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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피할 수 없는 메타버스 성교육 - 챗GPT와 메타버스 시대에 맞는 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ㅣ 메타버스 성교육
김민영.이석원 지음 / 라온북 / 2023년 6월
평점 :
‘개인의 운명은 시대의 운명을 거스르지 못한다.’
이 책의 첫 머리에 있는 문장이다.
내가 알건 모르건,
내가 좋아하건 싫어하건
메타버스 세상은 도래했다.
아이들에게 그것은 중요한 삶의 공간으로 현재 자리 잡고 있다.
학교에서 상담을 할 때
나와 아이들 간 나이차가 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의 고민에 공감할 수 있었다.
내 나이가 상담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갑자기 내 이해의 폭이 확 좁아졌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 아이들은 진지하게 몰입했다.
실제로 만나기 위해 중1학생이 타 지역에 가려고 하는데
엄마가 허락하지 않는다며 훌쩍훌쩍 울었다.
인터넷에서 만난 남친을 다른 친구에게 뺐겼다며 자해를 한 학생도 있었다.
그 아이 엄마가 와서 말했다.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는 남자애를 가지고 심각해요, 심각해.”
나도 학부모와 똑같은 마음이었다.
다른 모든 감정과 정서는 세대차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쉬웠는데
디지털 세상에 대한 정서는 참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담자 정서에 대한 이해도 힘들었지만
내담자가 말하는 내용도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아! 내가 좀 더 디지털이나 가상현실의 세계에 대해 공부해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온지 몇 해가 되었지만,
선뜻 그 세계에 발을 내디디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지금 해야 늦지 않는 메타버스 성교육’ 책에 이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메타버스 성교육’은
나의 이러한 고민을 상당 부분 해결해 주었다.
아직 제페토 같은 가상공간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디지털 감성이나 정서를 이해하는 데까지는 나아간 듯하다.
그리고 그런 세계에 대한 마음의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에서도 실감할 수 있듯이
디지털 세계는
원자폭탄에 버금가는 가공핳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방구석이나 서랍 깊숙이 감춰놓고 보던
야동 테이프와는 파급력이나 폭력성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책의 저자들이 말하듯 야동이 아닌 성착취물인 것이다.
이제는 성착취물을 만들어서 유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보유하고 시청하는 사람들까지 처벌 받는 시대가 되었다.
다른 모든 사회 분야의 변화 속도도 빠르지만
성에 관련된 문화나 현상, 법의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현재의 트렌드나 성인지감수성에 발맞추지 않으면
그로 인해 받게 될 피해나 충격도 메가톤 급이다.
책의 저자들이 말하듯
이제는 방안에 앉아서도
메타버스 속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가하거나 반대로 당하기도 한다.
성폭력에 대한 체감도가
본인이 실제로 당하는 것 못지않은 강도를 지녔다고 한다.
가해자의 연령도 깜짝 놀랄 정도로 아주 어린 경우도 많다.
온라인 성폭력은 오프라인으로 쉽게 이어지기도 한다.
‘내 아이는 절대 그럴 리가......’ 했다가 큰 코 다치는 사례가 많다.
디지털 이주민 세대인 양육자들은
디지털 원주민인 자녀들의 디지털 감성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고민과 두려움에 대해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메타버스 성교육’ 책은
메타버스 시대, 양육자의 성교육에 필요한 인식과 고민을
어루만지고 속살거리면서 차근차근 인도해준다.
메타버스가 초래하는 성문화를
양육자가 제대로 알고 적극적으로 대비함으로써
아이가 메타버스 세상의 홍수 속에서도
홍수에 휩쓸리지 않고
주도적으로 그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도와 준다.
이 책의 저자들이 올바른 성교육을 위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자녀와의 대화다.
결국 양육자의 성교육은
교육이라기보다 성 대화라고 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자녀와 꾸준히 대화를 하다보면
성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질문과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런 신뢰감이 형성된다면
아이가 양육자를 믿기 때문에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숨기지 않고
양육자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성교육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양육자가 메타버스에 대해 아이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휘황찬란한 아바타를 만들어
아이 앞에 양육자의 기세를 뽐내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제페토 등의 메타버스 게임에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 또는 아이에게 배우면서
그 세계에 한 발 들여놓을 것을 추천한다.
아이와 공통 관심 영역을 확장해 놓으면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아이와 양육자가 머리를 맞대고 대처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양육자 또는 기성세대의
메타버스 문화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 인식을 한 꺼풀 벗겨내고
메타버스 세상 속으로 아이와 함께 기꺼이 들어갈 용기를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몸담고 있는 자주스쿨에서
메타버스 성교육에 대한 발 빠른 액션을 취해서
양육자들이 메타버스 성폭력에 대처할 수 있는
중요한 팁과 처방을 내어주신 점에 감사드린다.
많은 양육자들이 이 책의 혜택을 입기 바란다.
메타버스 성폭력에 대한 수사와 법 적용이
좀 더 기민하고 세밀하게 정비 되길 위해서도
이에 대한 양육자의 인식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메타버스 성교육' 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부디 그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