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밤 (4쇄) The Collection 3
바주 샴 외 지음 / 보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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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아니라 그림이 주가 된 동화책을 여럿 보았고 또 그림이 주는 기쁨과 감동은 활자가 주는 것보다 때론 훨씬 깊고 넓어서 절대 버릴 수가 없다. 케롤라인 제인 처치가 그린 '사랑해 사랑해' 가 그랬고 이호백작가의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와 '문학동네어린이에서 나온 유준재작가의 '마이볼'이 그렇다. 책의 내용도 진솔하며 감동적이었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마음을 온통 사로잡는 그림에 담긴 메시지가 깊고 넓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현란하고 많은 기법을 사용해서 그린 것이 아니라 그림에 작가의 에너지와 삶의 흔적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그 한 장 한 장을 보면서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에 대해, 그리고 자연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을 자연히 던지게 되었기에 특별한 것이다.

 

이 나무들의 밤의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어른들과 어린 아이들 모두에게 상상력과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책으로 처음 만나보는 인도의 곤드족의 마을로 들어가는 기쁨이 상당하다. 마치 현실의 문을 지나 판타지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전혀 접해 보지 못했기에 전통과 역사라고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이런 문화가 있다니라며 마구 달려보고 싶고 날아올라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인도의 곤드미술에 대해 처음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알게 된 것이지만 공예에 가까울 정도로 섬세하면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니 참 신비한 화법이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이게 정말 평면이 맞나 의심이 되어 자꾸만 손으로 만져보게 되었다. 그만큼 신선하고 아름다우면서 그리고 신비로웠다. 하나 하나의 나무가 바로 작품 그 자체였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그 한 장의 그림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재능, 그리고 간절함이 담겨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고려시대 몽고군을 신앙으로 물리치고자 목판을 깎아 대장경을 만든 우리 역사가 이런 마음을 담은 것이라는 것을 머리로서가 아니라 가슴으로 깨닫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나무의 치유능력뿐만 아니라 나무를 신성시 여기는 모습이 한국의 정서와 맞 닿아 있어서 이질적이지 않았다. 큰 나무만 보면 둘레에 알록달록한 색깔의 천을 이어 줄을 만들고  그 아름드리 나무에 엎드려 절을 올리고 소원을 빌었던 오랜 문화를 나도 모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거목을 신성시여기며 초월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여기는 곤드족의 문화를 그냥 비판없이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같은 동양문화라 연결고리가 있는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서양의 많은 나라에서 이미 출판된 이 책에 대한 그 곳의 독자들의 반응과 이해에 대해 괜시리 궁금해졌다. 정말 그들이 볼 때에는 목재로 쓰거나 수목원을 조성하면 안성맞춤인 큰 나무를 곤드족이 성스럽게 여긴다는 것에 대해 과연 순순히 공감할 수 있을까 싶어서이다.

 

밤에 본 나무의 모습에 대해  깊고 특별한 인상을 갖게 되었다. 밤의 나무는 왠지 으스스하거나 귀신이라도 나올 듯 음습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그림 속 나무는 밝고 화려하다못해 스스로 빛을 내뿜는 태양과도 같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그런 관점을 갖을 수가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고 동시에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 되었다. 같은 것을 보고 비슷비슷한 사고를 하도록 교육받은터라 이렇게 색다른 시각을 갖을 수 있다라는 점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귀하고 신선했기 때문이다.

 

그 곁에 쉬어가는 새들의 모습이 나무와 비교했을 때 너무 커서 이런 것이 인도의 관점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새들이나 곤충들, 동물의 머리가 나무 곳곳에 들어 있는 것이 특이했다. 그 곳의 풍습이라고 가벼이 지나칠 수가 없을 정도의 뛰어난 예술성, 예술혼이 느껴졌다. 생명이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보았다. 덩치가 작은 포유류나 조류, 그리고 언제 성장하는지를 눈치조차 챌 수 없을 정도로 한 번 심겨지면 죽는 날까지 그 곳에 서서 평생을 보내게 되는 나무에 이르기까지말이다.무엇보다 이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내가 느낀 것을 너도 알아야지라는 무언의

