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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 달리아
신혜진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8월
평점 :
퐁퐁 달리아 라는 말이 참 이쁘다. 이 책의 제목 퐁퐁 달리아는 7개의 단편 중 첫 작품인 <로맨스 빠빠>에 나오는 내용이다. 일본의 여류시인이 한국의 한 시골 마을에 와서 주인공의 가족들과 함께 지낸 후, 일본으로 귀국하여 책을 냈는데 그 책에 나오는 시의 한 구절이다. 이쁘게 생긴 여류시인을 좋아하게 된 아빠의 모습과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가족들의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져있다. 시골의 구수한 사투리를 들으며 농촌으로 퐁당 들어간 느낌이다. 소설의 시점은 1인칭 시점으로 아버지의 딸을 통해 드러난다. 이 시선은 그들을 바라보는 여류시인의 객관적인 시선과 대비되어 소설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 책의 단편들 제목을 보자면 아버지가 사랑에 빠진 <로맨스 빠빠>에서부터, 바겐세일, 활명수, 젖몸살, 대신 울어드립니다, 겨울 유원지, 밤소풍이다. 단편들의 내용들은 전부 서민적이지만 낭만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로맨스 빠빠>에서는 아버지가 다른 여자를 생각하며 헤벌레 있지만, 가정을 깨부술 정도는 아니고, 어머니가 우울증에 걸리고, 이혼을 하고, 아이들이 고아가 되지는 않는다. 너무 심각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우스꽝스러운 삶의 일면을 그리는 느낌이다. 작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경찰서에는 가지 않는 정도랄까.
자신의 마음을 활짝 펼쳐놓는 건 소설 속에서나 가능하니 말이다. 사실 사람들은 이렇게 작은 일에 울고 웃는데, 겉으로만 근엄한 척 하는 것이고 가장 순수한 어린아이이자 가까운 사람의 눈으로 보면 어른의 행동이 다보인다는 것에서 풍자의 한 면을 볼 수 있다. <바겐세일>은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j의 이야기이다. 백화점 근무 2주차인 j는 고단한 생활 속에서 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알바를 찾는다. 우연히 알게된 산부인과 난자 기증이 바로 그 일이다. 불법이긴 해도 불임부부도 돕고 돈도 번다는 이야기에 동의서에 사인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시대의 청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딪힐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이책은 모든것을 가진 엄친아의 이야기가 아닌 수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그 시선은 퐁퐁 달리아라는 책의 제목처럼 차갑지 않다.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우리 시대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가진 것 없이 살아가는 서민들의 이야기이지만, 치열하지 않다. 가진 것이 없어도 넉넉할 수 있는, 왠지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것 같은 여유로운 자만이 누리는 삶의 희노애락에 대한 고민을 이들은 진하게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이들이 슬퍼보이지 않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