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벽 트루먼 커포티 선집 5
트루먼 카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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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 소설의 거장인 트루먼 커포티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트루먼 커포티라는 인물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티파니에서 아침을 이라는 영화는 대부분의 사람이 알 것이다. 오드리 헵번이라는 여배우 때문에 유명해진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당시에 대 히트를 기록했던 영화의 소설 원작자라는 점은 충분히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뭔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에 대해 소개한 멘트들을 보면,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쌍벽을 이루었던 미국 소설계의 이단아로서, 엽총으로 자살한 헤밍웨이와 술과 마약으로 얼룩진 커포티의 삶 이렇게 비교가 된다. 몰랐었는데 헤밍웨이는 훌륭한 소설들을 쓰기 전에 낚시광이었던 탓으로 낚시 잡지 등의 화보로 명성을 떨쳤고, 커포티는 특유의 세련된 외모와 말솜씨 때문에 TV프로그램의 공식 스타였다고 한다. 이런 인기 때문인지 그들은 가정적인 삶을 살지 못했고 최근의 유명 헐리웃 스타들처럼 결핍된 내면 떄문에 의존할 대상이 필요했었던 것 같다.
 
이 책 속의 단편들에는 그의 그러한 방황들이 잘 나타나 있다. 미리엄, 크리스마스의 추억, 차가운 벽, 추수감사절에 온 손님 등 유명한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무시무시한 분위기 속에서 중산층의 으스스한 느낌의 가정을 느낄 수 있는 단편들도 있고, 독백 풍으로 흘러가는 소설에서 논픽션으로 유명한 작가였던 그의 면모가 드러나는 듯 하기도 했다. 남부 고딕 소설 양식이라는 것에 대해서 처음 알았는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한 시대의 문화 형태를 구축해나가는 문학인들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제각각 여러가지이지만 주조를 이루는 것은 어린 시절 소년과 소녀가 느낀 고독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쟁 직후 유년시절을 불우하게 보낸 저자였기에 따듯한 사랑을 그리워했고, 어른들의 차가운 세계 속에서 헌신적 애정에 목말라했던 그의 기억들이 이러한 주제의 소설을 쓰게한 것 같다. 미국의 남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보수적인 집단이었다. 어린아이는 소외당하기 일쑤였고, 성적인 수수께끼나 인생에 대한 통찰을 명확하게 해줄 어른들이 부족했다. 당시 전쟁 후에는 상류 사회와 중류층에서 정신나간 사교적 활동이 활발하던 시대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올바른 교육에 대한 가르침 보다는 빈약한 지반위에 쌓은 막대한 부로 세련된 의상을 입고 집을 자랑하고 성에 대해 문란한 생활을 즐기던 시대였다. 지은이는 그러한 생활을 하는 상류층들을 지탄하고 비꼬고 있는데,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위대한 개츠비에서 느꼈던 감정과 닮아있었다. 갑자기 부유층이 된 가난한 청년과 돈 떄문에 울고 웃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경제적인 윤택함을 받쳐줄만한 도덕적인 잣대가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 미국이 안고 있는 그 당시의 역사가 이 소설을 통해 명백히 드러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미국의 50년대 즈음의 실생활을 알 수 있는 것도 흥미로운데, 당시에 사람들이 입은 의복에 대한 묘사도 뛰어나서 흥미롭다. 조금 과장된 벨벳 장미 코르사쥬가 달린 챙 넓은 모자라든가 하는 인물에 대한 의복의 묘사는 그들의 가치관을 대변해주는 동시에 당 시대의 풍경을 상상해 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그들이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 만들곤 했던 먹을거리들, 당시 어린 아이들이 벌인 아르바이트 활동들, 금주령이 내려졌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살아가는 서민의 삶 또한 알 수 있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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