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7년
에트가르 케레트 지음, 이나경 옮김 / 이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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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았던 7>은 아들이 태어나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7년간의 여정을 담은 36편의 에세이다. 이스라엘 작가를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이 이야기가 매우 설레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했는데, 술술 읽히는 가독성에 이야기가 너무 빨리 끝나버려 마지막장을 덮고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36편의 에세이에서 위트 있는 그의 말솜씨에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뭉클해지기도 하면서 7년이란 시간여행을 함께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아들 레브의 작은 질문 하나에도 세심하게 집중하고 아이의 시선에 맞춰 대답하려 노력한 아빠의 모습이었다. 레브의 질문에는 대개 그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끊임없는 ?”로 이루어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도 있었고 답하기 곤란한 질문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저자는 허투루 넘기지 않고 깊이 생각하고 그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려 노력하며 답을 했다. 어떨 때 레브의 질문은 차갑게 얼어붙은 어른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스르르 녹여버리기도 했는데, 작은 택시 안에서 벌어진 언쟁이 레브로 인해 따뜻하게 풀어지던 <저 아저씨가 뭐라고 했어요?>라는 일화는 그래서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레브의 말에 바로 기사 아저씨에게 사과를 하던 아빠의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지만, 이어지는 레브의 따끔한 질문, “하지만 아빠, 이제 저 아저씨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야 해.”에는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너는 똑똑한 꼬마고, 세상에 대해서 이미 많은 걸 알지만 아직 다 아는 건 아니지. 네가 아직 모르는 것 중 하나가 미안하다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거야. 그리고 운전을 하면서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하는 건 아주, 아주 위험해. 미안하다고 말하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거든. 하지만 그거 아니? 우리가 저 아저씨에게 사과해달라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보기만 해도 미안해하는 걸 알 수 있으니까.”라던 아빠의 따뜻한 답변도, 그리고 뒤에 이어진 기사아저씨의 진심어린 사과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아버지의 발자취>에서 왜 아버지는 아들을 지켜야 돼?”라는 레브의 질문에 저자는 답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끔 아주 힘들기도 하거든. 그러니까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적어도 지켜줄 사람 하나는 옆에 있어야 공평하지.”라고.

 

추운 겨울 호호 불어가며 따뜻하게 먹는 스프처럼, 얼었던 몸과 마음이 금세 따뜻해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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