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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피할 수 없는 메타버스 성교육 - 챗GPT와 메타버스 시대에 맞는 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메타버스 성교육
김민영.이석원 지음 / 라온북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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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운명은 시대의 운명을 거스르지 못한다.’

이 책의 첫 머리에 있는 문장이다.

내가 알건 모르건,

내가 좋아하건 싫어하건

메타버스 세상은 도래했다.

아이들에게 그것은 중요한 삶의 공간으로 현재 자리 잡고 있다.


학교에서 상담을 할 때

나와 아이들 간 나이차가 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의 고민에 공감할 수 있었다.

내 나이가 상담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갑자기 내 이해의 폭이 확 좁아졌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 아이들은 진지하게 몰입했다.

실제로 만나기 위해 중1학생이 타 지역에 가려고 하는데

엄마가 허락하지 않는다며 훌쩍훌쩍 울었다.

인터넷에서 만난 남친을 다른 친구에게 뺐겼다며 자해를 한 학생도 있었다.

그 아이 엄마가 와서 말했다.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는 남자애를 가지고 심각해요, 심각해.”

나도 학부모와 똑같은 마음이었다.


다른 모든 감정과 정서는 세대차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쉬웠는데

디지털 세상에 대한 정서는 참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담자 정서에 대한 이해도 힘들었지만

내담자가 말하는 내용도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아! 내가 좀 더 디지털이나 가상현실의 세계에 대해 공부해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온지 몇 해가 되었지만, 

선뜻 그 세계에 발을 내디디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지금 해야 늦지 않는 메타버스 성교육’ 책에 이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메타버스 성교육’은 

나의 이러한 고민을 상당 부분 해결해 주었다.

아직 제페토 같은 가상공간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디지털 감성이나 정서를 이해하는 데까지는 나아간 듯하다.

그리고 그런 세계에 대한 마음의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에서도 실감할 수 있듯이

디지털 세계는

원자폭탄에 버금가는 가공핳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방구석이나 서랍 깊숙이 감춰놓고 보던

야동 테이프와는 파급력이나 폭력성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책의 저자들이 말하듯 야동이 아닌 성착취물인 것이다.

이제는 성착취물을 만들어서 유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보유하고 시청하는 사람들까지 처벌 받는 시대가 되었다.


다른 모든 사회 분야의 변화 속도도 빠르지만

성에 관련된 문화나 현상, 법의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현재의 트렌드나 성인지감수성에 발맞추지 않으면

그로 인해 받게 될 피해나 충격도 메가톤 급이다.


책의 저자들이 말하듯

이제는 방안에 앉아서도

메타버스 속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가하거나 반대로 당하기도 한다.

성폭력에 대한 체감도가

본인이 실제로 당하는 것 못지않은 강도를 지녔다고 한다.

가해자의 연령도 깜짝 놀랄 정도로 아주 어린 경우도 많다.

온라인 성폭력은 오프라인으로 쉽게 이어지기도 한다.

‘내 아이는 절대 그럴 리가......’ 했다가 큰 코 다치는 사례가 많다.

디지털 이주민 세대인 양육자들은

디지털 원주민인 자녀들의 디지털 감성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고민과 두려움에 대해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메타버스 성교육’ 책은

메타버스 시대, 양육자의 성교육에 필요한 인식과 고민을

어루만지고 속살거리면서 차근차근 인도해준다.

메타버스가 초래하는 성문화를

양육자가 제대로 알고 적극적으로 대비함으로써

아이가 메타버스 세상의 홍수 속에서도

홍수에 휩쓸리지 않고

주도적으로 그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도와 준다.


이 책의 저자들이 올바른 성교육을 위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자녀와의 대화다.

결국 양육자의 성교육은

교육이라기보다 성 대화라고 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자녀와 꾸준히 대화를 하다보면

성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질문과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런 신뢰감이 형성된다면

아이가 양육자를 믿기 때문에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숨기지 않고

양육자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성교육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양육자가 메타버스에 대해 아이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휘황찬란한 아바타를 만들어

아이 앞에 양육자의 기세를 뽐내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제페토 등의 메타버스 게임에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 또는 아이에게 배우면서

그 세계에 한 발 들여놓을 것을 추천한다.

