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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 - 전설의 책방지기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 / 남해의봄날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잠시 시간을 되돌려 20년 쯤 과거로 돌아가 보자.
내가 살던 경기도의 소도시 과천에도 아파트 단지마다 20~30개 정도의 점포를
보유한 상가가 '있었다'(물론 '건물'은 지금도 존재한다).
업종을 살펴보면 생활에 밀접한 약국,세탁소,미용실,
잡화점(요즘은 편의점이 대체한),식품점,비디오대여점,빵집,문구점 등이 있었고,
조금 인구가 뒷받침되는 곳이라면 정육점,치킨집,중화요리집,꽃집,건재상(철물점)
따위의 전문업종도 영업이 가능했던 것 같다.
2층 이상에는 동네 병원이나 음악학원, 태권도나 검도 도장이 자리잡기도 했다.
자 그러면 같은 장소, 오늘날의 풍경은 어떠한가?
목 좋은 곳에 간혹 편의점이 들어서기도 하지만, 상가 1층은 대부분의 점포가
부동산중개소이다. 심한 곳은 한번 세어보니 한 상가에 14개소나 성업 중.
그외 커피숍과 보습학원 따위가 들어서 있고,
예전에 흔히 볼 수 있던, 생활에 도움이 되지만 잘 모르고 지나쳤던,
소상인들의 소매 점은 더 이상 구경하기 어렵다.
점포 하나가 없어지면, 주변에 살던 주민은 사실 그만큼 가난해진 것이다.
집값이 올랐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85세의 현역으로 50년째 토쿄의 책방 거리 진보초[神保町]를 지키고 있는,
시바타 신[柴田信]의 일상사,개인사를 엮은 책이다.
나는 앞서 의도적으로 상가 풍경에서 서점은 뺏다. 20년 전에도 이미 서점은
사양산업이었으니까, 책방까지 자리잡은 풍요로운 상가란
도시 상상에서조차 성립 불가능한 일이니까....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하여 출판문화시장이 적어도 10배는 더 크고,
재판매가 유지정책이 잘 정착된 유통구조 아래서 서점 경영도 형편이
훨씬 넉넉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들도 21세기 들어 갈수록 척박해지는
환경과 악전고투 중임을 알겠다.
시바타 신은 자신의 점포가 특별히 '문화' 상품을 취급한다는 점에
환상을 품고 있지 않다. 서점도 소매상의 일종으로 돈을 벌기 위한 것이고,
돈을 벌어야만 그 업이 유지될 수 있다는 자본주의 현실을 냉정히 바라본다.
우연한 기회로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전혀 다른 아이템을 취급했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훌륭한 인품의 능력자임을 알 수 있다.
꼭 책방지기라고, 뭔가 더 고고할 거라는 선입견을 벗고,
60년 이상 경제생활을 성공적으로 영위한 건강한 노년의 인생경험담을
경청한다는 자세로 읽는다면 또한 얻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대목 쯤 한번 음미해 보자.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이 좋아....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누군가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것이 인품을 만들어 주지 않을까?...
말하는 걸 좋아한다면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할 테니까.
이런 부분은 '수업 중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어떻게 들어올릴 것인가' 거기서부터 시작된 걸 거야"(185쪽)
청년기에 일본의 교직원노동조합 활동을 적극적으로 경함한,
전직 중학교 교사(3년 근무) 시바타가 설파하는 교육철학이 놀랍다.
(우라나라 전교조의 강령에서 학생들을 깨울 노력이 교사의 책임이란 부분을
과연 인정할 것인가)
오늘날 전통적인 의미의 책방은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개인적은 전망은 아마도 책 큐레이터(Curator) 또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 가 앞으로 서점 경영자가 나가야 할 대세가 아닐까 싶다.
시바타는 끝까지 '보통'서점의 경영자이고 싶다.
고객이 원하는 책을 진열해 놓고 고객이 선택한 책을 파는 일.
고객은 언제나 자신에게 가치있는 책을 스스로 고를 능력이 있다고 전제(前提)하는
겸손한 마음의 표현, 대체적인 일본인의 자세라 하겠지.
서점 주인이 읽을 책까지 골라줘야 한다면, 과연 서점에 무슨 존재 이유가 있을까.
책을 지극히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일독할 만한, 에토스(Ethos) 가득한
아름다운 책이다. 일본에서는 출판과 서점업계에 대해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집단까지 존재한다. 책에 있어서는 만큼은 부러워할 만한
초일류국가다운 정경(情景)이다.
여담이지만 일본인들은 한국이 절대로 일본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 안심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놀라운 평균 독서량, 도서 구입량을 알고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