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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 영화 '남영동 1985'의 주인공 김근태 이야기
방현석 지음 / 이야기공작소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김근태. 그는 어떤 사람인가.. 이 책 속에는 1970년대의 흔들렸던 청춘, 김근태의 삶에 대해서 잘 나와있다. 소설적 재미를 적절히 섞어 쓴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김근태가 직접 작성한 타자기 문건을 토대로, 또 김근태 본인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의 삶을 재조명해본 것이니 중요한 사실은 모두 사실에 근거한 사극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김근태의 어린시절에서부터 학창시절, 그리고 유신체제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대한민국 1970년대를 이 책 한권으로 느낄 수 있다. 이 책 속에는 김근태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인터뷰한 내용이 사실적으로 들어있는데, 소설의 재미를 위해 소설 형식으로 극 중 인물들과 대화하다가도 불현듯 다큐멘터리의 인터뷰처럼 그에 대해 실제 이야기했던 사람들의 기록을 가져옴으로서 사실성을 더하고 있다.
70년대의 유신체제는 우리 나라의 아픈 추억이다. 이에 대한 영화가 대통령 선거 전에 나와서 뭔가 정치적인 배경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하지만, 사실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언제든 되짚어 봐야 할 아픈 추억이 바로 이 시대의 이야기이다. 박정희의 반대자들에 대해서 폭력으로 탄압하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런 폭력적 탄압을 통해서 질서를 세워야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로 꼬드기던 바로 그 시대.. 이것에 대항하던 건 대학생들이었고, 대학생들의 힘만으로 정치 체제가 바뀌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정치인들은 행동하지 않고 성명서같은 것이나 발표하고, 실제로 시위하고 움직이고 피흘리는 것은 대학생이었고..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과거이다. 그 때 우리 국민들은 무엇을 했다는 것인가. 김근태가 이 때 어떻게 친구들을 도왔으며, 전국적인 유신 반대시위에 참여한 기록, 박정희가 이런 학생들을 지하조직으로 간주하고 인민 혁명을 일으키려는 것이라며 특별담화문을 냈던 것 등 생생한 그 시대의 현장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한 번 투사는 영원한 투사이다. 누군가는 비겁하게 뒤에 숨었지만, 또 누구가는 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힘이 되고자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뿔뿔히 흩어진 뒤에도 우리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뛰었던 수많은 열사들.. 그들의 희생과 사랑을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시대상황이 영화 세트처럼 박진감있게 구성된 이 책.. 그 시대의 수많은 사건들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는 이 책. 소중한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나부터의 희생이 필요하다. 그들이 지켜냈던 민주주의를 우리는 늘 눈뜨고 감시하고, 지켜야 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