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 메이저리그 124승의 신화
민훈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야구의 재미는 뭘까? 뭐니뭐니해도 투수를 보는 재미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야구를 잘 알진 못하지만, 투수와 포수의 사인을 보고, 투수의 역량을 관찰하는 재미, 투수와 타자와의 기싸움은 게임을 참으로 흥미롭게 만든다. 투수 중에서 가장 기억이 나는 선수가 있다면 단연 박찬호일 것이다. 메이저리그가 뭔지도 몰랐던 사람이 많았던 시절에 야심차게 도전해서 기적적인 승리를 가지고 돌아온 선수. 한국인이라면 그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태어날때부터 승리만을 간직했을 것 같은 이 우직한 투수에게 깜짝놀랄 만한 비밀이 있다. 보통 운동 선수의 최고 전성기가 20대라고 하는 불문률을 깬 것이다. 물론 투수의 경우에는 팔의 힘만 좋다면 육상선수나 축구선수처럼 오랜 시간을 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체력이 받쳐주는 20대와, 어느 정도 훈련과 경기에 적응해서 노련함이 가미된 30대를 훌쩍 뛰어넘어 40대에 데뷔를 했다면..??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인데 이토록 위대한 선수가 나이 마흔이 넘어서 한국 프로야구에 입문했다는 사실이었다. 40이면 이제 아저씨 배가 나올 때이고 체력적으로는 기울어지는 때인데, 이런 때에 프로로 데뷔해서 메이저리그까지 갈 생각을 하다니. 그는 실로 대단한 배짱과 용기를 지닌 인간 그 자체였다. 심지어 그가 데뷔한 첫 해에는 5승 10패를 기록했는데, 나같으면 프로로 늦은 나이에 데뷔해서 실패를 경험했다는 언론플레이에 풀이 죽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진을 극복하고 승리 투수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던 과정이 흥미로웠다.

 

이 책은 그가 던진 공, 그가 치루어낸 경기 하나하나를 해설하면서 전개된다. 이 책의 지은이는 야구에 정통한 사람이 틀림없는데,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경기 결과를 분석해 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을 집필한 민훈기 기자는 1990년부터 2004년까지 14년 동안이나 기자 생활을 하면서 박찬호가 뛴 경기의 대부분을 함꼐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매 경기마다 중요한 순간과 터닝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내고 감동적인 박찬호의 한투 한투를 마치 지금 야구 생중계를 보듯 독자가 느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었다. 박찬호가 특히 잘 던졌던 경기에서는 감동적인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이런 생생함은 바로 현장에 있던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박찬호가 슬럼프를 극복하고 재기하는 과정이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124번째 메이저리그 승리를 거두고 센추리 클럽에 들어간 그는 세계인이 기억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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