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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 박범신 논산일기
박범신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4월
평점 :
최근 영화 <은교>의 인기 때문에 박범신 작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빈방 등의 단편들을 본 적이 있는데, 사실 박범신 작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는 못했다. 이 책은 박범신씨가 고향인 논산에서 머물렀던 2011년 11월과 12월, 그리고 2012년 1월과 2월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멋진 사진들과 논산을 표현하는 섬세한 필체, 그리고 박범신 작가의 소설 속에 나왔던 문구까지 인용되어 한 편의 시를 보는 듯 하였다.
박범신 작가는 고향에 머물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강경중학교, 남성 고등학교를 다니며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고 있다. 작가가 예전 학창시절에 다녔던 통학열차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 시대에는 학교가 멀리 있어서 통학기차라는 것이 있었는데, 요새 서울의 대학생들이 지방의 학교로 통학을 다니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 기차를 이용하는데 이 때에는 고등학교때 부터 그랬다니 왠지 그 때의 고등학교가 지금의 대학교가 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러한 일화 속에서 작가가 썼던 작품 속의 글귀가 인용되어 더욱 아름다운 글을 만들고 있다. 소설 속의 글귀 만큼이나 이 책에 나오는 수필의 글귀들도 멋이 있었다. 글은 한자한자 수필과 시의 경계를 지나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저자가 일기를 쓰듯 펼쳐나간 이 책의 순서는, 하루하루 논산에서 보낸 저자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집 앞 가로등에 새로 불이 켜진 일이라든가, 파와 배추를 다듬은 날이라든가, 고향 후배들과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 치과에 다녀와 이를 빼면서 이가 소중한지 혀가 소중한지 사유해 보는 것들 등 일상적인 사건에서 시인 특유의 세상에 대한 깊이있는 시선과 삶에 대한 통찰이 돋보였다.죽을 날까지 날 시퍼런 현역 작가로 살고 싶은 꿈이라든가, 논산의 눈덮인 산야를 바라보며 애정을 드러낼 때에는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늘 고민하는 저자의 가치관과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졌다.
멋진 그림들도 많다. 겨울의 새파란 하늘이라든가, 논산 지방의 사찰들이라든가 유적지들, 눈덮인 나무와 들, 산과 강에서 아름답게 노을지는 모습, 그리고 시인 자신의 모습을 담은 찰나의 순간들 등 멋진 사진들이 많다. 저자가 직접 찍은 듯 하다. 박범신 작가의 사진에 대한 조예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