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길고양이 행복한 길고양이 1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사실, 고양이들의 행복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적당한 포만감과 따뜻한 햇볕, 편안한 잠자리만 있으면 세상 그 어느 것도 부러울 것이 없다. 그에 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는 행복이라는 걸, 우월함과 착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 p.18
 
   


 
저자는 자신의 사진 모델이 되어주던 늙은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부터 길고양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것은 떠나버린 늙은 친구에 대한 저자 나름의 애도였을 것이다. 길고양이들을 관찰하고 사진에 담으면서 길고양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던 저자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을 하게 된다. 길 위의 위태로워 보이는 길고양이의 삶에도 우리가 생각치 못하는 여유가 있고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저자는 길고양이들의 사랑과 여유와 행복을 사진에 담았다. 이것을 보는 누군가가 고양이들과 같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여라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진들로 조금은 그들을 덜 미워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사람들은 길 위의 고양이들에게 냉담하다. 기분 나쁜 소리로 운다고,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헤집어 놓는다고, 더럽다고, 그냥 싫다고. 길 위에 생명들의 삶이란 모두 하나같이 고달프고 처절할 것이겠지만 길고양이의 삶이란 아마 몇 배는 더 고되리라. 길에서의 위험과 사람에게서의 위험 속에 하루하루가 고양이들에겐 고달프다. 맘 놓고 배를 채울 곳도,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곳도, 편히 눈 부칠 곳도 마땅치 않은 것이 바로 길 위에 고양이들의 삶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고양이는 발정기 때 기분 나쁜 소리로 울고, 굶주림에 지처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뒤지고, 온갖 도시의 오염에 찌들어 더러운 몰골이지만, 누군가를 의지하고 기대고 싶어 한다. 그들도 가족을 꾸리고 무리를 거느리고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간다. 길 위에서 누군가가 비극을 맞이하면 슬퍼하고, 남겨진 누군가의 자식을 거두어 키우고, 동료를 의지하고 가족을 사랑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낸다. 

 사람은 그들을 혐오하고 싫어하지만, 그들은 때로는 사람을 따르고 싶어 한다. 친절을 베푼 사람은 잊지 않고 반기고, 아닌 척 하면서도 주인처럼 믿고 의지한다. 빨간 지붕 위에서 재개발에 밀려 집을 버리고 떠난 친절한 이를 기다렸던 그 고양이도, 자기를 보살펴준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떠난 그 늙은 고양이도, 그저 사람을 유난히 잘 따랐던 독립문 상가의 검은 고양이도 사람을 좋아했고 또한 기대고 의지했다. 흔히들 고양이를 영악스럽고 자기밖에 모르는 짐승이라고 매도하지만, 그런 의식과는 상관없이 고양이는 정이 많은 동물이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조금 남다를 뿐이라 오해를 받는 것이리라.
 

 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것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고양이의 모습들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서로 의지하고 보살피며 길 위에 서 있는 고양이들의 여유와 익살과 호기심을, 때로는 그들의 권태와 슬픔과 애처로움까지도 마치 고양이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절묘하게 포착해 냈다. 고양이가 이렇게 다양한 표정을 갖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참 생생하다. 그리고 거기에 관심 갖지 않으면 절대 모를 고양이들의 사정도 적어넣었다. 한마리 한마리에 이름을 붙이고 그들이 가진 사연을 전하는데 참 하나하나가 절절하다.  

독립문 상가의 사람을 유난히도 잘 따르던 검은 고양이는 어느 날 누군가에게 붙들려 수염이 불타버리고 난 뒤로는 사람을 피한다. 봉정암의 까만코는 엄마고양이와 형제고양이들을 길 위에 먼저 보내고 혼자가 된 후 어느 무리에도 속하지 못하고 겉돌기만 했다. 길 위에서 가족을 잃은 상처가 너무도 컸던 것이다. 길 위에서 어미를 잃은 금동이도 분양된 이후로 한동안 동거인과 정을 붙이지 못했다. 그 상처가 오죽이나 컸을까?

그네들의 삶을 들여다본다면 구구절절이 신파가 아닌 것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의 고양이들은 행복하다. 아프고 슬픈 고양이가 아니라 행복한 고양이다. 닭둘기 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고양이 들인데 그들은 마냥 불행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가끔은, 아니 종종 행복하다. 싫어하는 사람이 열이라도 한둘은 이들을 위해 주는 사람이 있어 행복하고, 누군가를 길 위에서 잃어도 보듬어 주는 동료와 가족들이 있어 행복하고, 그저 따뜻한 볕이 내리쬐기만 해도 행복하다. 이게 참, 뭐랄까. 묘한 감동을 준다. 고양이 사진을 보면서 코끝이 뜨거워 질 줄은 몰랐는데, 참으로 묘하다. 

 

 

 

 마지막 장의 사진.  

행복의 길로 걸어가는 고양이가 뒤돌아본다. 따라 오라는 걸까? 아니면 어딜 졸래졸래 따라오느냐고 시비라도 거는 것일까? 이 책을 보며 조금은 뜨거웠고, 또 조금은 행복했던 것 같다. 길 위의 고양이들이 오늘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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