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시내를 나갔다가 오랜만에 서점에 들르게 되었다. 반가울 줄 알았는데 웬지 낯설게만 느껴지고, 그다지 둘러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곳에 있어야 했고,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 중 눈에 띤 것이 바로 이 책,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였다. 무엇보다도 다른 책들처럼 소란스럽지 않고, 깔끔하게 디자인된 책표지가 나의 눈길을 끌었다. 다행히 나에겐 간신히 책 한 권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있었고, 한 나절 뒤 나는 책상에 앉아 그 책을 펼칠 수 있었다. 읽자마자 나는 책 속에 빠져들었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작가가 시골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한국전쟁이라는 참상과 마주하기까지의 자신의 경험이다. 그 동안 이 작가의 책을 쭉 읽어온 사람이라면 읽는 재미가 쏠쏠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러한 재미를 가질 수는 없었다. 그러나 머지 않아 그러한 경험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는 전쟁시의 상황, 자신의 고교 생활 등 여러 가지 일들이 나와있었다. 하지만 내가 인상깊게 본 것은 그 어느 것도 아닌 시골에서 보낸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었다. 자연 속에서 아무 걱정 없이,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일들을 겪는 모습. 그러한 곳을 버리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어찌 그 곳이 그립지 않고, 서울 아이들이 불쌍하지 않겠는가. 솔직히 요즈음 아이들은 자연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콘크리트길에서 눈치껏 자동차를 피해가면서, 진정한 자연의 모습을 접해볼 수 없이 자라나기 때문이다. 그 마저도 조금만 자라면 바쁘게 살아가느라 언제든지 고개만 위로하면 볼 수 있는 푸르른 하늘조차 외면해버린다. 나 또한 그러한 환경에서 자라났다. 그래서인지 소나기를 피하고, 우리는 흔하게 접해보지 못한 것들로 여러 장난감을 만들어 노는 옛날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책을 유난히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그렇게 자연에서 소외된 편은 아니다. 부모님께서 어린 시절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매일 같이 뒷산이나마 산을 오를 수 있다. 산에 오르면 모든 것을 다 잊혀지는 느낌이다. 나를 괴롭히는 여러 고민, 과거, 미래에 대한 걱정 그 모든 것을 잠시 나마 접어두고 순수하게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다. 비록 한 두 시간에 지나지 않지만 그 순간이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잘은 모르지만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뛰놀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이러한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어린 시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높지 않다. 한 3분의 1정도? 결말부분에 가서는 학생들이 좌익, 우익으로 나누어지고, 전쟁의 모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한 부분도 물론 인상깊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문제는 아직 생각하기 싫다. 지금은 창 밖의 푸르른 녹음을 쳐다보며 그 곳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지금 내 옆에는 이 책의 후속편이 놓여져 있다. 나중에 그 책을 읽으면서 전쟁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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