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부러웠던 친구가 하나 있다. 바로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던 친구였다. 평소엔 내성적인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말을 건네보면 속 안의 열정이 가득함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친구였다. 그가 훌쩍 워킹홀리데이라는 것을 떠나더니, 가서 그릇만 닦고 왔다며 고생한 이야기들을 구구절절이 해 주었지만, 나로서는 참 신세계같은 이야기였다. 그 시절만해도 워킹 홀리데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나 또한 외국을 좋아하고 동경하는 마음은 많았지만 그 친구처럼 실행에 옮길 용기도 없었고, 학업에 치이고 있다는 불안감때문에 학창시절엔 무엇인가 대뜸 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저자도 처음부터 워킹 홀리데이를 안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느날 우연히 중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그를 통해 워킹을 알게 된 것이다. 워킹은 만 18세에서 30세까지만 갈 수 있기 때문에 젊을 때에만 가능한 축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취업과 관광을 동시에 할 수 있다니, 멋지지 않은가? 그 나이가 아닌 사람들은 불법체류자로 돈을 번다는 오명을 쓸 수 있지만, 젊기 때문에 국가가 제공하는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이것이야말로 젊음이 가진 특권이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젊음에의 향수가 바로 워킹이라고 생각한다.

 

뭐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새로운 땅에 떨어진다는 것은 두려움이 앞서는 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앞뒤 상황 잴 필요 없이 일단 저지르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는 용기있게 도전해서 5개월감의 워킹을 경험하였고, 이제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을 보는 안목 또한 바뀌었음을 이 책을 보며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한 청년의 성장 이야기이자, 진솔한 일기장과도 같은 책이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이다. 이 책에는 그녀가 만난 호주 사람들의 이야기, 여행객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인연이 닿아 만났고, 서로 소통했던 이야기는 젊기 때문에 더 크게 받아들일 수 있는 즐거운 체험이고 소통이었던 것 같다. 호주의 문화와 사람들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호주에서 머물렀던 집이나 첫 알바의 경험도 박진감 넘쳤다. 혼자 하는 여행인만큼 위험한 일들도 많았지만, 생애 첫 경험들을 다양하게 하면서 워킹을 즐기고 있는 그녀가 참 부럽고 당당해 보인다.

 

이 책의 대부분을 이루는 사진은 셀프 카메라로 이루어져있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찍는 셀프카메라의 분량이 꽤 많다. 풍경 사진보다 인물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보니, 자신의 자랑스러운 경험을 기록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것 같다. 책이 하나의 물건이 되어 객관성을 유지하고 독자에게 정보를 준다는 개념으로 책을 쓴 것은 아닌 것 같아 사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글을 쓰고 책을 내고 하는 것 또한 도전이다. 전문적인 작가도 아니고, 전문적인 사진사도 아닌 저자가 이렇게 혼자 간직해도 될 자신의 추억을 책으로 냈다는 것 자체도 대단히 용기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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