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밭친밭이야기 #김영화 #김영화작가 #이야기꽃 #이야기꽃출판사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제주 4.3을 생각하면 빚을 진 기분입니다. 언제 한번이라도 제주 4.3을 집중적으로 가르쳐본 적이 없고, 시간과 진도에 쫓겨 그저 소략하여 다뤘을 뿐입니다. 그만큼 이 사건을 다루기에 저의 내공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실은 그보다 더한 것은 제주 4.3이 제게 너무나 무겁기 때문인 까닭도 있습니다. 열었다가 봉하지 못할까봐서요. 네, 핑계라면 핑계지요.같은 사건을 다룬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않는다'는 받은지 수개월째 첫 몇 페이지만 간신히 읽은 채 덮어둔 지 오래입니다.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은 펼쳐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외면 아닌 외면을 한지 제법 되었는데 그림책 '북밭친밭 이야기'가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병풍 제본이라기에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 책이 정말 병풍처럼 펼쳐져서 신기하기도 하고 다루기 조심스럽기도 합니다.앞면(?)에는 1948~9년의 이야기, 뒷면에는 2023~4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말인즉, 제주 4.3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닐지요. 얼마 전 다녀온 광주 답사에서 해설을 맡아주셨던 한 교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진상규명은 사건이 벌어지고 얼마 안 지나서 바로 해야 잘 밝혀질 것 같잖아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심지어 한번에 끝나지 않아요. 굉장히 오래 걸리고, 해도 해도 새로운 게 또 나옵니다. 사건이 일어난지 40년쯤 되면 관련자들의 증언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진상규명은 그 당시보다 시간이 훌쩍 지났을 때 더 많이 이루어져요."제주 4.3은 광주 5.18보다 30여년은 더 오래된 사건입니다. 그럼에도 규명되지 않은 것들이 많지요. 그림책 '북밭친밭 이야기'는 당시 무장대로 나섰던 중학교 교사 이덕구 씨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냉전 시대 해방 공간에서의 이념 논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오늘날의 누군가는 이덕구를 그저 빨갱이 대장으로만 치부할 테지만, 제 눈에는 그저 사람으로 살고 싶었던 한 제주도민으로밖에 보이질 않습니다.더 공부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