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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국가대표 - 이제 다시는 만들어질 수 없을 최고의 국가대표팀
김은식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2년 11월
평점 :
1982년이면 내가 태어난 해이다. 1982년에 프로야구가 출범했다니, 야구 보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역사에까지 관심이 많지 않아서 몰랐던 사실이지만 뭔가 뜻깊은 해였구나 싶다. 비록 프로야구가 국민들이 정치에서 멀어지게 만들기 위해서 출범했다는 말이 있고, 그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프로 야구의 출범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는 하다. 대통령이 야구계에 엄청난 지원을 함으로써 생긴 프로야구단은, 이상하게도 출범했던 해에 정상급의 스타 선수들이 참여하지 못했다. 왜일까? 그 해에 바로 제27회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가 서울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분명히 국가에서 선수를 선발함에 있어 마찰이 있었던 게 당연했을 터.. 이 책은 그 당시 상황적 배경을 상상하면서 국가 대표의 선발과정과 훈련과정, 그리고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이김으로서 첫 우승을 일궈낸 드라마같은 역사를 소설로 재탄생시켰다.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는 1982년 국가대표 투수였던 임호균씨가 직접 쓴 그 당시 이야기들이 생생히 전달되어 있어서, 사실을 바탕으로 쓴 '팩션'소설의 진정성을 더해주고 있다.
책의 첫 부분에는 임광정 야구협회장과 이용일 프로야구 위원회장의 선수뽑기 거래가 팽팽하게 진행된다. 프로야구 원년을 장식할 의미있는 무대에 더 많은 스타선수들을 데려오고자 하는 한 편과, 국가적인 행사에서 망신을 당할 수 없으니 선수들을 아마추어로 뛰게 해 달라는 두 사람의 입장이 팽팽했다. 결국 9명의 대표선수 중 현재 아마추어인 2 사람을 제외한 7명만을 데려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게 된다. 이후 선수들 한 명 한명의 생활이 조명된다. 이 때부터 작가의 소설가로서의 재능이 빛을 발한다. 집에선 부인과 무슨 이야기를 했을지,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어떻게 대화했을지 상상하면서 선수들이 그 당시 가졌을 현실적인 고민들과, 국가대표로서 맡게된 책임에 대한 애국심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우후죽순으로 모인 최약체 팀이라는 오명을 쓰고 시작했던 이들이 연습과 훈련을 통해 어떻게 경기력을 상승시켰는지, 팀원 간의 끈끈한 우정을 만들어 나가며 경기 내용들이 좋아지는 과정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도 꼼꼼히 경기 상황이 묘사되어 있어서, 마치 경기 내용을 중계하는 것을 보듯이 그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1982년 국가대표 선수. 임호균, 이해창, 심재원, 김재박, 최동원 , 유두열. 이렇게 여섯명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만나게 되었으나, 그들이 일군 승리의 기록은 아직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이들은 비록 프로야구 원년멤버라는 타이틀을 딸 순 없었으나 프로가 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더욱 빛났던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30년이 지난 지금 흐릿해져 가는 그 날의 감동을 재조명해 준 이 책 덕분에 그들의 태극마크는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