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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 이어령 바이블시학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귀여운 스마일이 아름다운 표지이다. 이어령 바이블 시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성경을 알면 사람이 보인다' 라는 것을 주제로 하여 365일 성경 말씀으로 읽을 만한 내용들을 강의식으로 풀이한 책이다. 시와 소설처럼 누구나 쉽게 읽는 성경.. 성경은 해석해주고 풀이해주는 책이 많아서 그런 책을 읽으면 일상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점이 좋다. 불교 서적들은 그런 불경 풀이집이 많지 않고 발달된 시장을 가지고 있지도 않아서 산으로 꼭꼭 숨어버리는 느낌인데.. 이 책은 귀여운 미소만큼 상큼하고 편안하게 독자에게 다가온다. 어투가 구어체라서 읽기가 참 좋았다.
글쓴이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을 책의 제목으로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당신은 밥만 먹고 사느냐? 라고 물으면 돈과 권력만을 추구해온 세속적인 인간이라도 직접 그런 말을 들으면 아니다 라고 얼굴을 붉힐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 속에 수없이 접었던 어린 시절의 꿈과 좌절의 아픈 기억이 자리잡고 입기 때문이다. 그처럼 빵이라는 말에는 먹고 사는 것 외에도 다른 상징적인 의미가 많다. 우리 나라에서 밥한끼 먹자! 라고 말 하는 것 처럼 서양에서도 먹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성경은 서양의 것이라 성경 내용 속에 밥이라는 말은 한 군데도 나오지 않으니, 저자는 밥이 아니라 빵이라는 말을 쓴 것이다. 빵이란, 단지 먹는 것 뿐 아니라 지상의 음식이 하늘나라의 것으로 비유되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성경의 여러 구절을 들어서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소설은 쉽게 읽히지만 성경은 그렇지 않다. 예수님의 말씀을 아주 어렵게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성경에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들은 율법학자들이 들으라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대체로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어부나 양 치는 일반 대중들에게 한 말씀이시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의 말씀을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모두가 읽을 수 있게 책을 펴낸 것은 또한 예수님의 뜻을 잘 받들은 저자의 축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시인의 직업적 정신을 살려서 중간 중간 아름다운 화폭과 함께 좋아하는 시들을 보여주는데, 챕터가 바뀔 때 마다 쉬어가는 페이지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언어를 전하는 시인이 이렇게 성경의 말씀을 해 주니 그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시어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통 사람이 선택하는 언어와 다른 부드러운 언어로 책을 시종일관 따뜻하고 청명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