강제성이 없이 그냥 그림을 보여주며 마음 편히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문화적 수준이 좋았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말미잘과 같이 촉수가 있는 것처럼 표현한 점도 예사롭지 않았다. 이렇게 멋지고 이국적인 인도의 미술에 대해 이 책 한 권을 보며 첫 만남을 가질 수 있었는데 뉴스를 통해 전해 듣는 부정적인 사회 이미지와는 극과 극이라 어쩔 줄을 모르겠다. 앞으로는 한 국가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바로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보다 더 오래도록 그 땅에 뿌리를 박고서 그 곳을 지키고 있는 나무와 식물들,동물과 새들, 그리고 아이들을 만나보아야 겠다.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많은 땀과 노력과 혼을 불어 넣어 만든 이 작품집을 보며 인도란 나라가 그 역사만큼이나 깊이와 넓이가 큰 문화를 갖은 문화대국임을 알게 되었다.

 

그림이 참으로 아름답다!

만져보면 그 아름다움이 내게도 전해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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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세트 - 전3권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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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동양문화와 문물에 관심을 가진 다혈질 사나이의 여행견문록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책은 그냥 여행서적으로 분류할 수 없는, 철학에세이에 가깝기 때문이다. 살아 있으면서도 생의 의미와 가치를 잃은 채 텅 빈 자신의 시간표를 통째로 다시 써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알록달록한 상표가 큼직한 아웃도어를 세트로 걸친 채 발걸음도 힘찬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의 고뇌와 먼지가 묻어 있는 다소 무거우면서도 꾀죄죄한 옷차림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특이한 체질의 저자의 행적에 웃음이 나온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시간을 단축시킬 이동수간을 선택하느라 돈을 아끼질 않을 텐데 퇴직 이후 시안이 어디라고 실크로드를 찾아 걷는 것일까! 정말 대단한 기인이거나 도를 닦는 수도자 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1편에서 보여준 것처럼 여가를 위해서 걷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만족시키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한 편 그의 순탄치 않았던 인생이 그를 생각하는 사람, 그러니까 직립보행을 하며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만드는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있게 한 자양분이 아닐까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인생이 마냥 순탄하게 자신과 주변의 풍요로움과 끈끈한 관계 속에서 지속된다는 가정하에서는 빠르게 통과하거나 지나칠 수 있는 거리를 걸어서, 그것도 예순이 넘은 노인의 걸음으로 그리 성실하게 걸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 나는 걷는다의 시리즈를 통해서 말하고자 한 것은 바로 그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2권에 가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전에는 지나는 곳곳마다 만나게 되는 인종과 문화가 다른 아시아인들의 유목생활을 비롯한 일상생활들을 보기에 바빴다. 저자의 나라에선 기계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완제품을 마트에서 구입해서 식생활에 이용하면 될 것을 아직도 100여 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생활하고 있는 비문명국의 오지의 사람들을 통해 오히려 자신이 보지 못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을 저자와 함께 나 역시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관광을 온 것처럼 여행지만의 독특한 생활문화와 사람들의 풍습 등에 매료되어 저자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란 질문조차 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여러 고장을 방문하면서 작가의 마인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시각은 자신을 집으로 초대한 사람들을 미개하거나 개종을 시키거나 자신이 좀 더 문명국에서 온 것을 젠체하는 것이 전혀 없는...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를 존중하며 수용하는 태도였다. 단 평화롭게 자신의 삶을 지탱하며 열심히 그 생활에 몰두하고 있는 보통의 순박한 사람들 위에 서서 강력한 통제력으로 압제하며 군림하는 질 낮은 그 곳의 정권에 대한 비판은 격렬하다 못해 투사가 된 듯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것이 다만 중동국가의 한 나라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정보를 차단한 채 소수의 권력자들이 시키는대로 하게 만드는 그런 공포스럽고 야단스러운 정치수단에 대해 분노를 참지 못한 것이다. 

 

가장 이국적이며 상상을 하게 만든 것은 '사막'을 지날 때였다.