아이와 공통 관심 영역을 확장해 놓으면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아이와 양육자가 머리를 맞대고 대처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양육자 또는 기성세대의

메타버스 문화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 인식을 한 꺼풀 벗겨내고

메타버스 세상 속으로 아이와 함께 기꺼이 들어갈 용기를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몸담고 있는 자주스쿨에서

메타버스 성교육에 대한 발 빠른 액션을 취해서

양육자들이 메타버스 성폭력에 대처할 수 있는

중요한 팁과 처방을 내어주신 점에 감사드린다.


많은 양육자들이 이 책의 혜택을 입기 바란다.

메타버스 성폭력에 대한 수사와 법 적용이

좀 더 기민하고 세밀하게 정비 되길 위해서도

이에 대한 양육자의 인식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메타버스 성교육' 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부디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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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피할 수 없는 메타버스 성교육 - 챗GPT와 메타버스 시대에 맞는 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메타버스 성교육
김민영.이석원 지음 / 라온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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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운명은 시대의 운명을 거스르지 못한다.’

이 책의 첫 머리에 있는 문장이다.

내가 알건 모르건,

내가 좋아하건 싫어하건

메타버스 세상은 도래했다.

아이들에게 그것은 중요한 삶의 공간으로 현재 자리 잡고 있다.


학교에서 상담을 할 때

나와 아이들 간 나이차가 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의 고민에 공감할 수 있었다.

내 나이가 상담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갑자기 내 이해의 폭이 확 좁아졌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 아이들은 진지하게 몰입했다.

실제로 만나기 위해 중1학생이 타 지역에 가려고 하는데

엄마가 허락하지 않는다며 훌쩍훌쩍 울었다.

인터넷에서 만난 남친을 다른 친구에게 뺐겼다며 자해를 한 학생도 있었다.

그 아이 엄마가 와서 말했다.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는 남자애를 가지고 심각해요, 심각해.”

나도 학부모와 똑같은 마음이었다.


다른 모든 감정과 정서는 세대차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쉬웠는데

디지털 세상에 대한 정서는 참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담자 정서에 대한 이해도 힘들었지만

내담자가 말하는 내용도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아! 내가 좀 더 디지털이나 가상현실의 세계에 대해 공부해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온지 몇 해가 되었지만, 

선뜻 그 세계에 발을 내디디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지금 해야 늦지 않는 메타버스 성교육’ 책에 이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메타버스 성교육’은 

나의 이러한 고민을 상당 부분 해결해 주었다.

아직 제페토 같은 가상공간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디지털 감성이나 정서를 이해하는 데까지는 나아간 듯하다.

그리고 그런 세계에 대한 마음의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에서도 실감할 수 있듯이

디지털 세계는

원자폭탄에 버금가는 가공핳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방구석이나 서랍 깊숙이 감춰놓고 보던

야동 테이프와는 파급력이나 폭력성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책의 저자들이 말하듯 야동이 아닌 성착취물인 것이다.

이제는 성착취물을 만들어서 유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보유하고 시청하는 사람들까지 처벌 받는 시대가 되었다.


다른 모든 사회 분야의 변화 속도도 빠르지만

성에 관련된 문화나 현상, 법의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현재의 트렌드나 성인지감수성에 발맞추지 않으면

그로 인해 받게 될 피해나 충격도 메가톤 급이다.


책의 저자들이 말하듯

이제는 방안에 앉아서도

메타버스 속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가하거나 반대로 당하기도 한다.

성폭력에 대한 체감도가

본인이 실제로 당하는 것 못지않은 강도를 지녔다고 한다.

가해자의 연령도 깜짝 놀랄 정도로 아주 어린 경우도 많다.

온라인 성폭력은 오프라인으로 쉽게 이어지기도 한다.

‘내 아이는 절대 그럴 리가......’ 했다가 큰 코 다치는 사례가 많다.

디지털 이주민 세대인 양육자들은

디지털 원주민인 자녀들의 디지털 감성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고민과 두려움에 대해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메타버스 성교육’ 책은

메타버스 시대, 양육자의 성교육에 필요한 인식과 고민을

어루만지고 속살거리면서 차근차근 인도해준다.

