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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하트 -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은 급변한다. 말은 참 쉬운데, 그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로마 시대든, 조선시대든, 현대시대이든 간에 어떤 사람은 그 시대에 잘 적응해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경제적인 박탈감도 느낄 테지만, 왜 나는 이렇게 힘들지? 왜 이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하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에 생각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라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책을 보면서 그런 불공평함과 불평등을 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음을 배웠다. 또한 경제적인 흐름이나 시대상황등을 알고 나면 지금 내가 속한 세계가 어떻게 흘러들어왔으며 흘러 나갈 것인지 알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작가가 창조한 인물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러한 경제적인 흐름에 대해 위에서 내려다 보듯 보는 시각을 보이는 것 보다는 아래에서 한탄하는 듯한 느낌이 많다. 그리고 그런 느낌이, 직업과 삶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공감이 될 것이다. 나부터도 이 책에 나오는 대사들이 내가 늘 하는 대사들과 같고, 내가 하는 생각들과 같았으니까 말이다.
60년대의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 나라의 특징적인 현상이다. 그 현상 때문에 80-90년대, 그리고 2008년에 부동산 가격이 추락하기 전까지는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릴 수 있었다. 수요층이 그만큼 두터웠기 때문이다. 연금도 잘 돌아갔다. 일하는 인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30대의 사람들은 (그중에는 나도 포함된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 제조업의 일자리가 넘쳐나던 시대는 끝났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연봉의 차이가 없던 시절도 끝났다. 이제는 잘 버는 사람과 더 많이 교육 받은 사람만이 그나마 살아갈 수 있는 세계가 되었다. 도시의 삶은 더욱 그러하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SKY아니면 면접 원서도 못 내본다는 말들이 그런 현실을 반영한다. 책 속에 종종 등장하는 (거의 책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던 그런 세속적인 대사.. 공감을 하면서도 듣기 싫은 소리들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현상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담담함 때문이기도 하다. 딱히 억울하지도 않은, 그런가보다 하는 그럼 담담함이 착잡하게 느껴지지만 슬프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학벌과 경제 구조 말고도 2010년대의 여성이 또 끌어안아야 하는 문제는 결혼의 문제이다. 37살의 미스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고충은 참으로 공감이 됐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그 나이에 솔로 여자라고 하면 큰일나는 줄 알았는데 너무나 무섭게 결혼 풍속도가 변했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야 자신이 중심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다. 이것은 트렌드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결혼에 대한 관점, 슈퍼맘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관점은 여성으로서 참으로 공감이 갔다.
세태 소설은 일반적으로는 신세 한탄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시대를 비판하고 성찰하는 소설인만큼 과거 , 현재, 미래를 아우루는 보편적인 인류의 감성이 표현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지금의 한국에 사는 30대 여성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점이 많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문학적인 잣대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세태소설로서는 가장 문학적인 소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순간의 선택에 혼란스러워 하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흔들림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 하는 인간으로서, 어머니로서, 또한 여성으로서의 감정이 예민하게 표현된 소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