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개주막 기담회 케이팩션
오윤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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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배우자를 볼 수 있는 노인이 있다. 배우자의 얼굴을 그려주는 걸로 벌이를 하는 노인은 쓸데없이 정직해서 보이는 것만 그린다. 하나가 보이면 하나를 그리고, 둘이 보이면 둘을 그린다. 셋이 보이면……. 셋은 거의 없으려나? 소름 돋는 것은 보이지 않으면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이유야 상상에 맡기겠다. 뜬금없지만, 저 노인이 21세기를 살아간다면 돈 많이 벌었을까? 일단 배우자의 정의가 분명해야 되는데, 법적인 관계까지 가야지만 배우자로 친다면, 요즘은 비혼 주의인 사람도 많으니까 편의점 알바만도 못하려나?

 

삼개주막은 마포나루 쪽 어디에 있다. 마포나루는 뱃사람이나, 장사치, 옹기장이, 과거보러 가는 선비님네, 양반님 할 것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들고 날고 부대끼는 곳이다. 삼개주막은 남편 먼저 보내고 씩씩하게 자식 건사하는 주모 김 씨가 잘나게 생긴 큰아들 선노미와 엄마 닮아서 바지런하고 일 잘하는 복이, 옥이랑 생계를 꾸려가는 곳이며, 온갖 사람들과 온갖 이야기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주막에 모여든 사람들은 초면이라도 허울 없이 어울리며 이야기를 청한다. 본인의 얘기이거나,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양한 신분과 직업군의 화자들이 풀어낸다.

 

그림 그려주는 노인처럼 기발한 설정의 이야기도 있고, ‘유괴된 아이열녀처럼 역사서나 야담에서 소재를 빌려온 이야기도 있고, ‘과거 보러 가는 길이나 옹기장이의 꿈처럼 전설의 고향을 글로 읽는 듯 한 드라마틱한 이야기도 있다. ‘기담회라는 제목에 충실하게 하나같이 기이하고 으스스하고 소름이 돋는다.

 

삼개주막은 이야기를 모으기 위해 제대로 벌어진 판은 아니지만, 다양한 신분과 직업군의 사람들이 화자로 등장해 가게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설정은 유명한 시리즈를 떠오르게 한다. 미야베 미유키의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가 그것이다. 설정이나 구성이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읽으면서 자꾸 겹쳐지는 부분이 있었다. ‘첩의 환생이라는 이야기는 미시마야 시리즈 피리술사의 우는 아이가 떠올랐고 소재가 유사하다. 전개는 전혀 다르지만-, 이야기를 그림으로 남긴다는 부분은 물론 그 의도와 목적이 전혀 다르지만 어라?’ 싶었다. 물론 작가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그런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졌느냐 하면은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기담류나 시대극 소설을 좋아해서 저것도 재밌었는데 이것도 좋네 하면서 읽었다.

 

2권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로 끝나서 조만간 후속편이 나올 것 같기는 한데, 삼개주막 기담회 1이 아니라 그냥 삼개주막 기담회라서 확신은 못하겠다. 나온다면 찾아 읽어볼 것 같다. 미시마야 변조괴담을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다. 생소한 복식, 문화, 절기,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대명사가 없다는 것이 강력한 매력요소. 전설의 고향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좋아할 듯. 취향을 저격하는 무언가가 있다. 확실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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