사막은 영화 속에서 간간이 보아오던 것과는 참 많이 달랐다. 그 곳에서는 어떤 안정감이나 평화로운 일상이 없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필수코스인 특별한 곳이었다. 옆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코로 숨을 쉬는 것조차 잠을 자는 것조차 안심할 수 없는 곳이라 읽는 동안 외로움과 고독이란 단어가 자주 떠올랐다. 저자의 인생이 바로 이렇게 고독을 알기 때문에 이런 걷기여행을 시작한 것이라는 것도 사막을 읽을 때 깨닫게 되었다. 무서운 자연환경 속에서 오히려 생각을, 그것도 전에는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깊이 있는 사고를 하게 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하루를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은 모두 이런 자신의 사막을 지나고 있는 중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마주하게 되는 자연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순한 눈동자를 굴리며 낯 선 이방인을 쳐다보는 동물들에 대해서는 그냥 시간여행을 하러 온 사람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겐 싫증나고 지겨운 일상의 노동이 이 벽안의 작가에겐 너무나 신기하고 새롭고 재미있는 체험인 것이다. 그것의 가치를 알고 사진을 찍고 글로써 기록을 해 고국에서 자신처럼 쳇바퀴 열심히 굴리며 살아가는, 이미 삶의 신선함이나 의욕을 잃은 채 시들한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이런 삶의 현장을 보여주며 세상의 다양성과 아직도 더 탐험해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 하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하던 아내를 잃고서 장성한 아이들이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자신의 곁을 떠나 독립을 하게 됨으로 홀로 남은 남자, 노동력을 상실한 늙은 남자에게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자신의 존재감을 찾기 위해 실로 대단한 결심을 한 걸음 한 걸음 성실한 발걸음으로 옮겼던 남자.이 땅에 베르나도 올리비에와 같이 하루에도 수 없이 자신이 더 살아야 하나 여기에서 끝을 맺어야 하나로 고민하며 불면의 밤을 보내는 사나이들에게 이 책 3권을 손에 잡고 읽는 동안 무엇인가를 분명히 생각하고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지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게다가 걷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인데 노인의 체력으로 정말 대단히 끈질기게 그 험한, 고독한 길을 즐겁고 평안하게 걷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아 아예 누워버리고 싶은 이 시대의 많은 친구들에게 내가 받은 삶의 의욕과 신선함을 나눠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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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사랑학 수업 -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어떻게 떠나보낼 것인가
마리 루티 지음, 권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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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의에 사랑학이란 실용학문이 있는 나라로 날아갈 수만 있다면...

그런 희망이 들게 하는 시간이었다. 단순히 하버드라는 제한된 대학의 실정에만 맞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생각하거나 예상하지도 못했던 남자가 바라보는 여성의 행동과 심리변화,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수용하며 내 입장을 상대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융연구소에 방문한 경험이 있었는데 칼융이란 심리학자가 이룬 인륜에 끼친 영향력이 실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고 프로이드의 이론을 대물림한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보고서 이론과 실제와의 갭을 느끼면서도 그 엄청난 시작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소천한 스캇팩의 작품들을 통해(스캇팩을 만나보고 싶었지만 영영 기회를 놓쳤음) 그가 70여 년의 인생을 살면서 그에 3배나 되는 길고 험한 인생을 살았다는 그 감회에 대해 심리학의 어려움과 고뇌를 동시에 헤아림직 했다.

 

그에 비해 이 하버드 사랑학 수업은 참으로 젊고 발랄하면서 경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20대 대학생들을 연구대상, 강의대상으로 삼았다는 배경이 물론 그렇게 만든 점도 있지만 주제가 인간의 관계 중에서도 '사랑'이기에 그 특유의 기대감과 낭만, 그리고 어느 정도의 끌림에 대한 이야기 등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또, 번역이 상당히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되어 읽으면서 툭툭 막히거나 답답하거나 한 부분이 거의 없이 물 흐르듯 훌륭했다. 만약 번역이 좋지 못했다면 읽으면서 상황을 자꾸 연상해야하고 와 닿지 않는 감정들에 대해서 연필로 표시를 해 두어야 하는 등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겠는데 번역이 좋다는 점은 읽으면서 상당히 만족스럽다.

