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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쁨 1 - 영처클럽의 탄생 ㅣ 인간의 기쁨 1
유상석 외 지음 / 인간의기쁨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누구나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재능이 있는 시인이라면 시대에 이름을 남기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글을 쓰고싶어 하고, 글을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왠지 마음이 무거운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최근에 읽은 박범신님의 수필집에도 그런 말이 써 있다. 뭐 대단한 이야기를 쓰는 것도 아닌데 한줄 남기지 않으면 하루가 무거워서 페이스북에라도 한줄씩 남긴다고 말이다. 그런 유명한 작가님의 페이스북에는 그를 따르는 동문에서부터 후배, 팔로워들이 많을테지만, 일반인으로서 그런 업보 (?)를 가진 사람은 어디에 글을 쓰고 공유할 것인가? 이 부분을 고민으로 하면서 모인 이들이 있다. 바로 당나귀아빠, 김현, 유상석, 주은정, 김유진, 정용선, 배진한, 김지영 작가님들이다. 이 분들의 글로 엮여진 이 책은 참 이쁘고 착하다. 누군가의 소망으로 이루어진 책이라고 생각하니 아름답다. 곳곳에 놓인 어린아이들의 사진과 작가 본인들의 어렸을 적 사진들도 참 이쁘고 참하다. 책도 그들의 소망만큼이나 꿈을 품고 하늘거리는 민들레 꽃씨같아서 참 가볍고 좋다.
영처클럽이 무엇이냐. 나도 그것이 제일 궁금하였다. 서문에서 그 해답을 명쾌하게 주고 있는데, 영처라는 것은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에게서 나온 말이다.그는 자신의 글쓰기를 일러, 어린아이가 장난치고 노는 것과 같은 타고난 천성이라고 말했다. 또한 남이 볼까봐 부끄러워 하는 마음이 마치 부끄러운 처녀같다고 하여 자신의 문집을 <영처>라고 하였다. 참으로 잘 들어맞는 말이다. 이 책의 필자들은 모두 평범한 시인들이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내가 겪은 일들, 혹은 내가 좀 더 나이가 들면 격을 일들을 이들은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선배의 조언을 듣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누군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느끼게 된다. 나 혼자만 갇혀 사는 시간이 많은 나로써는 이렇게 평범한 시인들의 생각에서 공감도 느끼고, 남이 보는 세상은 어떨까 하는 점도 알 수 있게 된다. 이들은 연령대도 다양하고 성격도 다양하다. 어떤이는 겉으로는 아주 평범한 40대 아버지로서 아이들이 두 명 있는 가정을 꾸리는 사람이고, 어떤 이는 보헤미안처럼 헤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느끼는 것은 시인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방황하는 것은 같으나 보여지는 것만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엔 마음을 편하게 하는 무엇이 있었다. 나 또한 같은 방황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간만에 좋은 책을 만났다. 평범함이 이렇게 위대하다는 것을 오늘에야 느낀다. 예전에 좋아했던 페이퍼라는 잡지를 읽는 것 같았다. 저마다 감성 가득한 사람들의 내밀한 일상과 마음의 소리를 듣는 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평범한 삶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것이 바로 영처 클럽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이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