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수의 다시 만난 고대문명(이집트)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 2
곽민수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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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세계는 대체로 엄밀한 영역이라서 '오롯이 공부專功'하지 않으면 그 내용에 다가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역사학 내지는 고고학은 이미 죽어서 지나가버린 것들을 다루는지라 뭇 사람의 관심 밖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러나 인간사에서 지나간 것들 중 몇 가지는 부단히 재생되고 반복적으로 눈길을 끄는데요. 고대 이집트 문명이 그 사례 중 하나죠. 수천 년 전 이집트를 마치 어제오늘 이야기인 양 친숙하게 이야기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이가 있습니다.

EBS에서 방영한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2"의 한 꼭지를 담당한 이집트 고고학자 곽민수의 대중 이집트 강의가 책 한 권으로 엮여 출간되었습니다. 그간 저자의 강연은 물론 이집트 탐사 현장에서의 설명도 들어본 입장에서 이 책은, 제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흩어지고 흐려져 있던 고대 이집트 문명 지식을 한데 갈무리해주었습니다.

문명Civilisation이라는 단어를 설명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과 언술이 있겠으나, 저자는 문명의 '낭비 가능성'을 조명합니다. 등장한 이래로 오랜 기간 오직 생존만을 위해 존재한 인류가 어느샌가 생존에 직결되지 않는 딴짓을 해도 되는 사회, 즉 문명을 이룩해왔다는 겁니다. 무용無用, 즉 쓸모가 없는 행위를 해도 되는 점이 문명의 특징이라는 거죠. 팽배한 실용주의가 만고의 진리인 양 거듭 선포되는 오늘날 사회에 퍽 위안이 되는 말이 아닌지요. 인류가 생존 목적에서 비껴간 행동에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고, 켜켜이 쌓인 의미가 그들의 정체성이 되어왔다는 진술은, 지나간 것들에 천착하는 사람 중 하나로서 마음에 짙게 남아 있습니다.

저자와 같은 고고학자들이 고대 이집트를 연구하는 일, 저와 같은 일반 대중이 그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된 기본 지식을 쌓아가는 일은 분명 무용합니다. 인류의 번영이나 개인이 부자가 되는 일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죽도 밥도 안 되는 일이죠. 이 지극한 무용성을 우리는 문명이라는 미명으로 정신 승리하며 치장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돈 안 되는 일, 오히려 가까스로 번 돈마저 지불해야 지속할 수 있는 일에 관심과 애정을 쏟는 이 가성비 없는 행위로 인해 우리는 생존만을 위해 달리는 존재 이상의 무엇인가가 됩니다. 한마디로, 재미있다는 겁니다.

할 수 있는 한, 이 재미를 계속 누리고 싶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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