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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ㅣ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어우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음탕한 여자란 이미지다. 어우동이란 이름을 처음 들었던 건 어렸을 때 19세 금지 영화 속 에서다.
그러다 역사 시간에 잠시 언급되기도 했지만 그때도 그저 나쁜 여자일 뿐이었다. '왜?'란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이미 어우동은 자신이 좋아서
남자들을 홀렸던 사람이자 귀신이자 요물이었다.
김별아의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란 소설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건 과연 어우동을 어떻게 그려갈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어떤 이미지를 그에게 부여할 것이고 새로운 인물로 창조해 나갈까. 역사적 사실을 몰라서 그런지 어우동이 시에 아주 조예가
깊다는 걸 몰랐다. 작가는 어우동이 비록 남성들을 홀린 건 일정 부분 인정하지만 어우동은 어느 한 사내의 사랑만 가지고는 사랑할 수 없었던
사랑의 자유인으로 그린다.
여기서 한 가지 살펴볼 것은 바로 개인의 잘못은 과연 개인으로 끝나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영향 때문인가? 사실 어우동도 만약 화목한
집안에서 자라 충분히 사랑을 받았다면 어떠했을까? 물론 모든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확대시킬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해 볼
문제라고 여겨진다.
소설 속에서 어우동은 마치 자유인 같았다. 오히려 자신의 자유를 찾아 떠난 시대의 선각자 같은 느낌이었다. 다만 너무 시대를 앞서가다보니
오히려 시대를 거스른 것이며 이 죄로 그는 죽임을 당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소설을 읽고서야 어우동이 단순한 기생이 아니며 오히려
집안 배경도 좋은 사람임을 알았다. 소설 속에서 등장한 시만 살펴보아도 그는 명백한 시인이다.
어떤 사람들은 어우동을 서의 해방론자라고 이야기하지만 작가 자신도 이야기한 것처럼 "내가 만난 그녀는 상처받은 아이였다. 사랑받은 적이
없기에 사랑할 줄 모르는 한없이 외로운 아이였다."(p.345) 어쩌면 상처 받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결국 사랑의 자유인이란 건 사랑할 줄
모르기 때문에 자유로운 사랑이 가능했던 그래서 조선 사회의 틀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비껴나 이것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날개를 펼쳐
나갔던 비운의 여인이 아닐까.
오랜만에 좋은 역사 소설을 읽었다. 좋은 역사 소설이란 바로 이렇게 우리가 아는 인물의 다른 면모라든지 역사 속에서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
인물을 작가가 새롭게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도 자유롭게 자신의 사고를 펼치기엔 아직도 사회의 벽은 높기만 하다.
이 시대에도 어우동 같은 자유인을 보듬어 갈 수 있었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