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대한 꿈을 꿨다 - 소프트뱅크 공인 손정의 평전
이나리 지음 / 중앙M&B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최근 결핍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람이 가지지 못한 것으로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핍을 바탕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생성해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난한 것, 배운 것이 없는 것, 사랑받지 못한 것, 가족이 온전치 못했던 것은 절망의 원인이라 할 수 없다. 절망의 원인은 내 마음자세이며, 그것은 결핍을 에너지원으로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족하지 못하는 삶에서 벗어나려는 발버둥은 결핍된 자만이 더욱 간절하게 꿈꿀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손정의씨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오르고 싶은 산을 정해 오르는 것은 이름도 돈도 필요없고 지위도 명예도 다 필요없는 일이라 말한다. 오직 뜨거운 마음을 지닌 자만이 모든 것을 깨부수고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말한다.

 

이 책은 제일 교포 3세로서 자신의 나라가 아닌 곳에서 성공을 일구어 내고 신화가 된 한 소년의 일대기이다. 그의 할머니는 14살에 일본으로 시집을 와 일본땅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분이었다. 또 손정의의 아버지는 일곱형제 중의 하나로 태어나 생업에 힘을쓰며 결핍을 극복하고자 했던 분이었으나 어렸을 적 손정의는 번지도 없는 양철지붕의 집에서 살았다. 어렸을 때 그를 가장 당혹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러나 가난이 아닌 국가의 차별이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지만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거절당했던 어렸을 때의 상처는 그에게 그런 궁금증을 품게 했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에 와서 그는 한국도 일본도 자신의 마음의 고향은 아니라고 말한다. 인터넷이 자신의 고향이란다. 30년동안 정보기술을 공부하고 그 속에서 살아왔으니 마음의 고향이 인터넷이라고 하는 손정의씨의 말이 새삼 진정성있게 느껴진다. '손'이라는 성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국 사람임을 자부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할아버지의 고향이며, 자신의 근원적 뿌리이지만 자신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는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해달라고 말하는 점에서 많은 인종이 섞여 사는 미국땅을 떠올렸다. 가끔 우리 나라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자녀가 TV에 등장하고는 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자신의 '뿌리'라는 것이 바로 손회장이 말하는 개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기업 경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자신이 어떻게 기업을 일구어왔고, 그의 지론은 무엇이며, 위기에 봉착했을 때 어떤 상황이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위기들을 극복했는지에 대해서 드라마같은 그의 일대기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들은 자신의 자랑과 영웅심을 위해 풀어낸 것이 아니었다. 이런 부분들에서 손회장의 겸손과 뜨거운 열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 손정의 평전이라고 이 책을 칭하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그의 훌륭함을 어필하는 책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그의 3무 경영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그의 경영에는 3가지가 없다. 어음이 없고, 부동산이 없고, 주거래 은행이 없다. 어떻게 이런 회사가 있겠는가. 어음을 마약과 같다며 멀리하고, 소프트뱅크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지만 사옥이 없다. 부동산은 땀흘려 이룬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이런 사람이 우리 나라의 핏줄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낀다. 비록 그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자신의 근원-뿌리라고 한국을 칭했지만 다소의 민족적 자긍심을 느끼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는 그의 이런 청렴함이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고, 자부심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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