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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사랑학 수업 -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어떻게 떠나보낼 것인가
마리 루티 지음, 권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강의에 사랑학이란 실용학문이 있는 나라로 날아갈 수만 있다면...
그런 희망이 들게 하는 시간이었다. 단순히 하버드라는 제한된 대학의 실정에만 맞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생각하거나 예상하지도 못했던 남자가 바라보는 여성의 행동과 심리변화,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수용하며 내 입장을 상대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융연구소에 방문한 경험이 있었는데 칼융이란 심리학자가 이룬 인륜에 끼친 영향력이 실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고 프로이드의 이론을 대물림한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보고서 이론과 실제와의 갭을 느끼면서도 그 엄청난 시작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소천한 스캇팩의 작품들을 통해(스캇팩을 만나보고 싶었지만 영영 기회를 놓쳤음) 그가 70여 년의 인생을 살면서 그에 3배나 되는 길고 험한 인생을 살았다는 그 감회에 대해 심리학의 어려움과 고뇌를 동시에 헤아림직 했다.
그에 비해 이 하버드 사랑학 수업은 참으로 젊고 발랄하면서 경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20대 대학생들을 연구대상, 강의대상으로 삼았다는 배경이 물론 그렇게 만든 점도 있지만 주제가 인간의 관계 중에서도 '사랑'이기에 그 특유의 기대감과 낭만, 그리고 어느 정도의 끌림에 대한 이야기 등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또, 번역이 상당히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되어 읽으면서 툭툭 막히거나 답답하거나 한 부분이 거의 없이 물 흐르듯 훌륭했다. 만약 번역이 좋지 못했다면 읽으면서 상황을 자꾸 연상해야하고 와 닿지 않는 감정들에 대해서 연필로 표시를 해 두어야 하는 등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겠는데 번역이 좋다는 점은 읽으면서 상당히 만족스럽다.
사랑은 언어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말을 통해 감정과 느낌, 그리고 상대와 함께 하고 싶은 미래의 그림까지도 그릴 수 있는 놀라운 물감인데 그 동안은 단순히 결혼정보회사의 리서치에 따른 여성들이 애인에게서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 리스트를 꼼꼼이 핸드폰이 저장을 해서 돈을 모르려 애를 썼던 유치한 노력을 해왔다는 것에 나도 모르게 머쓱해졌다. 통계는 통계치일 뿐인데 그것을 맹신하다니... 인간, 그 중에서 여성이 얼마나 다양한 종인데!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게 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남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이다. 수요일 저녁마다 하는 짝이란 프로그램을 보면 일단 재미는 있고 출연진의 개성이 횟수마다 달라서 흥미가 있지만 다 보고나면 오늘도 시간만 낭비했군 싶은 허탈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유는 다른 것 같지만 결론을 항상 한 곳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엔 사랑이란 자연스럽고도 신비로운 끌림이 빠진 채 남성은 자신에게 따뜻하며 성격과 외모가 훌륭한 여성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여성은 경제력이 가장 출중하고 가문의 유산을 받을 수 있는 남성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여자들이 생각하는 남자의 마음과 남자가 생각하는 남자의 마음 사이에 너무나 큰 갭이 있기 때문이다. 예쁜 외모를 가진 여자이면 무조건 남자가 애걸복걸할 것이란 여성 공통의 사고방식이 질린다. 그리고 성형을 투자하고 생각하는 한국여성들의 허영심에도 결혼을 시시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생활이란 것을, 그것도 단 10년 정도만 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40여 년 이상을 함께 맞춰가며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해야하는 상대를 고르는 것이라면 그가 가진 장점도 중요하지만 그라는 사람이 유일해야만, 가슴 뜨겁게 벅차게 좋아하고 끌리고 언제나 내가 가장 먼저 달려가고픈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저자가 이야기한대로 당당한 여성, 현실의 조건 속에서 열심히 자신을 개발하며 반려자와 함께 가정의 두 축이 되어 전진할 준비가 된 여성이 매력적이다. 남성 또한 자의대로 여성의 마음을 종잡을 수 없는 변덕스러움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이 어떤 개성을 갖고 있고 어떤 장점과 단점, 그리고 성향을 갖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존중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에 가야 그런 여성을 , 남성을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유교문화권인 한국의 특성상 특히 여성들이 자신들을 인격체로 볼 줄 아는 남자를 고를 줄 아는 안목을 키웠으면 좋겠다. 한국의 젊은 여성들 가운데 이렇게 자신에게 당당하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멋진 여성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의 남성들 가운데 이렇게 멋진 여성과 어울릴 만한 그릇이 큰 남성들이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