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핍을 즐겨라
최준영 지음, 림효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4월
평점 :
우리나라의 전후 시기, 모두가 궁핍하고 어려웠을 때가 지금으로부터 불과 50여년 전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기동안 열심히 일하고 부를 성취하기 위해 어떤 사람들보다 애써왔다. 그래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것이다. 가난에 시달렸기 때문에 가난을 내던지기 위해 노력했고, 꿈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역사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은 많은 이들이 결핍을 극복한 사람이다. 이 책에서 예를 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사생아라는 결핍을 극복했고, 스티브 잡스 또한 입양아였다. 그들은 가족에 대한 결핍을 가지고 있었지만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결핍이 주는 긍정성에 주목하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결핍을 뿌리치지 않고 자신의 삶의 에너지로 키웠던 저자 자신의 이야기에서부터 꿋꿋이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웃 소시민들의 이야기까지 결핍에 대한 위로와 긍정을 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선 1장에서는 출발부터 가진 게 없다고 여기는 당신에게, 라는 것을 부제로 하여 비어있어야 채울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 등장하는 문학적 주인공에서부터,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직면했던 오디세우스의 신화 이야기, 7년간 머물렀던 대학을 그만두기로 결정하면서 많은 사람의 반대를 무릅썼던 자신의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정릴되어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삶은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고 결핍에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핍을 대하는 자세가 중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결핍도 분명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사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외로운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알고 다가갈 수 있다. 결핍된 존재가 만나 서로의 결핍을 어루만져줌으로써 사랑도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2장에서는 상처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많은 소설과 시를 인용해가며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서양의 많은 철학자의 사상과 훌륭한 소설가의 소설내용들, 영화의 대사들, 시의 한구절.. 저자가 인용하는 예는 정말 다양했다. 읽으면서 그의 방대한 독서량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곳곳에 등장하는 예시들에는 경계가 없었다. 누군가의 에세이에서 들었던 말들, 서양과 동양의 고전에 나온 말들 등 역사와 고전, 최신의 영화와 수필, 자기발전서까지 가감없이 독서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가히 다독하는 사람이라 이름붙일 만 하다.
저자는 3장과 4장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가져가야 할 것을 아는 성숙한 인간이 되기를 강조하고 있다. 요즘 세상같이 결핍이 무슨 죄인양 숨길 것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위축됨은 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마음자세에 따라 세상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독자에게 속삭이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