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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집 ㅣ 스토리콜렉터 33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5년 7월
평점 :
‘링컨과 케네디의 공통점’ 이라고 검색어를 치면 재미있는 게시물들이
많다. 100년을 간격으로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몇 가지 사실들이 지금까지도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있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마치 알려지지 않은 세상의 비밀을 발견해낸 것 같은 희열감 같은 게 느껴진다.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도 보이지만 말이다. 사실 이런 예는
참 사소한 것이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일련의 사실이나 현상에 대해
규칙을 찾는 것 말이다. 왜냐면 학문적으로 증명이 됐건 아니건 간에 세상에는 이미 너무나도 많은 규칙이니, 법칙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누구나 은연중에 하는 것 아닌가? 일을 할 때나, 공부를 할 때나, 사람을 만날 때나, 아무 생각 없이 어딘가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할 때도, 그것과 그것 혹은 나와 그의 공통점을 찾고 있던 적이 한번이라도 있지 않나? 그렇게 비슷한 점을 한 가지 발견하면 호기심이
일고, 두 가지를 발견하면 신기하고, 세 가지를 발견하면 운명임을 느끼고 뭐 그런 것 아닐지. 그런데 그런 공통점을 전혀 다른 다섯 가지
사례에서 발견하게 된다면? 그건 호기심을 넘어서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 되는 거다.
미쓰다 신조의 책 『괴담의 집』은 그런 이야기다. 있을 수 없고, 있을
리 없다고 생각되는 어떤 ‘존재’와 그 ‘존재’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이야기인 것이다.
“전혀 다른 두 가지 이야기인데도, 어쩐지 비슷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선생님께서는 이런 왠지 모를 섬뜩한 감각에 사로잡힌 경험이 없으십니까?”
수집한 괴담을 테마로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작가 미쓰다 신조는
편집자 미마사카 슈조의 제안으로 어쩐지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는 두 원고를 받아 읽게 된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원고들이 더 발견되면서 출처가
다른 다섯 개의 원고가 모이게 된다. 그 원고들에서 공통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는 있을 리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그야말로 괴담에서나
만날 법한 그것이다. 수년에서 수십 년의 시간 간격을 두고 쓰인 원고들에서 발견되는 그것의 흔적으로 미쓰다 신조는 어떤 ‘존재’의 실체를 추리해
낸다. 그것은 아마 현실세계에 아직도 존재하고 있을 터이다.
뭐 그런 이야기다. 『괴담의 집』이라는 제목을 들으면 이미 알겠지만,
집에 사는 무시무시한 것에 대한 이야기다. 흥미로운 주제지만, 이미 도입부에 ‘어쩐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전개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점이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다. 두 번째 이야기 까지는 흥미롭게 읽히는데 세 번째, 네 번째로 갈수록 전개가
예상되고,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레퍼토리가 반복돼서 읽기 지루하다. 불가사의한 ‘존재’에 대한 실마리를 주는 다섯 번째 이야기가 그나마 다시
흥미를 돋우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의 미스터리를 밝혀내는 미쓰다 신조의 추리가 이어지는 종장은 기대만큼 흥미롭지 못하다. 이미 독자들은 다섯
개의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어떤 ‘존재’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것을 새삼 되짚어 설명하고 있어서 지루했고, 그것을 설명하는 방식도
일본의 지명에 익숙지 않은 한국 독자들에게는 낯설기만 할 뿐이다. 종장이면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미스터리가 해소되는 그런 재미가 있어야 되는데,
미쓰다 신조의 스타일상 그렇게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않는다는 점도 허무함을 느끼게 하더라.
이 책은 작가 미쓰다 신조가 도조 겐야 시리즈중 하나인 『유녀처럼 원한
품는 것』을 쓰는 도중 겪은 괴이(?)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유녀처럼 원한 품는 것』을 집필하는 과정이 간간히 소개된다. 해서 오히려 이쪽 책에
대한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타 출판사에서 일 년에 한 권 정도는 도조 겐야 시리즈를 내줬었는데 올해는 소식이 없다. 다음에 나오는
편은 어떤 편일지 모르겠지만 『유녀처럼 원한 품는 것』이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미쓰다 신조도 나름 다작하는 작가지만 확실히
데뷔작이었던 작가 시리즈나 도조 겐야 시리즈를 제외하고 스탠드 얼론으로 나오는 책들은 기대치만큼의 재미를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나름 애정하고
있는 작가인데, 갈수록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