 

사랑은 언어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말을 통해 감정과 느낌, 그리고 상대와 함께 하고 싶은 미래의 그림까지도 그릴 수 있는 놀라운 물감인데 그 동안은 단순히 결혼정보회사의 리서치에 따른 여성들이 애인에게서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 리스트를 꼼꼼이 핸드폰이 저장을 해서 돈을 모르려 애를 썼던 유치한 노력을 해왔다는 것에 나도 모르게 머쓱해졌다. 통계는 통계치일 뿐인데 그것을 맹신하다니... 인간, 그 중에서 여성이 얼마나 다양한 종인데!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게 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남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이다. 수요일 저녁마다 하는 짝이란 프로그램을 보면 일단 재미는 있고 출연진의 개성이 횟수마다 달라서 흥미가 있지만 다 보고나면 오늘도 시간만 낭비했군 싶은 허탈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유는 다른 것 같지만 결론을 항상 한 곳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엔 사랑이란 자연스럽고도 신비로운 끌림이 빠진 채 남성은 자신에게 따뜻하며 성격과 외모가 훌륭한 여성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여성은 경제력이 가장 출중하고 가문의 유산을 받을 수 있는 남성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여자들이 생각하는 남자의 마음과 남자가 생각하는 남자의 마음 사이에 너무나 큰 갭이 있기 때문이다. 예쁜 외모를 가진 여자이면 무조건 남자가 애걸복걸할 것이란 여성 공통의 사고방식이 질린다. 그리고 성형을 투자하고 생각하는 한국여성들의 허영심에도 결혼을 시시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생활이란 것을, 그것도 단 10년 정도만 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40여 년 이상을 함께 맞춰가며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해야하는 상대를 고르는 것이라면 그가 가진 장점도 중요하지만 그라는 사람이 유일해야만, 가슴 뜨겁게 벅차게 좋아하고 끌리고 언제나 내가 가장 먼저 달려가고픈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저자가 이야기한대로 당당한 여성, 현실의 조건 속에서 열심히 자신을 개발하며 반려자와 함께 가정의 두 축이 되어 전진할 준비가 된 여성이 매력적이다. 남성 또한 자의대로 여성의 마음을 종잡을 수 없는 변덕스러움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이 어떤 개성을 갖고 있고 어떤 장점과 단점, 그리고 성향을 갖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존중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에 가야 그런 여성을 , 남성을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유교문화권인 한국의 특성상 특히 여성들이 자신들을 인격체로 볼 줄 아는 남자를 고를 줄 아는 안목을 키웠으면 좋겠다. 한국의 젊은 여성들 가운데 이렇게 자신에게 당당하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멋진 여성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의 남성들 가운데 이렇게 멋진 여성과 어울릴 만한 그릇이 큰 남성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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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스러운 탐정들 1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우석균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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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작가의 <천년의 금서>를 읽으면서 한의 역사를 찾아서 떠나게 되는 그 이야기의 첫 부분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그런데 정작 한의 뿌리를 찾아서 드넓은 중국대륙을 종횡무진하게 움직이는 주인공은 역사와는 거리가 아주 먼, 전혀 상관없는 물리학자였는데 그런 그가 무모하리만한 중국탐험을 떠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중국에서 한국사 연구를 하다가 갑자기 죽음을 당하게 된 친구의 살해범을 잡기 위해서였다. 그런 구성이 이 책의 야만스러운 탐정들과 참 많이 닮아 있는데 좀 더 다른 점이라면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멕시코시티에서 시작해 파리, 이스라엘, 니카라과, 바르셀로나, 아프리카 등 국경과 대륙을 넘나들며 제시되는 것이 무척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느껴졌다.

 

정말 부러운 것은 <레프트 비하인드시리즈>에서 처럼 소설의 배경이 미국과 프랑스, 이스라엘과 중동국가들을 넘나들며 나오는 것이 마치 서울, 전주, 대전,제주을 이동하며 쓰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고 쉽다는 것인데 이 야만스런 탐정들은 한국인으로서는 미지의 나라에 가까운 라틴아메리카에서 시작해서 아프리카대륙까지 나오니 작가가 경험한 다양한 문화권에 대한 자산이 부럽고 또 부러울 따름이다.  

