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 - 인물로 보는 남북현대사
역사비평 편집위원회 엮음 / 역사비평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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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남북간의 월드컵 최종 예선이  상해에서 열렸다. 비싼 입장료로 텅빈 관중석만큼, 지금의 남북관계 역시 싸늘하다. 어쩌면 36년간의 일제 강점기도 모자라, 분단 60년을 넘어 각자 외면한 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로 인정하지 못하고 갈등양상은 계속 진행중이다.

이러한 때에 출간 된 [ 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 ]은 의미심장하다. 8개 분야별로 해방공간속에서 남과 북을 선택한 인물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집필진도 전문적 지식을 가진 필자들이다. 내용에 따라 다소 전문적이고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분석력도 돋보인다. 
 
그동안 인물한국사는 이이화선생님이 줄곧 개척한 분야였다. 한길사에서 발행한 다섯권의 책이 그것이다. 다만 현대사 부분이 미진했었는데, 이번 책이 보충해주리라 본다. '인물로 보는 남북현대사'라는 부제처럼 해방공간속의 역사상 인물들을 비교해보는 점은 북한체제나 전쟁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은 우리 세대나 후세대에게 의미있는 일이다. 

다만 때로는 혼란했던 시기에 남과 북을 선택한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피상적인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아무리 정교하게 비교한다고 해도 각각의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그동안 북한인물을 다루는 것이 금기시 되어왔고, 자료부족으로 그들의 심리와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념만으로 택한 것이 아니다

이념적 대립양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북한을 택한 인물들이 모두 이념을 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과학분야의 이태규와 리승기는 황무지와 같은 조국의 과학분야에서 기초과학의 뿌리를 내리려했지만, 실패하고 이태규는 미국으로, 리승기는 북을 선택한다. 이념보다 오직 과학발전을 위한 선택했다는 것이다. 무용분야의 최승희역시 일본 스승 이시이 바쿠로부터 근대 무용을 전수받고, 이념이 아닌 춤을 위해 북한을 선택한다. 

또한 염상섭과 한설야로 대표되는 문학분야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이념적 대결이 심각했다. 그러나 염상섭은 북의 민주기지론을 비판하면서도 남의 분단 촉구에 반대했다. 한설야는 북쪽에 있으면서도 계급주의에 치우치지 않고 민족문제에 앞장섰다. 특히 그동안 읽지못했던 이들의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언어분야의 최현배와 김두봉은 모두 주시경의 제자로 분단 조국에서도 언어의 동질성을 크게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한 인물들이다. 한글가로풀어쓰기를 주창했지만, 그들의 말년은 그렇게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최현배는 서울대학파에 밀리고, 김두봉은 김일성파에 의해 숙청된다.

김일성이 박정희의 복권과 남한 발전 토대를 제공했다

반면에 정치분야의 박정희와 김일성은 '만주'라는 체험 공간을 통해서 각각 최고의 지도자에 오른 인물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쪽은 경제성장을, 다른 한쪽은 빈곤의 길을 걷고 있다. 왜 그랬을까? 박정희는 좌익에서 반공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세계정세에도 잘 적응한 반면에 김일성은 6.25전쟁으로 박정희의 복권과 남한 발전의 토대를 제공한 셈이 되었고, 중국과 소련의 갈등사이에 폐쇄적 자주노선과 유일독재체제로 이행으로 북한 근대화에 실패했다.

역사분야의 이병도와 김석형은 실증사학과 주체사학으로 대변된다. 하지만 일제의 철저한 청산없이 일정부분 수용한 측면이나,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의해 역사를 왜곡한 측면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가 근간을 다룬 헌법및 법제정 분야에서의 최용달은 자신의 소신에 의해 북에 투신했지만, 유진오는 나약한 지식인을 보는 것 같았다. 영화부분에서는 전설의 문예봉이 친일, 친북활동 이야기도 다루어지고 있다.

지구상 유일상 분단국가, 남과 북은 통일된 조국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 한 민족간에 씻을 수 없는 전쟁도 했다. 그 혼란한 격동의 시대에 그들은 나름의 방식대로 남과 북을 선택했다. 그 선택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도덕적 윤리적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에 쉽게 내릴 수도 없다. 다만 이번 책을 통해 그들 선택이 이념만이 아니라는 점과 이제는 남과 북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시각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좀 더 많은 인물들을 발굴하고, 남북을 이해할 수 있는 작업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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