메타버스가 초래하는 성문화를

양육자가 제대로 알고 적극적으로 대비함으로써

아이가 메타버스 세상의 홍수 속에서도

홍수에 휩쓸리지 않고

주도적으로 그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도와 준다.


이 책의 저자들이 올바른 성교육을 위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자녀와의 대화다.

결국 양육자의 성교육은

교육이라기보다 성 대화라고 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자녀와 꾸준히 대화를 하다보면

성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질문과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런 신뢰감이 형성된다면

아이가 양육자를 믿기 때문에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숨기지 않고

양육자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성교육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양육자가 메타버스에 대해 아이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휘황찬란한 아바타를 만들어

아이 앞에 양육자의 기세를 뽐내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제페토 등의 메타버스 게임에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 또는 아이에게 배우면서

그 세계에 한 발 들여놓을 것을 추천한다.

아이와 공통 관심 영역을 확장해 놓으면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아이와 양육자가 머리를 맞대고 대처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양육자 또는 기성세대의

메타버스 문화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 인식을 한 꺼풀 벗겨내고

메타버스 세상 속으로 아이와 함께 기꺼이 들어갈 용기를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몸담고 있는 자주스쿨에서

메타버스 성교육에 대한 발 빠른 액션을 취해서

양육자들이 메타버스 성폭력에 대처할 수 있는

중요한 팁과 처방을 내어주신 점에 감사드린다.


많은 양육자들이 이 책의 혜택을 입기 바란다.

메타버스 성폭력에 대한 수사와 법 적용이

좀 더 기민하고 세밀하게 정비 되길 위해서도

이에 대한 양육자의 인식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메타버스 성교육' 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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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전 : 꾀주머니 뱃속에 차고 계수나무에 간 달아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8
장재화 지음, 이지은 그림 / 나라말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옛이야기 속에 나오는 단골 손님들이 있다.

그 중 자주 출현하는 동물이 토끼다. 여러 동물 중에 가장 작고 연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센 동물들을 보기 좋게 골탕 먹인다.

토끼 꾀에 속아 넘어 간 호랑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어릴 적 웃음 보따리였다.


역사적으로 오랜 세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기구한 역사를 이어오면서

당한 설움과 겪은 역정이 약하지만 꾀 많은 토끼로 형상화 되었나보다.

힘센 호랑이를 골탕 먹이면서 강대국에게 받은 수모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나보다.

이렇게 토끼는 옛이야기 속에서 우리 민족에게 사랑받는 짐승이었고, 동일시의 상징이었다.


그 토끼가 바닷 속에 가선 용왕을 보기 좋게 속아 넘긴다.

용왕과 자라의 탐욕을 비웃으며 기지를 발휘해 자칫 위태할 뻔한 목숨을 건진다.

우리 역사에서 이런 순간이 어디 한두번 이었으랴.

고구려 을지문덕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5언시에서

자라에게 이죽거리는 토끼의 모습이 겹쳐지고,

고려시대 거란의 침략에 맞선 서희의 외교 담판에서

용왕에게 대담하게 말하는 토끼 분위기가 느껴진다.

우리 민족은 늘 이런 자그마한 영웅을 그리워했다.

토끼전에 나오는 무수한 중국 사람들과 중국 고전에 대한 인용에도 불구하고,

토끼전이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인 이유가 여기 있다.

  

  국어교사모임의 고전읽기 시리즈의

‘꾀주머니 뱃속에 차고 계수나무에 간달아’의 토끼전은 기존의 토끼전과 다르다.

판소리 판본을 번역해서 그런지 해학성이 뛰어나고 내용이 무척 풍부하다.

구어체의 문장도 술술 잘 넘어간다.

다양한 형용사와 부사의 활용이 통통 튀는 살아 있는 문장을 만들어 낸다.

배꼽을 잡게 하는 표현이 한두 개가 아니다.

기존의 토끼전을 읽었던 사람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보게 하는 책이다.

동화책 수준의 고전에서 맛보지 못했던 음담패설도

야하지 않은 수준에서 감칠 맛나게 무르익어 있다.


가지가지 코너에서 조선시대를 통째로 수술실에 들어가 해부해 보기도 하고,

온갖 물고기 이름을 섭렵하기도 하고, 민화를 감상하기도 하고,

우화소설 속의 동물들과 대화를 해보기도 한다.

