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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309동1201호(김민섭)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괜찮은 연구자였고 뛰어난 교육자였다. 10년의 기간. 이 길을 택한 걸 끊임없이 후회했지만 버텨온 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책을 쓴 후 학교를 떠났다. 격려를 기대했던 선배들의 힐난에 충격을 받았다지만 아마 이 길을 택한 것과 같은 이유로 학교를 떠난 것이라 짐작한다.
언론은 이 책의 요지를 맥도날드보다 못한 대학교의 민낯. 신자유주의에 서서히 침윤된 인문 전당의 현주소라 말한다.
물론 이 책은 한국 대학의 너덜너덜한 현실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적어도 나에겐.
저자가 석사 논문을 준비하며 만났던 노쇠한 C박물관 관장과의 일화가 그것이다.
저자는 석사생 시정 학계가 외면한 연구 자료를 구하러 자신의 연구 주제자를 기록하고 기리는 작은 박물관의 문을 두드린다.
대학 연구소장에게 ˝잡일을 돕는 보조˝라 소개 받던 그가 부자연스럽게 자신을 연구자라 소개하며 만난 건 완고하기로 유명한 80대 C관장.
책 복사는커녕 방문객에게 절대 보여주지도 않기로 유명한 그 관장은, 저자가 하고 싶다는 연구와 그 진심의 감동을 받았는지 이틀에 걸쳐 박물관을 뒤져서 필요한 자료를 찾아준다.
저자는 마침내 논문을 완성했고, C관장에게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연락하지만, 노쇠했던 관장이 한 달 전 작고했단 소식을 듣는다.
모르겠다. 내가 전달력이 없어 막상 써놓고 보니 별 것 아닌 일화라 느껴질지도. 그러나 난 자신의 분야에 진심어린 애정으로 대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세대를 교차했던 두 진심들이 부딪쳤던 행복한 열정에 눈물이 났다.
지방시의 저자 309동 1201호는 인문학을 아꼈고 올곧게 연구했으며 학생과의 교감에 행복해 했다. 그런 그가 결국 학교를 떠났단다.
그는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회했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아 버텨냈다고 했다. 4대 보험을 위해 맥도날드에서 일해도 괜찮다고 했다.
나도 나을 것 하나 없는 인생이다. 하지만 그의 후회가 잦아들길 응원한다.
그리고 이 책이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했단 이유만으로 겨우 버텨내고 있는 저자와 나 같은 청춘들에게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