히 평범한 맛을 내는 요리라고 할까?

 

가령 고전의 일화를 소개한 뒤에 "밝은 눈으로 인재를 바로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잘 황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리더가 되길 바란다"고 글을 마친다. 누가 이런 리더가 되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으며 인재를 알아보고 활용하는 것이 좋은 리더란 걸 누가 모르겠는가? 다만 알면서도 행하는 건 쉽지 않다. 물론 오랜 시간 내려온 사람들의 이야기니 당연히 뛰어난 사람들이겠지만 여전히 우리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이런 뛰어남으로 공동체를, 회사를, 나라를 이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추측하건대 경영서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냥 단순히 일화 소개하고 그 일화대로 한다면 좋은 리더가 될 것이다 하는 식으로 끝맺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는 경영을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아무 양념없이 호주산 최고급 스테이크만을 구워 내어 요리한들 밋밋한 고기 맛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스테이크는 양념과 야채와 어울려 즉 고기의 은밀한 맛을 이끌어 내야 정말 최고의 스테이크가 탄생하는 것이다.

 

위에 지적한 대로 아쉬운 점은 있지만 고전을 읽어보고 싶어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어찌되었든 고전에서 좋은 글만 가려 뽑아 사자성어와 함께 일화를 소개하니 이것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 다양한 지혜들을 배울 수 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옛 사람들의 지혜를 읽기엔 더 없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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