지리멸렬하고 갑갑하기도 한 인간 세계에서 벗어나

단순 발랄한 동물의 세계에 들어가 보는 색다른 체험을 하면서,

그 동물들의 모습에서 다시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보게 해주는

일탈과 환원을 통한 통찰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글 내용에 걸 맞는 그림도 책 읽는 기쁨을 배가시킨다.

해학성 짙은 이야기에 꼭 어울리는 캐릭터 풍의 그림이다.

색감도 무척 밝고 상징성도 뛰어나다.

과장된 표현이 끊임없이 입가에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사실화가 갖는 무게감이 없어서

어린애가 장난감을 갖고 놀듯 부담 없이

그림 속 캐릭터들과 어울릴 수 있다.


이런 고전을 접할 수 있는 아이들은 정말 복이 있다.

구질구질하고 청승맞게 느껴졌던 조상들의 얽힌 실타래 같던 삶이

얼마나 경쾌하고 리듬감 있게 재구성 될 것인가! 

‘뜨거운 감자’ 처럼 부담스러웠던 조상들의 질척거렸던 삶이

토끼의 용궁 탈출처럼 얼마나 스릴있게 재부팅 될 것인가!

 

자! 토끼와 함께

바닷속으로 육지로, 공중으로

두루두루 신나게 여행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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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전 : 낭군 같은 남자들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4
장재화 지음, 김형연 그림 / 나라말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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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인 내가 고전읽기를 처음 한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지금 생각하면 교육부 중점시책으로 고전 읽기를 대대적으로 했던 것 같다.
시퍼런 진쑥색의 똑같은 표지를 입고 나온 여러 종류의 고전을 읽고 학교에서 그에 관한 시험을 쳤다. 학교에서 뽑힌 아이들은 도서관에 따로 모여서 한달 가량 고전을 달달 외워야 했다. 그렇게 해서 지역대회에 나가 학교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겨뤘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다. 한번 읽고 나선 재탕으로 읽기 싫어서, 도서관에 모아 놓으면 늘 다른 책을 기웃거렸다.

박씨전도 그 때 고전리스트에 있었던 책이다. 다른 책보다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여자가 주인공인 점도 신났고, 거기다가 변신과 도술까지 나와서 재주에 탄복하며 읽었다. 지금 다시 국어교사모임에서 펴낸 '낭군같은 남자들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 -박씨전을 읽으니 초등생 때처럼 신기한 느낌은 없으나, 박씨라는 여성 영웅을 만들어 낸 그 시대 민중들의 험난하고도 고달픈 세상살이가 느껴져 박씨전이 훨씬 현실감 있게 받아들여진다.
 
 청소년을 위한 고전이 없었다. 동화책류가 아니면 원전이어서 중고생들에게 고전은 시시하거나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는 어려운 책이거나의 양극단에 위치해 있었다. 고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몇몇 명문가의 출판사에서 동화책류를 벗어난 고전 출판이 이뤄지긴 했어도, 인문과학의 통합적인 안목에서 청소년들의 교양을 높이고 옛 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충족시키면서 민족의 유산을 총체적인 안목에서 보게 해 줄 안내서를 겸한 고전책 출판은 이뤄지지 않았다.


 가르치랴, 교재연구하랴, 학생지도하랴, 바쁜 국어교사들이 부족한 시간을 쪼개 고전 번역에 나선 것은 그런 책에 대한 갈증에서 시작된 것이리라. 그래서 국어교사모임에서 낸 고전 시리즈에선 아이들을 향한 살풋한 애정과 섬세한 배려가 갈피마다 진하게 배어난다. 그리고 고전읽기를 통해서 그들의 인생에서 길라잡이 역할을 할 인물이나, 닮고 싶은 모습의 전형을 만날 수 있으며, 부분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코너에서 옛 문화와 현대 우리 문화를 잇는 다리를 건널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대의 모습을 역사적으로 설명해 주는 마디맺음 글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세상의 모습을 예견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박씨전의 주인공인 박씨부인의 활약은 통쾌하다. 늘 수동적으로만 그려지는 유교봉건사회 조선의 여인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녀의 활약은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겠지만, 요즘 여러 가지 현상을 설명하는 데 단순히 과학의 척도로만 자를 수 없는 초과학의 영역이 있다는 걸 과학자들조차 인정하는 점에 비춰보면 반드시 있을 수 없는 일만으론 치부할 수도 없다.
 조선시대 여인 중에서 신사임당이 지금 이 시대 모든 이들이 받들 어머니상으로 군림하고 있다. 비록 소설 속의 주인공이긴 하지만 박씨부인도 조선시대 여인의 한 모범사례로 자리잡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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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시대 - 희망으로 빚는 미래와의 대화
민영주 지음 / 홍익미디어플러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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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고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슬프고 서러운 느낌, 기쁘고 행복한 느낌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내 안에 갇힌 내가 너무 많아서 나의 본 모습을 알 수가 없었다.

