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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소년과 붉은거인
카티프 지음 / 매직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웹툰은 짧은 시간 동안 가볍게 보는 것만으로도 공감하며 웃을 수 있고, 때로는 소소한 깨달음도 얻어갈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웹툰을 보는 것을 즐기다보니 최근에 웹툰 에세이가 출간되는 것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집니다. 가볍게 읽고 지나갔던 웹툰들을 다시 한 권의 책으로 되새길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이 책에는 2011년 디시인사이드에서 연재되어 인기를 얻었던 ‘녹색소년과 붉은거인’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단순한 그림의 만화지만, 따뜻한 이야기와 깔끔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림체가 잘 어우러져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숲이 우거진 작은 마을에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녹색소년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다리 한 쪽이 없어서 목발을 짚고 생활했습니다. 소년은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싶었지만, 오히려 동네 아이들은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소년을 괴롭혔습니다. 어느 날 아이들이 녹색소년을 괴롭히기 위해서 목발을 빼앗아 숲에 던져놓고 가버렸습니다. 소년은 무서웠지만, 목발을 찾기 위해서 숲으로 들어갔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거인의 모습에 놀라 도망을 갔습니다.
숲에는 붉은거인이 홀로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모습을 숨긴 채 과일과 견과류를 먹으면서 사는 착하고 겁 많은 거인입니다. 어느 날 숲에 한 아이가 찾아왔고 거인은 호기심에 모습을 보였지만, 그 소년은 겁에 질려 달아났습니다. 거인은 소년의 목발에 꽃을 얹어 놓았습니다.
소년은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숲으로 목발을 찾으러 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목발에 꽃이 얹어진 상태로 나무 뒤에 잘 놓아진 것을 보고 의아해했고, 곧이어 나타난 거인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붉은거인은 상냥하게 녹색소년에게 사과를 했고, 그런 거인의 모습에 소년도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녹색소년과 붉은거인은 서로 친구가 되었습니다.
녹색소년은 자신에게도 친구가 생겼다는 생각에 행복했습니다. 소년은 매일 아침 할 일을 마친 후 숲으로 달려갔습니다. 소년과 거인은 숲에서 뛰놀고 이야기하며 우정을 쌓아갔습니다. 어느 날 거인은 소년에게 선물로 작고 예쁜 돌을 주었습니다. 소년은 그 돌을 할아버지에게 주었고 할아버지는 장터에 가서 돌을 팔아 생계에 보탤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소년은 혼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친구인 거인이 있었기에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소년과 거인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따뜻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지만, 사람들의 욕망이 소년과 거인에게 어둠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됩니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저도 모르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동화를 접하는 기분으로 녹색소년과 붉은거인의 우정에 매료되기도 했고, 한편으로 사람의 욕망과 욕심이 얼마나 무섭고 허망한지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것이 더 쉽게 공감하게 만들고 깨우침도 각인하게 만든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소년과 거인의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머릿속에 여운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녹색소년과 붉은거인의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상처를 간직한 사람, 상처를 주는 사람, 상처를 치유해주는 사람을 보게 됩니다. 사람이라면 모두가 나름의 상처를 간직하고 살아가기에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공감하고 치유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상처도 치유할 수 있습니다.
붉은 거인의 순수함을 접하다보면 사람들은 욕망의 굴레에 묶인 슬픈 존재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이 책의 이야기와 그 안의 메시지, 그리고 소년과 거인의 우정이 남다르게 다가오는지 모릅니다. 자신이 행복이라는 핑계로 욕망에 사로잡혀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한번 쯤 멈춰서서 이 책의 이야기에 경청해보기를 권합니다. 이 책의 간결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서 삶에서 소중한 가치를 되찾고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로할 수 있는 치유의 마음을 얻어가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