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며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 ‘나는 괜찮은 줄 알았지’라고 생각하면 너무 양심 없어 보이거나 뻔한 레퍼토리 같으니까 일단 ‘나도 괜찮지 않은 남자야’라며 자못 겸손한 척 스스로를 기만하며 책을 펼쳐 들었고, 페이지 한 장 한 장에 과거의 나는 해부당했다.
읽은 후
저자 박정훈은 이미 초대하고 있다. 남성인 그는 수많은 남성 독자들에게 입페미, 수박 겉핥는 페미가 되지 말고 한 명의 남성 페미니스트로서 역할을 다해달라 정중히 요청하고 있다. 책을 읽어보지도 않은 남페미 새싹들의 노골적인 인터넷 서점 별점 테러와 욕설에 이 책은 고고한 느낌마저 든다. 일찌감치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야, 너두 될 수 있어’라고 용기를 주는 것만 같았다. 나도 내가 만날 아이들에게 그런 남자 어른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