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대물림을 치유하는 법 - 얽히고설킨 아픔을 풀기 위한 가족세우기 수업
유명화 지음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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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세우기가 지닌 의미와 성과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독일 버트 헬링거의 가족세우기가 이 땅에 들어온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치유의 위력이나 효과에 비해 아직 한국사회에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다. 독일에서는 너댓 중 한 집이 가족세우기를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헬링거 박사님에 의해 전 세계에 알려진 가족치료기법이다.

그동안 가족세우기에 관한 책이 서점가에 여러 권 출간되어 나온 적이 있다. 대부분 외국인이 쓴 번역본이다. 가족세우기라는 가족치료법은 워크샵에 직접 참가해보지 않고 책을 통해 이해하기가 아주 어렵다. 가족세우기 체험과 경험을 통해서만 이해가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트라우마 대물림을 치유하는 법은 가족세우기에 입문해보지 않은 사람도 책을 통해 이 치료기법에 대한 이해가 가능한 책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우리 현장에서 가족세우기를 오랫동안 진행해 온 분에 의해 써졌기 때문에 문장의 목넘김이 부드럽다. 번역이라는 낯선 건널목을 통과하지 않고 가족세우기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행해진 가족세우기 사례에 입각하여 책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감정 이입이 쉽게 일어난다. 내 일이나 집안일처럼 느껴진다. 주변에서 한두 번쯤 본적이 있는 게 대부분이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근현대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족세우기 공부를 수 년 동안 해왔음에도 가족세우기 원리나 기전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 책은 가족세우기의 원리와 효과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내게 또는 우리 집안에서 일어난 일이나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통찰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동안 나의 성향이나 성격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이 내 것이 아닌 대물림된 것이라는 것도 알아차리게 해준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주변 사람이나 심지어 나의 자식들을 볼 때도 원가족인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느낌과 정서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많았다. 있지도 않은 가상현실을 계속 만들어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덧씌우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 정서 대물림이 진정한 나 자신과 만나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 가족과의 연결 또한 어렵게 만들었다. 내 주변 사람들을 순수하게 그 사람 자신으로 보지 못하고 내가 투사한 어떤 사람으로 대해왔던 것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아버지처럼 늘 전쟁터에 사는 느낌으로 살아왔고, 둘째딸로 태어나서 버려질 뻔했던 엄마처럼 나또한 늘 슬픔에 빠져 혼자 처절하게 살아왔던 것이다.

가족세우기는 이런 모든 것이 가족각본에 의해 대물림된 정서로 인해 빚어지는 일이란 점을 바로 볼 수 있게 해준다. 가족 내에서 구성원들에 의해 제외된 사람이 있으면 그 빈자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것을 대신하는 후손이 나타난다는 사실도 일깨워준다. 이렇게 가족에 적용되는 원리를 이해하면 투사와 동일시에 의해 일어나는 많은 오류와 불행을 줄일 수 있다.

조상이나 부모의 운명을 자기 것 인양 짊어지고 무겁게 언덕을 올라가는 시지프스 역핳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바윗돌 대신 가벼운 배낭을 짊어지고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운명을 즐겁게 살 수 있게 된다. 삶에서 겪었던 트라우마가 자신을 살릴 자원으로 탈바꿈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옛이야기 속의 두꺼비신랑이 허물을 벗고 멋진 남자가 되는 것에 비견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자신과 가족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는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기를 빈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를 보석처럼 귀히 여기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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