 

문학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한 여성문인의 행방을 좇아 펼쳐지는 스토리이지만 그 안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에피소드가 너무나 아기자기하며 생동감과 현장감을 느낄 정도로 맛깔스럽다. 단순히 정해진 루트를 따라 공식에 나올법한 그런 인물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혀 뜻밖의 인물들, 그 문화권에서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싶을만한 캐리터들이 나오니 그들을 만나는 재미에 푹 빠져 실제 주된 문인의 행방을 찾는 것은 잠시 미뤄두고 여행을 즐기게 되는 맛이 있다. 힘들이지 않고서 이야기를 털뭉치에서 실을 풀어내듯 그렇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상상력도 뛰어나지만 어떻게 그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특별한 에피소드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 낼 수 있을까에 더더욱 놀라게 되었다. 짧고도 분명한 대사, 인물들 간의 긴장되지만 그러나 그 안에 기조를 이루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인간 본성에 대한 기대감 등이 무척 인간미 있는 인물들을 만나게 했다.

 

작가가 문을 열어주는 곳으로 손을 잡고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사건들과 사람들, 그리고 실마리가 될 수 있을 법한 단서들을 한 조각씩 모을 수 있었다. 소설을 이렇게도 짜임새 있고 다양한 색감을 섞어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 솔직히 겁이 날 정도였다. 이게 정말 소설이 맞나 싶어서이다.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한 권을 읽고 있는 느낌이 수시로 여러 나라를 들락거리며 옷차림과 언어, 풍습이 이질적인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몇 페이지 전까지만 해도 내가 누굴 만났었지? 하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대단히 빠르고 번쩍이며 집중하지 않으면 금세 다른 장소로 이동해 버리는 통에 한 눈을 팔 수가 없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국내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성을 파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데 그 점이 예사롭지 않았다. 밑바닥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그리도 자세히 구체적이며 현실성 있게 알고 있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그 부류의 여성들과 작가와의 관계는 무엇일까도 궁금해졌다. 그러면서 그 부류의 여성들에 대한 이해, 어떤 면에서는 삶의 치열함을 견디며 살아가는 모습을 처음 접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 전에는 그냥 생각이 없거나 쉽게 돈을 벌기 위한 여성들이라고 가볍게 보고 지나쳤는데 그들 역시 한 여성으로서 자신 몫의 인생에 대해 버거운 책임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진짜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안에서 사랑과 꿈과 눈물, 인생을 보았다.    

 

책이 공교롭게도 1권과 2권에 연결되어 끝나기 때문에 2권까지 읽는 것은 기본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양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스피드하고 재미가 있어서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단지 눈으로 따라가며 작가가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가던 모습에서 점점 그 안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에 대해 분석하고 연구하게 되는 비판적인 모습이 생겨나는 것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정말 못된 습관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이 단순히 고만고만한 장소를 이동하며 비슷비슷한 연관된 사람들끼리만 왔다가 갔다가 했다면 얼마나 스토리를 꿰어 주변 친구들에게 입담을 과시할 수 있었겠냐만 이 소설은 차원이 다르다! 절대 스토리를 잘 기억했다가 옆 사람들에게 주절주절 읊어댈 수 있기에는 실로 방대한 스토리가 들어 있고 나오는 캐릭터가 삼국지나 수호지에 버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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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과 영성의 만남 -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스승의 스승, 멘토의 멘토에게 길을 묻다 믿음의 글들 300
이어령.이재철 지음 / 홍성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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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교수의 천재성과 독특한 기인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대학시절 들은,경희대 국문과에 이어령을 교수로 임용하면 내가 짐을 싸서 나가겠다라는 독설을 퍼 부은 황순원 교수의 일화가 유명하다.그만큼 젊은 이어령은 국문학계에서는 천재성은 인정하지만 같이 살기엔 좀 많이 버거운 인물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런 이어령교수가 세례를 받고 첫 신앙서적을 낸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사 본지 2년 만에 두 번째 책인 지성과 영성의 만남을 보니 신앙을 갖은 척 하는 것이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유는?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문학평론만 잘 하는 줄 알았던 이교수가 표현력과 감수성이 뛰어난 글을 실제로 잘 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신앙을 말하라고 하면 단 편적인 간증이나 눈물이 찔끔 나올까 말까한 개인적 체험을 주로 하다 끝맺음을 하는데 반해 그의 신앙입문은 참으로 오래 준비된 일처럼 그렇게 탄탄하면서도 체계적이라 느껴졌다.

