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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기도 소타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1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명문 공학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는 독특한 전설이 있다. ‘유리코’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이 절대적인 권력을 갖게 되어 모든 학생 위에 군림하게 된다는 것이다. 권력뿐만 아니라 거스르는 학생에게 불운을 내릴 수도 있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나 뭐라나. 조건은 단 하나, 이름이 ‘유리코’이기만 하며 된다. 만약 ‘유리코’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이 여러 명 이라면 이들은 사고를 당하든, 전학을 가든, 추문에 휘말리든 불운한 일을 겪게 되어 결국 한명의 ‘유리코’만이 남게 된다.
야사카 유리코는 친구 시마쿠라 미사키를 따라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반에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유리코는 그럴수록 미사키를 깊이 의지하고 따른다. 부활동 선배에게 학교의 유리코님 전설을 전해들은 유리코는 의지와 상관없이 유리코님 쟁탈전에 휘말려 불행해 질 까봐 걱정하지만, 친구 미사키는 말도 안되는 미신이라며 유리코를 안심시킨다. 유리코가 입학하기 전까지 유리코님으로 군림하고 있던 쓰쓰미 유리코와 사이가 좋지 않은 학생이 추락 사고를 당하고, 이를 계기로 학교에는 유리코님 전설이 다시 화재가 된다. 유리코님 쟁탈전에 전교의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유리코님 후보인 유리코들이 하나, 둘 사고를 당하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학교 전설인줄로만 알았던 유리코님 전설의 불가사의한 힘이 작용한 것인가? 아니면 전설을 방패삼은 누군가의 악의가 사건을 일으키는 것인가? 유리코와 미사키는 유리코님 전설의 기원과 실체를 파헤치기로 한다.
학교, 전설, 여고생 그리고 무능한 경찰
제 1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 U-NEXT, 간테레 상 수상작이며, 2020년 동명의 TV드라마로 제작되어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는 wave에 공개되어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다고. 확실히 영상화에 적합한 작품인 것 같다. 어떤 작품들은 너무 훌륭하고 기발하지만 영상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설정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에서는 무난한 편이다. 학원물과 추리물은 아주 대중적인 조합이기도 하고 말이다.
학교 전설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사건들이 차례차례 벌어지고, 홈즈와 왓슨 같은 관계성의 여고생 콤비가 등장해 사건의 내막을 밝혀내는 전개가 이어진다. 21세기 고등학교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어떻게 범인을 제대로 목격한 사람이 저렇게나 없을 수 있으며, 경찰은 사건을 다루는 게 여고생만도 못할 수가 있나, 그렇게나 무능한 경찰인데 ‘증거는 경찰이 찾아 줄 거야, 너는 자백만 하면 돼’라는 식의 해결 등 몇 가지 걸리는 점은 분명 있지만 ‘그런’ 설정이려니 하고 눈을 질끈 감으면 가독성은 좋은 편이라 잘 읽힌다. 예측 가능한 전개지만 속도감이 있어서 지루함도 덜 한 편이다.
동기가 무엇인지에 집중하기 보다는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가에 더 집중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독자를 속이기 위한 트릭이나 장치들이 되게 신선하지는 않다. 딱히 기발하지도 않고. 그렇게 정성스럽게 사건을 일으킬 정도의 원한이나 집념이라면 당연히 동기도 그만큼 강력한 것이 이치에 맞지 않나? 후반부에 밝혀지는 동기는 다소 갑작스러운 면이 있으며, 7,80년대에 써진 소설이라면 모를까 21세기에 너무 구식이 아닌가 싶다. 사건이 일단락되고 후반부에 반전에 반전, 또 한 번 뒤집기를 시도하기는 하지만 글쎄. 반전에 반전도 동기가 억지스럽다고 느끼는 입장에서는 반복에 반복일 뿐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또 한 번 뒤집기는 아니한 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에 충실하고 싶은 나머지 캐릭터가 어이없게 붕괴되어 버린 것 같아서 황당한 결말이라는 감상만 남는다.
타이틀도 있고, 영상화된 소설이라기에 기대하고 읽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망작 까지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평작은 못되는 애매한 괴작이다. 읽어나갈수록 단점만 찾게 되는 책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은 인정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