세상에 대해서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실존철학에서 말하는 '부조리한 모습'이 세상의 모든 현상을 관통하진 않았다. 기존의 사상과 종교의 교리 등을 이리저리 기웃거려 보아도 내 안의 여러 가지 모습과 세상의 지금까지의 모습을 관통시켜 이해하게 해 주는 열쇠가 찾아지지 않았다. 어떤 사상도 인간과 세상을 희망으로 보게 하는 창이 되지 못했다.

종교나 사회운동도 마찬가지였다. 명확한 미래의 비젼이 없었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종말론적인 사고, '이제 인류는 올 때까지 왔다.'는 비장한 절망 속에 그들 모두가 놓여 있었다. 마치 거미줄 속에 갇힌 나비처럼 그들은 어둔 눈으로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절망만은 아닐진대 라는 생각을 늘 해 왔다. 그러나 암담했다. 어디서 희망을 구하지? 인간의 발길 닿는 곳은 항상 탐욕과 전쟁과 쓰레기로 폐허가 되어 버리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인류와 자신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세상의 미래를 어둡게 바라보는 만큼 나 자신도 한없이 초라해졌다. 한그루 나무가 되고 싶었고, 맑게 지저귀는 한 마리 새로 태어나고 싶었다. 도대체 인간이 쓰레기를 생산하는 것 외에 이 지구에 대해 무엇을 한단 말가? 인간인 점이 뭇생명에게 몹시도 부끄러웠던 날들이었다.

전인시대... 인간이 꽃보다 아름다움을 실증하는 책이다. 인간에 대한 자부심을 되찾게 하는 책이다. 진화의 정점에 서 있는 인간이 모든 생명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음을 이 책은 차근차근히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약육강식과 도태의 역사로 인식되었던 인간의 진화 과정을 인간의 원함과 그 추구의 과정, 인간다움으로의 발전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자신에 대한 희망과 세상에 대한 희망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도 알게 된다. 자신에 대해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자신을 격려하고 돕는 사람만이 세상을 도울 수 있음을 이 책은 존엄하게 일깨우고 있다. 그리고 모든 이가 그렇게 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은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왜냐? 인간은 마음을 가진 존재요. 마음을 쓸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물질 문명이 판치면서 정신과 마음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각종 명상법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그에 관한 책도 꼬리를 물고 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명상의 맹점은 자신을 '무'로 되돌리려 한다는 점, 과학이 이루어 놓은 모든 성과를 부정한다는 점, 인간과 세상을 허무적인 시각으로 본다는 점, 인간의 진화과정을 거슬르고 자신을 거의 식물적인 상태로 만들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명상을 하면 할수록 현실 생활과는 멀어지는 사람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명상을 하는 방법도 그 옛날 석가모니 시절의 고행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자신의 몸을 학대하는 결과를 빚기도 한다.

이 책이 다른 명상 안내서와 구별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혼자만의 피안의 세계로 가는 것이 아닌 세상의 모든 이와 더불어 함께 가는 것, 현실과 유리되는 것이 아닌 현실에서 참됨을 구현해 가는 것, 자신의 몸을 학대하는 명상이 아닌, 자신과 이웃을 소중히 여기는 것에 관한 섬세한 안내가 이 책이 가진 장점이다.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니다. 실천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보는 책이 아니다. 마음으로 느끼는 책이다. 기존의 틀을 한 번쯤 버리고 이 책을 든다면 그만큼 진한 감동이 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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