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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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にたがりな少女の自殺を邪魔して、遊びにつれていく話 (원제 : 죽고 싶어 하는 소녀의 자살을 방해하고 놀러 다니는 이야기) 원제와 너무 다르게 바뀐 책 제목! 그런데 원제가 너무 직접적이고 재미없게 지어져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바뀐 제목이 마음에 든다!

 

학교에서는 따돌림과 폭력으로, 집에서는 재혼한 의붓아버지와 언니들, 엄마의 미움으로 자살하고 싶어하는 이치노세 쓰키미. 중학교 3학년의 여자 아이다. 그리고 소녀를 매번 자살에서 구해주는 아이바 준. 사신에게 자신의 수명을 내어주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우로보로스'가 그려진 은시계를 받는다. 

자신조차도 행복하지 못한 과거를 갖고 자살을 결심했지만, 아이바는 이치노세만큼은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 그렇게 스무번의 자살을 되돌려 이어진 인연의 끈.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서로는 의지하는 존재가 되는데,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는 아이바... 그리고 아이바로 인해 자살 생각이 옅어진 이치노세.

 

사춘기에 자살생각을 한번쯤 해보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학교-집-학교의 반복되는 하루들. 빛나는 청춘들에게 너무 강압적이고 자유를 박탈하는 학교라는 공간. 일탈하는 친구들도 적지 않았고. 실제 하고 싶은대로 반항하는 친구들을 보며 멋지다와 왜저럴까의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들은 교칙을 정해놓고 어기는 학생들이 있으면 가차없이 체벌을 가하고 혼을 냈는데. 요즘은 체벌도 신고당한다고 하니. 좋아해야 할지.

 

마냥 호기심과 자유를 원하는 고삐풀린 망아지같이 뛰어놓고 싶은 시절.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다. 우린 폭력을 싫어하지만, 체벌은 가해졌고. 똑같은 집단의 일원으로 키워졌다. 

사회에서도 그런 튀는 사원은 개성이 뚜렷하다가 아닌. 별난놈으로 치부되지 않는가. 

획일화된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고립된 아이들과 어른들.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 회사원들은 모두 깔끔하고 단정한 머리에 주름 하나 없이 반듯한 네이비 정장을 매끈하게 차려입었다. 그들의 등에서는 사회인 특유의 기품이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들처럼 살 수 있을까?" 학창 시절부터 수없이 생각했고, 의아했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해본들 언제나 똑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 인생을 살 가능성은 애초부터 눈곱만큼도 없었어.'  인생의 레일에서 탈선해 있다고 생각한 아이바.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폭력의 삶에 지쳐버린 이치노세. 

 

이 책은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존재로 나아가면서 사랑을 이야기한다.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된다'  그러나 살아있는 것 자체가 힘이 든 사람에게 그 말은 지옥같이 느껴질 것 같다. 차라리 죽음으로서 모든 것을 끝내고 평안을 얻을 수 있다면. 

 

사신과 거래를 하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인간은 마지막에 후회한다고 충고한다. 끝이 보이는 삶에 더 열정을 쏟고 의욕을 비춘다고. 적극적으로 바뀌는 되돌린 시간속에서 '조금만 달라져도 살아갈 수 있었겠구나'하고 마지막에 후회한다는 것. 

 

사신과의 거래는 아이바와 이치노세에게 다시 새로운 삶을 사는 기회의 끈을 준 것일까.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이다.

 

 

 

*이 책은 서포터즈 활동으로 지원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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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무게 -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최인호 지음 / 마인드큐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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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어렵게만 생각하던 이들에게 여기 ‘문장의 무게’가 왔다! 나또한 그렇다고 생각했던 한 사람이었다.
이 책은 27편의 고전문학을 알기 쉽게 풀어쓴 인문에세이다. 고전 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대입해보고, 그 속에서 먼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는 삶이다. 최인호 작가로서, 국어강사로서 핵심만 딱 집어낸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책 자체에 여백이 많아 사유할 시간을 주고, 컬러풀한 글자색과 디자인은 지루하지 않게 편집되었다. 동양과 서양, 우리나라까지 다양한 책들에서 문장을 가져왔다.

