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K의 미필적 고의 - 이춘길 소설집 걷는사람 소설집 3
이춘길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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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을 여러편 묶어놓은 책.

제목부터 어떤 내용일지 너무 끌리는 책이었다. 처음 읽게 된 단편이 형사K의 미필적 고의다.

이 단편 말고도 뒤에 차례로 나오는 단편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자신도 몰랐던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의도치 않았던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알고 싶지 않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도 몰랐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 사이에서 벌어진 또 다른 결과앞에서 합리화를 하고 싶은 것도 있는 것 같다.

 

읽으면서 내내 뭔가 끝이 바로 맺혀지지 않는 점이 뒤끝이 남는다. 그래서 읽고 또 읽었나보다. 그러면서 또 다른 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기묘하게 구성된 은폐와 왜곡이 호기심을 자극하다가도.

주인공들이 행하는 상식 밖의 선택과 태도가 이야기 끝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쉽사리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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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실적 명제라는 질료를 삼는 픽션 특유의 가능성을 서스펜스의 문법과 엮어, 독특한 메타적 글스기를 구현하는 이춘길의 스타일은 오늘날 픽션의 위상 자체를 태도로 삼는 반사실적 글쓰기의 흥미로운 일례이다.

따라서 이춘길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세계의 이치 혹은 진실에 대한 다채로운 반사실적 명제의 양식을 확인하는 일로서 카운터-펙트체크를 하는 일이라 주장하고 싶다.

일어난 사실의 가부를 '확인'하는 팩트체크와 달리 카운터-팩트체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채 '사실'이 되지 못한 인간사의 반사실적 편린들을 탐험하는 일이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오늘날 픽션의 존재론적 위상을 탐험하는 시도와도 무관하지 않을진대, 이춘길의 첫 번째 소설집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것을 끊임없이 심문하는, 반가운 하드보일드메타-수사일지이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함께 지켜보자.

 

_p263

 

 

 

< 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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