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논의 말
켄 로런스 지음, 이승열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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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횡단보도를 연달아 건너가는 멤버들의 모습과 함께 자연스레 귓가에 들려오는 노래 <Let It Be>. 으레 음악이 그렇듯 삶에 지친 이들은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위안을 받고 힘을 얻는다. <존 레논의 말>은 비틀스와 그들의 음악에 얽힌 일화를 존 레논의 눈과 입을 통해 전해주고 있다. 수많은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에는 그 당시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그의 생각, 음악을 향한 열정, 세계평화에 대한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지난 연말에 도착한 이 책은 자연스레 이번 2019년 내가 처음으로 읽은 도서가 되었다. 덕분에 연초부터 새로 듣게 된 노래가 많다. 그렇게 존 레논이 미래의 우리에게 보낸 메시지를 하나씩 열어보며 비틀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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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의 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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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의 시선을 따라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한다. 기차에서 만난 옆자리에 앉은 사람. 그녀는 누굴까. 이름조차 쉽게 알려주지 않는 그녀는 뭔가 수상해 보인다.

 

나미의 시선을 따라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한다. 사이비 교단에서 도망친 이후 누군가 계속 자신을 쫓아오는 것만 같고 스쳐지나가는 모두가 의심스럽다. 자꾸만 이유 없이 불안하고 온몸이 떨려온다. 이런 상황에서 나미는 왜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걸었을까.

 

독특한 구조의 소설이었다. 과거를 회상했다가 현재로 돌아왔다가 이야기 속에 빠져 있다가 상상의 나래에서 허우적댔다. 꿈을 꾸었다가 다시 깨어나 현실을 마주한다. 깨어난 현실 속에서도 꿈에 본 이들이 계속 보이는 것만 같다.

 

의식의 흐름대로 써지는 이야기에 조금은 난해하기도 하고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번 앞으로 되돌아가 읽으며 흩어진 조각들을 조금씩 맞춰갔다.

 

주민등록번호도 2로 시작하고, 여권과 입국 확인서에도 F로 기록되는 그녀지만, 가슴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짧은 머리를 한 한솔은 남자처럼 보인다. 실제 한솔이 여권을 받으러 갔을 때 구청 직원들은 한솔이 여성이라 생각지 못하고 군필 여부만 여러 번 물어본다. 수술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그녀는 수상한 사람이 되고 의심을 받고 정체를 밝히기를 요구받을 것이었다. 수술을 받은 후 그녀가 살아온 세상은 이런 곳이었다. 끊임없이 질문과 의심이 쏟아지는 곳. 그래서 그녀는 늘 혼란스럽다. 어딘가로 떠날 때, 여행을 계획할 때, 그녀에겐 새로운 곳에서의 설렘보다는 출국과 입국심사에서 마주하게 될 수많은 질문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더 앞선다.

 

어떻게 주민등록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어떻게 모르는 사람으로 사라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매일 밤 잠자리에서, 물론 매일 밤은 아니지만 자주 반복되는 생각이었다. 사라질 생각은 없지만, 큰 잘못을 아직 저지르지 않았지만 어떻게 한국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어떻게 숨을 수 있을까 혹은 한국을 빠져나가 외국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37p)

 

한솔은 고베에 잘 도착했을까. 친구 영우의 결혼식은 어떨까. 계속해서 모든 것이 좋았을까. 손에 든 수첩엔 또 어떤 말들이 써지게 될까. 그녀는 어떤 질문을 받고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나미는 오사카에 잘 도착했을까. 그곳에서 어떤 일들을 마주하게 될까.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그때의 나미는 몸도 마음도 교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곳에 계속 남아있는 아이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다시 만난다면 나미와 그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우리는 어른이 되고 뭔가 빼먹은 얼굴이 돼서 만난다. 그건 못 보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전혀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사람으로 다음 장면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겠지. (26p)

 

책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사라지고 지나간다. 어떤 함께하던 책들은 시간이 지나면 헤어지게 되는데 그걸 슬퍼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어떤 것들은 이미 몸으로 변해버려 흔적이 없어졌을 수도 있다. 그래도 헤어짐은 있다. (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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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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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락이란 단어가 오래도록 남는다. 이 소설의 초반 부분에 주인공은 극장에서 다큐멘터리를 한 편 보게 된다. 다큐멘터리 속 소녀는 자신이 키우던 개의 아픔에 어렵게 안락사에 동의하게 되지만, 정작 그녀의 엄마가 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할 때 소녀는 개에게 해준 일을 엄마에게는 해드리지 못한다. 끝까지 소녀를 두고는 절대 안 죽겠다던 엄마는 병을 이겨내겠다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반년 만에 세상을 뜨게 된다. 혼자 남겨진 소녀는 고백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엄마에게 받기만 했다고, 엄마는 누구도 줄 수 없는 것을 자신에게 주었다고 말이다. 그런가 하면 어째서 자신은 두유에게 해준 일을 엄마에게는 해드릴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30p)

 