 

이 중 내 눈에 들어온 고전이 있었으니,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탈로 칼비노)"였다.

"이야기를 지배하는 것은 목소리가 아닙니다. 귀입니다."

"그것이 도시의 본래 모습이네, 혼돈만큼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은 없네."

젊은 시계공과 스승인 늙은 시계공의 이야기였다. 시계가 고장나고, 젊은 시계공이 고침과 동시에 도시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거나 뒤로 지나가는 등,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혼란스럽고 혼돈의 공간으로 전락한 도시에서 노인은 시간은 시계 바늘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지배한다고 말한다. "마음이 만든 시간은 톱니바퀴가 필요 없네. 마음이 시간의 속도와 방향을 언제든 바꿀 수 있기 때문이지." 사람들이 원하는 각자의 시계는 자신의 마음이 언제든 만들 수 있다는 깨달음. 그것이다. 오늘날에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생각을 던져주는 내용이었다. 

27편이 있으니 자신의 마음에 들어오는 한 문장도 제각각일 것 같다.

 

 


*이 책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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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동양 철학 페이퍼로드 하룻밤에 읽는 철학
양승권 지음 / 페이퍼로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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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을 생각하면 중국이 떠오르지만, 우리나라와 인도, 일본에 대한 철학도 살펴볼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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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서양 철학 페이퍼로드 하룻밤에 읽는 철학
양승권 지음 / 페이퍼로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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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고대 소크라테스부터 현대의 철학자까지 모든 서양의 철학을 담은 한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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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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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시리즈의 3번째 소설. 이전 작품들이 시간에 대한 내용이라고 언급되었는데 이번 소설도 그렇다.

 

천 년 묵은 여우 만호와 죽은 뒤의 새로운 삶을 거래한 채우. 심판을 받아 다른 삶으로 살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찾고 싶은 과거의 설. 그녀에게 못다한 말을 전하기 위해 100일의 시간을 받았지만, 다른 세상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그녀를 알아 볼 수 있을까? 

 

수상한 낡은 2층 집에 약속 식당을 연다.  '게 알레르기'만 있다는 단서를 가지고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수다스러운 황 부장이라는 여자와 초등학생 동찬이. 그리고 얽히게 된 동찬이 누나 주미와 친구 동미. 조용하던 약속 식당에 꾸준히 손님이 찾아오고, 예쁘다 미용실의 왕 원장까지 합세한다. 

 

식당 메뉴인 비밀병기, 살살말랑, 파감로맨스. 채우가 살게 된 인생은 40대의 여자 모습이었지만 미완성인 파감로맨스를 완성시키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파맛만 나는 파감로맨스다. 설이를 찾으면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설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자신이 남자의 모습이 아닌 것처럼 설이 또한 다른 모습일꺼라 생각하고 주변인물을 탐색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비밀병기는 설이와 만든 작품이었다. 요리 못하는 설이지만 레시피만큼은 기가 막히고 맛을 알았던 그녀. 채우는 그녀의 요리사였다.  사람들이 맛있다는 그 요리 한 번 먹어보고 싶고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낡은 2층집의 비밀. 오싹하고 스릴감이 느껴졌다. 

 

끝에서야 풀리는 비밀과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한 시간의 중요성. 이 책을 쓴 작가의 후기가 기억에 남는다.  어떤 모습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방향에 대해서.

 

지금 현재에 약속하는 그 시간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는 것. 다음 생이 있을지 없을지, 시간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는다. 새 삶을 살 기회를 얻을 순간이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저 슬퍼할 일은 아니라고. 다시 산다 해도 못지킨 약속을 지키려 전전긍긍하지말고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게 더 의미있는 일일거라고. 

 

그냥 스쳐지나가듯 한 말의 의미와 약속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약속 식당이었다. 다른 1,2편도 궁금하다!

 


 

*이 책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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