 

특히 그의 어머니가 수술을 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받은 귤 한 보따리는 결국 그의 어머니도 막내아들 이어령과 형들도 먹을 수 없는 열매가 되고 만 사건은 두고두고 가슴을 적실 정도로 아름답게 묘사가 되어 있다. 그의 글을 읽을 때 그의 삶을 보게 되었고 너무나 냉철함이 지나쳐 찔러도 비명 한 마디 안 지를 인간이라 여겼던 그도 한 어머니의 아들이고 남편이며 아버지라는 것을 처음 보게 된 계기였다. 그래서 그의 장녀가 쓴 땅 끝의 아이들과  땅에서 하늘처럼까지 찾아 읽게 된 것이다.

 

대담형식으로 교인들 앞에서 초청강연을 간 것을 정리해 만들어 그가 쓴 글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지만 그의 육성이 활자화 되어 나온 것이니 아주 색달랐다. 무엇을 설명할 때 비유를 참 많이 사용했는데 관찰력이 탁월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식이나 현학적인 껍질을 벗어버리고 본질을 향해 매진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34년 생 개띠이면 올해로 팔순인데 전혀 구닥다리 노인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생각이 젊고 말하는 것이 분명하며 표현력이 풍부하니 내 또래의 친구들이나 선배들보다 훨씬 재미가 있었다.

 

교회 안에 갖힌 사람들, 예수의 가르침의 방향과는 전혀 무관하게 열심인 교인들에게 그의 생각은 어쩌면 불편했을 수도 있고 아직 '예수쟁이'가 안 됐군 할 수도 있지만 교인이든 아니든 이 21세기 한국이란 국가적 현실을 안고서 살아가야만 하는 실존만큼은 동일하다. 그래서 많은 경험과 사회현상을 파헤치는 안목이 뛰어난 이어령의 시각으로 본 한국의 성문화와 교육시스템, 그리고 가정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몰랐던 많은 사실들을 가르쳐 주었다. 무조건 아멘만 복창하면 하늘에서 다 알아서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란 점도 분명했다. 손과 발을 움직여, 무엇보다 입을 움직여 말을 하고 교회가 사회 속에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분명히 가르쳐 주었다.

 

그와 함께 이재철목사에 대해서도 재평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 목소리와 외모가 상당히 차갑고 드라이하게만 보이던 그의 실제 모습 속에는 지난 100여 년 역사 동안 한국교회의 허와 실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고쳐보고자 하는 정의감이 눈에 띄었다. 고심하고 질문을 던지는 내용마다 그런 그의 젊고 굳센 기질이 느껴진 것이다. 사람을 겉으로만 보아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데도 설교를 통해서 보여졌던 그의 외향에만 익숙해져 있다보니 생활인으로서의 그의 모습은 전혀 알 길이 없었던 탓이다.

 

이어령의 교수로서, 장관으로서의 모습보다는 세상과 타협을 모르던 천재 이어령이 생명의 주관자인 하나님을 알게 되고 스스로가 자문하게 되면서 갈등하며 고민하는 모습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단순히 교리와 말씀대로 살 수 있었던 인생이 아니었기에 그와 함께 짐을 지고 나아가야했던 많은 지식인들과 민주화인사들, 그리고 학계와 문화계인사들에 대해서도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삶이 왜 이렇게 가면을 쓰고 사는 겉과 속이 다른 삶인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한국교회의 지도자들과 일반 성도들에 이르기까지 성경과 전혀 상관이 없이 살면서도 겉으로는 돈을 사랑하지 않는 최영장군처럼 위선과 가식의 가면을 쓰고 서로가 서로를 불편한 눈으로 보고 있는 참담한 현실에 대해 시원스레 한 방을 날린 것은 가장 통쾌하다. 

 

이 점이 이어령을 더 많이 가까이에서 알고자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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