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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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내가 고려하지 못했고 여전히 상상하는 것도 어려우며 심지어 그에 관해 말하는 것도 너무 어려워 보이는 ‘만약....…만은 다음과 같다. 만약 우리가 만족과 성공의 내적인 척도들 - 기뻐하고 보살필 역량, 웃을 능력,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감각, 사회정의에 대한 믿음에도 외적인 척도들만큼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문화에서 살기만 했더라면, 만약 우리가야망을 어머니 역할 및 가족의 삶과 양립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문화에서, 조화롭고 온전한 여성의 모델, 즉 강하고 관능적이고 야심 있으며 자신의 다양한 욕구와 요구를 잘 파악하고 그 모든 욕구와 요구를 탐색할 수 있는 자유와 자원을 갖춘 여성의 모델을 제시해주는 문화에서 살기만 했더라면, 만약 여자들이 좌절감과 피로감 속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일이더 적었더라면, 서로 상충하는 욕구들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는 일이 더 적었더라면, 동시에 공 아홉 개를 공중에 띄우고던지고 받고 해야 한다는 강박을 덜 느꼈더라면, 그리고 그 공들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그토록 쉽게 자신을 비난하는 성향이 덜했더라면. 만약 우리가 실제로는 상당히 크지만 개탄스러울 정도로 잘 사용하지 않는 우리 자신의 힘을 행사하기만 했더라면. 만약 우리가 우리 자신의 관점과 용어로 욕망을 정의하기만 했더라면. - P297

고통은 고립 속에서 창궐하고 은밀함 속에서 번성한다. 단어들은 고통의 숙적이며, 괴로움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그 괴로움을 진정시키는 첫걸음이고, 여자가 힘겹게 발을 옮기며헤쳐나가는 진흙 수렁 - 자기혐오와 죄책감의 몸부림, 공허함과 욕구의 메아리 - 에 관해 말하는 것은 그 수렁을 빠져나가기 위한 선결 조건이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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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것이 가능하단 생각이 들자, 왠지 절실히도 나 자신이 되고 싶었다. 그건 이상하게 눈물 나는 감각이었다. 나는 허접하고 추하고 멍청하고 사랑스럽지 않은데 왜 하필 나 자신을 원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남이 되길 원했다면 소설을 시도했을 거다. 하지만 나 자신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에세이를 쓰고 있다. 돌이켜 보면, 나는 나를 원했다기보다 나 자신을 구하길 원한 것 같았다.

누구도 무결한 삶을 살 수 없다. 아무것도 실수하지 않으려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말아야 하는데, 죽을 때가 되면 ‘아무것도 안 했다’는 사실조차 큰 실수로 여겨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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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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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은 내 ADHD가 유전일 확률이 크다고 했다. 그건 ‘잘못되기로 약속된 아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선천적’ 질병이라는 건 인생의 시작부터 오류가 났기 때문에 끝까지 불행하리란 예감마저 주었다.

겁이 많아 성공하지 못했지만, 어떤 밤의 어떤 마음이 자해로 이어지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마음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몸의 아픔을 통제하는 방법으로만 삶에 속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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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관심과 보살핌에 대한 욕망, 즉 관심을 받고 싶고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추하고 저급하고 이해할 수 없는 욕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걸린 병에, 목소리에 혹은 다른 어떤 것에 그 책임을 전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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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긍정자원으로 바뀌려면 운동하는 때의 몸의 감각에 집중해야 합니다.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이 들어오게 해서는 안 돼요. 식이장애이신 분들은 특히나 몸과 관련된 생각을 하면서 운동을 합니다. 어떤 몸이 되기 위해서라는, 굉장히 머나먼 미래의 목표를 지금 당장의 운동과 연결하니 힘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다이어트가 지속되면 점차 몸의 신호, 감정, 생각, 욕구가 억눌려 나중에는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 채로 다이어트에 맹목적으로 매달리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규칙을 지켜서 식사를 잘 제한하면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그러지 못하고 폭식을 했다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자기비난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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