이 책은 주인공의 할머니가 앞으로 오 년 안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개운하게 세상을 뜨고 싶다는 폭탄선언을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안락사를 결심한 할머니와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도 아닌데 왜 미리 그러는 거냐며 강력하게 반대하는 주인공의 엄마 입장이 얽히고설킨다. 자식들의 입장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가 계속 안락사를 고수하는 것도 다 이해가 되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할머니는 오랫동안 당뇨만큼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게 없다고 여겨왔는데 그것은 착각이더라고 했다. 지금은 하루 종일, 팔과 다리가 떨리거나 저리거나 쑤시지 않을 때가 한순간도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항상 갈증에 시달리고, 약의 부작용인지 자주 메스꺼움을 느끼며, 시력도 전에 없이 나빠졌다는 게 할머니의 설명이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가 해지고 찢긴 옷에 비유했다. 다 떨어진 옷을 억지로 기워 입듯이 매일 자신의 몸을 약으로 기워 나가고 있다는 거였다. (78p)

 

당뇨와 파킨슨병으로 왼쪽 다리를 끌 듯이 걷는 할머니,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쉽지 않아 옷을 적시게 되는 할머니, 자신의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이젠 그만 두고 싶다는 할머니를 도대체 누가 끝까지 반대할 수 있을까. 나는 책 속 할머니 이금래 씨의 결정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못한 채 주저앉아버렸다. 엉엉 울면서도 차마 그러지 말아 달라고 붙잡지도 못했다. 오래 전 암으로 돌아가신 친할머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를 흠뻑 적신 이 소설이 마지막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던 건 모든 짐을 내려놓고 떠난 주인공의 할머니의 입 끝에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 미소 하나만으로도 조금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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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잘 다녀와 + 잘 지내니 - 전2권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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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를 생각해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 적절한 거리를 둔 채 그저 안부만 주고받기를 원할 때, 자기 자신이 너무 밉고 싫어져 모든 사람들로부터 잊히길 바랄 때.

우리도 그럴 때가 있지 않나. 가까운 관계에서 상처받고 적당한 거리에 대해 고민하고, 세상 혼자만 남겨진 것처럼 슬프다가 어느 순간 모든 게 다 불필요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여기 나오는 동물 친구들도 우리와 같은 이유로 아파하고 고민하며 상처받는다. 작가 톤 텔레헨은 이런 동물친구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도, 세상을 향한 새로운 시야를 밝혀주기도 한다.

 

이 책의 예쁜 표지처럼,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해질녘의 태양처럼 따뜻하고 안락한 이야기였다. 마치 오랜만에 누군가가 내 옆에서 내가 좋은 꿈을 꾸길 바라며 이야기를 읽어주는 것처럼 너만 상처받는 게 아니야. 너만 힘든 게 아니야. 우리들 모두가 그래.’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외로워하던 다람쥐도, 서로가 더 부러웠던 하마와 메뚜기도, 적당한 관계를 고민했던 고슴도치도, 모든 게 불필요하게 느껴졌던 흰개미도, 자기 자신이 너무 불만스러워 세상에서 잊히길 바랐던 큰개미핥기도. 이렇게 관계로 인해 상처받는 우리들이지만, 우리를 치유하고 위로해주는 것도 이런 관계 속에서야 가능한 일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관계에 상처받는 이들에게 안부 인사처럼 <잘 지내니>, 여행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다정한 배웅인사처럼 <잘 다녀와>를 따뜻하게 건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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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7년
에트가르 케레트 지음, 이나경 옮김 / 이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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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았던 7>은 아들이 태어나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7년간의 여정을 담은 36편의 에세이다. 이스라엘 작가를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이 이야기가 매우 설레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했는데, 술술 읽히는 가독성에 이야기가 너무 빨리 끝나버려 마지막장을 덮고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36편의 에세이에서 위트 있는 그의 말솜씨에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뭉클해지기도 하면서 7년이란 시간여행을 함께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아들 레브의 작은 질문 하나에도 세심하게 집중하고 아이의 시선에 맞춰 대답하려 노력한 아빠의 모습이었다. 레브의 질문에는 대개 그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끊임없는 ?”로 이루어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도 있었고 답하기 곤란한 질문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저자는 허투루 넘기지 않고 깊이 생각하고 그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려 노력하며 답을 했다. 어떨 때 레브의 질문은 차갑게 얼어붙은 어른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스르르 녹여버리기도 했는데, 작은 택시 안에서 벌어진 언쟁이 레브로 인해 따뜻하게 풀어지던 <저 아저씨가 뭐라고 했어요?>라는 일화는 그래서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레브의 말에 바로 기사 아저씨에게 사과를 하던 아빠의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지만, 이어지는 레브의 따끔한 질문, “하지만 아빠, 이제 저 아저씨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야 해.”에는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너는 똑똑한 꼬마고, 세상에 대해서 이미 많은 걸 알지만 아직 다 아는 건 아니지. 네가 아직 모르는 것 중 하나가 미안하다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거야. 그리고 운전을 하면서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하는 건 아주, 아주 위험해. 미안하다고 말하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거든. 하지만 그거 아니? 우리가 저 아저씨에게 사과해달라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보기만 해도 미안해하는 걸 알 수 있으니까.”라던 아빠의 따뜻한 답변도, 그리고 뒤에 이어진 기사아저씨의 진심어린 사과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아버지의 발자취>에서 왜 아버지는 아들을 지켜야 돼?”라는 레브의 질문에 저자는 답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끔 아주 힘들기도 하거든. 그러니까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적어도 지켜줄 사람 하나는 옆에 있어야 공평하지.”라고.

 

추운 겨울 호호 불어가며 따뜻하게 먹는 스프처럼, 얼었던 몸과 마음이 금세 따뜻해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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