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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크레이그 톰슨 지음, 박여영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올해 겨울 날씨는 정말이지 너무나 추운 것 같다. 여기는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보기가 참 힘든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올해는 벌써 많은 눈을 보았다. 겨울을 생각하면 각자의 추억이 있을 것이고 바로 떠오르는 무엇인가가 있을 테지만 이 책의 저자에게는 다름 아닌 담요가 가장 기억에 남는가 보다.
단순히 만화책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장르는 따로 있었다. 바로 그래픽 노블 이라는 장르이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것을 처음 들어봤는데 무엇인가 보니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이란다. 자세히 보자면 만화책의 한 형태이기는 하나 보통의 소설만큼 길고 복잡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소설만화?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 두께와 크기에 먼저 놀랐었다. 만화책을 거의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는 처음 접해본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이 책이 수상한 각종 수상내역인데 너무나 많은 상을 받아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담요라는 책 제목처럼 작가의 담요에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렸을 때부터 동생과 한방을 썼던 주인공 크레이그는 한 침대에서 한 담요를 덮고 꿈나라에 빠지곤 하였다. 같은 담요를 덮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크레이그는 동생 필과의 기억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였고 또 다른 잊지 못할 기억도 간직하고 있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그는 성경캠프에서 만난 레이나라는 여자아이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레이나의 집에 한동안 지내게 될 때 그녀가 선물로 준 것이 바로 담요였다. 레이나와 이별을 결심한 날 그녀와 추억으로 간직하였던 모든 것을 불태워 없애버렸지만 딱 한 가지 차마 버리지 못한 것이 있다면 바로 그녀가 선물로 준 담요이다.
크레이그의 어렸을 적 가난, 학교, 친구들, 종교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기억, 갈등의 표현을 단순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내가 보는 시점에서는 작가의 의도대로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었던 것 같지만 그림으로 심리상태나 생각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두꺼운 페이지와 책의 크기에 처음엔 조금 놀랐지만 지루할 틈이 전혀 없어서 금새 다 읽고 말았다. 덕분에 잠자고 있던 나의 어렸을 적 추억들을 끄집어내 회상해 볼 수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책을 덮은 후의 느낌은 뭐랄까... 정확히 표현은 못하겠지만 무언가 말 못할 공허함과 먹먹함이 잔잔히 내 마음을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