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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 -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의 유쾌 발랄 활력 처방전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민숙 옮김, 에리히 라우쉔바흐 그림 / 은행나무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정말 재미있고 웃긴 책이다. 책의 날개에 웃기는 의사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의 사진이 나온다. 세잎클로버를 입에 물고 찍은 사진이다. 근엄하게 살아도 충분할 의사가, 이런 (살짝 과도하게 순수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괴짜인지 알 수 있었는데, 그것은 책을 보기 전의 인상이었을 뿐이었다. 실제로 책을 봤을 때에는 그의 안에 자리잡은 괴짜의 본성을 훨씬 더 많이 알 수 있었다..^^
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 이 말은 완전히 의학적으로 맞는 말이다. 물론 간경화로 간이 쪼그라들기도 하고 단단해지기도 하지만 해독해야 할 것이 많을 때에 간은 점점 더 부풀어오르게 된다. 건강한 장기일때는 건강한 분홍빛의 윤택이 뚜렷하고 아름다운 장기이지만, 해독해야 할 것들이 많을수록 간은 지독하게 변해간다. 이 책의 제목은 '간'이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그 분야가 대단하다.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 인간과 동물 (심지어는 초파리와 진드기도 등장한다!) 그리고 건강과 질병, 음식, 의사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들이 등장한다. 정신과적인 문제로서 인도와 명상, 겨울 우울증이 등장하고 섹스와 관련된 눈길이 가는 이야기들도 많다. 일반인들이 충분히 흥미를 느낄만한 문제를 적절한 의학적 상식과 더불어 폭풍같은 위트로 웃음을 주고 있다. 귀가 번쩍 뜨이는 주제들이 많기 때문에 한 챕터 한 챕터마다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손을 못 놓게 하는 책은 빌 브라이슨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다!
이 책은 본격적인 의학서가 아니다. 의사가 썼기 때문에 목적이 의학적인 진실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유머를 빌린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에세이와 유머집의 중간 쯤에 있는 것 같다. 자신이 겪은 생활속의 크고 작은 일을 중심으로 유머를 전해주는 것이 에세이라면, 이 책도 자신이 아는 의학적 상식을 바탕으로 웃음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에세이와 공통점이 있다. 일상적인 일에서도 (샤워를 한다든가 요리를 한다든가 하는) 그는 의사이므로 의학적 상식을 떠올리게 되고, 그로부터 재미있는 가설들을 세우기도 하고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꼭 지식을 전달해 주기 위해 책을 쓴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책은 너무나 재미있다. 같이 읽은 가족들도 너무 재미있다고 웃음을 연발했다.^^ 이 분의 팬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