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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내가 온다 : 터키, 살며 사랑하며 운명을 만나며 - PARK BUM-SHIN'S TURKEY IN DAYS
박범신 지음 / 맹그로브숲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청소년에게 용기를 주는 박범신 작가의 글들을 읽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그가 청년의 마음,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터키를 여행한 그간의 일들에 대한 에세이이자, 소설이고, 여행기이다. 그는 여행이 주는 경이로운 선물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이 여행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가지게 되었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개인적인 열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그의 친필 글씨와 메모장, 작품사진 같은 포토그래퍼의 사진들이 많다. 처음에는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인 줄 알았는데, 박민정이라는 포토그래퍼와 동행한 듯 했다. 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때론 흑백의 풍경을, 때론 생기발랄한 터키의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2쪽에 걸쳐 커다랗게 인화되어 있는 사진들에서 여류 포토그래퍼의 특별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 (작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여행을 하고 자신이 여행한 기록을 쓴 책들을 보면, 굉장히 주관적인 감정에 대한 것들이 많다. 어떤 장소가 좋았고, 어떤 찻집의 어떤 메뉴가 맛있었고, 나는 이런 저런 것들을 느꼈고, 다시 가 보고 싶은 소중한 기억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역시 박범신 작가는 작가 답게 프로다웠다..!!! 그는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들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독자에게 어떤 장소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해 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성 소피아 성당에 가면 어떤 감동이 있었는지도 말해주지만, 그 건물에 대한 역사적 지식들을 전달해 주는 것이다. 그가 주관적인 감정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소설가 답게 품격있는 어조로 마치 시처럼 표현했지만, 이러한 객관적인 사실들을 전달해 줌으로써 역사의 깊고 넓은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옛 유럽 귀족들은 여행을 놀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듣고 공부하는 것이라 했다. 박범신 작가의 이번 터키 여행은 바로 그런 귀족들의 여행같은 고고한 느낌을 준다.
터키의 곳곳을 찾아다니며, 해협을, 산을, 도시를 거쳐 여행의 시작과 여정에서 만난 것들에 대한 느낌이 특별했다. 작가 스스로 아시아와 유럽 대륙의 중간 지점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터키라는 곳에 대해서 각별한 애정을 지닌 것 같았다. "직선의 삶은 단조롭습니다" 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직선의 삶이 아닌, 돌아가는 삶. 내 주변의 누군가를 보살피고, 내 주변의 무언가에서 감동을 느끼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의미가 있는 삶이라는 것을 여행은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