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 - 강제윤 시인의 풍경과 마음
강제윤 지음 / 호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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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는 아름다운 곳들이 참 많다. 어떤 점이 아름다워서 사람들은 농촌으로, 산골로 내려가고 싶다는 소망이 있는 것인가? 외국의 화려한 해변처럼 휴양지는 보고만 있어도 그림같다. 모든 것이 잘 갖추어져 있고, 요리하지 않아도 먹을 것이 넘쳐나고 청소하지 않아도 파란 수영장이 아름답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이 아니다. 도시 이상으로 인공적인 곳, 그러나 자연 속에 있는 것 뿐인 장소인 것이다. 반면, 농촌은 불편한 곳이다. 특히 저자가 이 책에서 여행하고 있는 섬마을같은 곳들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도 허다하다. 길에는 꽃이 피어있지만 벌레들이 잔뜩 있고, 길 가에 있는 집도 잘 정리 정돈되어서 아름다운 집들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런 길을 걸으면 고향이 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 고향이 시골이라서 그런 느낌이 더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골로 가면 마음이 편해져서 좋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을 보면 된다.

 

예로부터 시인들과 철학자들은 산책을 즐겼다. 걷는 행위 자체에서 일상의 고단함과는 다른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성찰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한 것은 이미 뇌과학자들에게서도 인정이 될 만큼, 걷는 것에 대한 뇌의 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책도 그렇게 씌여졌다. 걸으면서, 혼자 산책하면서, 전국의 방방곡곡 섬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말이다. 그래서일까.. 자연과 마주하면서 적은 심경을 한줄 한줄 옮긴 저자의 말이 더욱 가슴 속 깊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정적이면서 포근하고, 그러면서도 힘차게 걷는 사람이 상상된다.

 

이 책을 보며 우리 나라에 이렇게 아름답고 호젓하며 사람이 없는 곳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솔직히 나에게 이렇게 인적이 드문 섬 마을로 휴가를 갈 것인가? 물어본다면 고민이 될 것 같다. 도시의 삶이 지치기는 하지만 긴박한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반나절은 즐거워도, 전혀 변하지 않는 풍경과 계속 똑같은 파도를 보면 지루하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이라면 또 이 책이 도움을 준다. 멀고 먼 곳 까지 가지 않아도 그 곳의 풍광을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밭을 매는 사람들과 트랙터를 운전하는 농부들, 수확한 농작물을 손질하는 아낙들, 그리고 처음 본 여행자가 궁금한 아이들의 모습까지.. 사람과 자연, 그리고 동물이 어우러져 살면서 주는 순진함과 순수함의 모든 것을 이 책을 통해 본 듯 하다. 또한 바다는 너무나 아름답다. 가까운 서해 바다나 관광자들이 많은 강릉의 동해바다에는 이런 느낌의 물이 없는데, 물이 마치 계곡물처럼 맑고 아름답다. 이것이 바로 섬에서 사는 사람들이 누리는 축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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