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옳다는 착각 - 내 편 편향이 초래하는 파국의 심리학
크리스토퍼 J. 퍼거슨 지음, 김희봉 옮김 / 선순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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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 EBS 다큐프라임 실험에서 복권을 일부러 떨어뜨리고 어느 행인이 주우면 연기자가 다가와 그 복권을 두 배로 줄테니 팔라는 이야기에 대부분은 팔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알고 보니 거리에 뿌린 복권 중 담첨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만 옳다는 착각을 읽으며 갑자기 복권 생각이 났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 나만 옳다는 착각에 빠져 사는지도 모른다. 실제론 내가 옳지 않을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첫 이야기부터 흥미를 끌었다. 2009년에 있었던 실제 사고 내용인 에어프랑스 447편이었다. 항공기 조종사는 비행에 있어 베테랑이다. 물론 그 비행이란 것이 여객을 운행하는 그런 비행만 한 것은 아니다. 수없이 많은 시간동안 실제와 똑같은 가상 훈련과 여러 가지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움은 물론이거니와 실제 비행 시간도 많다. 물론 기장 정도면 여객 운행도 베테랑이다. 

 

그런데 저자는 부기장의 실수가 많은 사람을 희생케 했는데 이것을 인내 오류라는 것을 통해 설명한다. 과연 이것 가지고 모든 것이 설명이 가능할까 싶다. 우린 핵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핵이 생각보다는 안전함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에 과연 그럴까 싶다. 물론 과도한 공포를 가져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경각심 없이 핵을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저자 또한 자신이 옳다는 착각에 빠져 얄팍한 심리를 이용해 자신의 논리를 대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 단체의 논리도 나름 일리가 있는 것인데도 저자는 마치 이것 또한 자신이 옳다는 착각에서 오는 무지함의 소치라고 결론 내린것 같았다. 저자가 어디에도 속하는 것 없이 중립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겠지만 저자 또한 중립적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또 다른 논리를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 여기엔 충분히 반대 의견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연약함을 돌아보는 이번 여행이 즐거웁기를 바라며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소망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이 아쉬울 뿐인 책이었다. 첫 이야기는 눈길을 끌었지만 그것을 정말 합리적인 판단으로 이끌 수 있는 심리적 논증은 약해 보인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었을까. 책 읽는 것이 불편하고 힘들었을 뿐이다.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실제 저자가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더구나 좌파 우파 하는 것 보다 차라리 진보적인 보수적인 하는 것이 더 어감이 좋았을 거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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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를 놓는 소년 바다로 간 달팽이 24
박세영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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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거리를 지날 때도 저 길을 한 번 가볼까 하는 순간이 있다. 책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누군가의 추천과 좋아하는 작가가 있기에 이런 책들을 선호하지만 가끔 한 번씩은 그냥 직감적 끌림으로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박세영의 수를 놓는 소년은 직감적 끌림이 있었다. 그것은 우선 독특한 소재 때문이었다. 소년이 수를 놓는다? 소녀라면 별로 끌리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생각할 수 있기에. 근데 당연하지 않은 그래서 예상을 깬 이 지점이 좋았다. 하지만 병자호란에 수를 놓는 소년이라니 이건 너무 나갔다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일단은 그래도 읽어보고는 싶었다. 소설은 그저 소설로 읽어야지 역사로 읽으면 안 되니까. 

 

이야기는 병자호란이 배경이다. 주인공 윤승은 노예로 청나라 심양에 왔다. 호의를 베풀고자 한 행동 때문에 곤란을 겪었다가 자신이 가진 재능 때문에 일단 위기에서 벗어난다. 그런데 오히려 더 큰 곤경에 빠지게 되고 만다. 하지만 끝내 꿈을 향해 나아간다. 뭐 이것이 대략 줄거리다. 

 

재능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 재능이 때론 사람을 힘들게도 한다. 그래서 꿈이 필요하다. 주인공 윤승은 사부를 만나면서 차츰 삶에 대한 눈이 조금씩 떠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성장 소설이라고 할 만하다. 

 

역사적으로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이야기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너무 단언했나? 우리가 어린 시절에도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처럼 행동하지 못하게 했다. 더구나 조선시대라면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거기다 병자호란이란 전쟁 중에 자수를 할 수 있다고? 이렇다 해도 역사적 사실에 가설을 더한 이야기에 상상력까지 양념을 하여 좋은 요리를 만들었으니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재주를 갈고 닦는 것이 오롯이 나의 책임인 것처럼 이 재주를 어떻게 사용할지도 내가 결정할 일이라는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윗 부분에 많이 공감했다.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꿈이 있어야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어떻게 사용할지 정해야 한다.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다. 어느 대학에 가고 무엇을 전공하여 어느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꿈이 아니다. 뭐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뭐가 되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중요하다. 작가는 이 부분을 그래도 사부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머지는 받아들이는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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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생 꽃밭 - 소설가 최인호 10주기 추모 에디션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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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하면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그 중 하나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신춘문예에 입선으로 등단하였다는 것인데 쟁쟁한 실력가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것이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또 하나는 그의 소설 중 많은 작품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인호의 소설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작품 수에 비한다면 소장하고 있는 책이 몇 권 되지 않으니까. 독자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스타일인 것 같다. 

 

최인호의 인생 꽃밭을 읽었다. 그의 사망 10주기에 맞추어 새롭게 나온 책이다. 책 표지에 있는 그의 사진에는 인자함이 묻어 나지만 실제 그의 삶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책에서 스스로 그렇게 밝혔으니 말이다. 

 

에세이는 작가의 은밀한 고백이다.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장면과 자신과는 다른 좋은 성품을 가진 아내의 이야기 그리고 인생의 소소한 일상에 관한 글을 덤덤히 적어 내려간다. 어찌 보면 소박한 모습인데 솔직히 최인호는 작가 중에서는 소위 성공했다는 작가가 아니던가 분명 책의 인세나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들의 그 비용만 해도 수입이 어마어마 했을 텐데 아마 누릴 건 다 누리고 나니 소박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글은 무척이나 소박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이 창조한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그간 살아왔던 삶의 고백들을 마무리 한다. 

 

다만 소설가 최정희에 대한 개인적 소회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이름 자체가 언급되었다는 점이 실망이었다. 어차피 그의 남편 김동환 역시 친일 작가이고 최정희 역시 친일 작가이기에 그렇다. 개인적으로 친일 작가를 싫어해서 그를 옹호하거나 그러면 다 싫어서 그런지 몰라도 잘 읽다가 중간에 덮어버리고 싶은 욕망을 자제하느라 혼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인생이란 무엇일까 한 번쯤 고민해 본다. 정답이란 없다. 인생은 어떻게 살든 그만한 값어치가 있기에 그렇다. 인생 꽃밭이란 말도 결국은 인생이 아름답다고 느끼기에 그런 제목을 붙인 것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다. 작가는 세상에 없지만 여전히 그의 흔적은 남아 있다. 흔적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생 그 자체가 이미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꽃밭을 충분히 가꿀 준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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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열림원 세계문학 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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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년은 소녀를 수줍게 사랑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소녀가 죽지 않고 살았다면 그래서 먼 훗날 다시 만났다면 소년은 그래도 소녀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을까? 사실 사랑이란 감정은 변하기 마련이다. 물론 변하지 않는 사랑도 분명히 존재한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며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랑이 참 귀한 것은 시간의 변화, 세월의 흐름은 그 감정을 분명 변하게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다. 스콧 피츠제럴드란 작가도 처음 만났고 개치비도 처음 만났다. 개츠비 앞에 "위대한'이란 수식어가 왜 붙었을까 하는 궁금함이 있었지만 책을 읽고 나선 그 호기심이 해결 되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사랑 소설이다. 물론 당대의 미국 역사를 조금 더 알면 소설을 이해하는 데에 더 유익하겠지만 굳이 몰라도 된다. 사랑 소설로 읽는다면 배경 지식 따위야 그냥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고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음미하면 된다. 개츠비가 데이지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환경에 처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와 흡사한 것 같지만 결국 이 둘의 관계는 금방 끝나고 만다. 

 

그런데 위대한 개츠비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집착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데이지에 대한 마음은 한결같다. 다만 그 상황이 그 시대가 그 환경이 그 둘을 아니 데이지의 마음을 돌이킨 것인지도 몰랐다. 

 

소설을 읽으면서 시대 배경을 알면 더 흥미로운 것들이 보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다음에 또 기회가 닿아 위대한 개츠비를 읽는다면 이땐 미국의 20세기 초의 역사들을 먼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동부와 서부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그 당시의 신분 계급은 어떠한지, 문화와 경제 수준은 어떠했는지 이런 것들을 알고 나서 소설을 읽는다면 조금은 더 남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다. 

 

소설의 등장 인물들도 자신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았다. 독자들도 개츠비를 보는 시선이 다를 것이다. 그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개츠비는 자기 방식대로 한 사람을 사랑했고 인생을 사랑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우리도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을 삶을 인생을 사랑하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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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열림원 세계문학 1
헤르만 헤세 지음, 김연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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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성장의 시간이 있다. 그 성장의 시간에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책을 통해 다양한 성장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지만 이 모든 건 간접 경험이다. 그리고 책 속의 인물들은 너무나 멀리 있는 존재다. 하지만 간접 경험만으로도 사고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 

 

데미안이란 소설은 너무 유명하다. 어쩌면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가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데미안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숙명적인 만남을 통한 자아 성찰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은 만남이다. 데미안이란 소설은 데미안과의 만남을 통해 한 인물이 성장해 나가는 성장 소설로 표현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성장이란 뭘까? 생각이 깊어지는 일? 아니면 다양한 상황을 바라보며 그 상황에 대처하는 힘? 유연한 사고? 어쩌면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이 성장일지도 모른다. 

 

데미안은 어쩌면 헤르만 헤세가 만든 이상향의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난 그저 부모님의 교육에 따라 평범하게 지내던 사람이었는데 데미안을 만나고 뭔가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그 일이라 함은 생각이다. 내가 옳다고 여겼던 그 생각들이 데미안에 의해 처절하게 밟혀지는 경험이 아프고 쓰라림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뭔가 모르게 묘한 여운으로 남는다. 그러면서 나의 생각은 점차적으로 변하게 된다. 

 

소설 속의 나는 싱클레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데미안을 읽으면서 난 싱클레어가 되고 싶었다. 아니 데미안을 만나고 싶었다. 내가 찾고 싶은 이상향의 인물을 현실 속에서 과연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소설이 주는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런 이상향의 인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소설 속 주인공인 싱클레어는 자신을 이끌어 주고 있는 데미안을 만났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를 이끌어줄 누군가과의 만남을. 그러나 현실에선 쉽지 않으나 그렇다고 아예 없는 일도 아니다. 다만 싱클레어도 데미안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던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로 나 자신을 준비시켜야 한다. 기존의 나를 파괴하고 새로운 나로서의 준비를 말이다. 책을 통해 다양한 삶을 만나길 바란다. 그래야 나도 데미안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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