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흔들 다리 위에서 쪽빛그림책 5
기무라 유이치 지음, 하타 고시로 그림, 김정화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기무라 유이치의 새로운 글이 나왔습니다. 우리에겐 애니메이션 <폭풍우 치는 밤에>의    원작 <가부와 메이 이야기>로 잘 알려진 작가지요. 언급한 전작을 읽으면서 주책없이 펑펑 눈물을 쏟은 경험이 있기에 단번에 뇌리에 박힌 작가라 새 글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흔들흔들 다리 위에서>

제목에서부터 뭔가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느껴지지요. 표지를 보니 거센 물살이 흐르는 강에 외나무 다리가 하나 가로질러 있어요. 그리고 그위에 토끼와 여우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습니다. 먹고 먹히는 두 동물의 관계와 흔들흔들 다리라니....처음부터 긴장감 초절정입니다.

이야기를 살짝 들여다 볼까요.


거센 비가 그친 후, 여우와 토끼가 생존을 위한 본능을 앞세워 쫓고 쫓기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딱 맞닥뜨린 외나무 다리.


 

두 동물이 다리위에 올라서자 비온 후 약해진 둑이 무너저 내리면서 다리만이 격류에 오똑하니 남았습니다.

여우와 토끼가 균형을 맞추어 겨우 중심을 잡고 있는 상태가 된거지요. 여기서 누군가 움직이게 된다면 두 동물은

바로 거센 강물로 빠져버리는 상황인 거예요.한무리의 까마귀때가 저 좋은곳에 아무렇게나 앉자 다리는 또다시 시소처럼

기우뚱거리고 다리 위에서 여우와 토끼는 서로 다툴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시간은 흘러 밤이 되고 공포와 긴장감에 지친 여우와 토끼는 자신들도 모르게 슬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사납고 약아빠진줄 알았던 여우는 의외로 겁이 많았고 무서우면 오줌이 마렵다는 이야기도 하지요.

이야기문이 터지자 둘 사이의 관계같은건 잊어버리고 형제 이야기, 추운 겨울 이야기, 즐거웠던 이야기 등등 신나게 떠듭니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든 토끼를 발견한 여우는 큰 소리로 고함을 치며 토끼를 깨웁니다.

"야, 얼른 일어나. 지금 잠들면 떨어져 죽는다고. 목숨 귀한 줄 알아야지!!"





그 순간 갑자기 불어온 새벽 바람에 위태롭게 서있던 다리는 바람개비처럼 이리저리 돌고 여우와 토끼는 중심을 잃고

통나무 끝에 매달려 빙빙돕니다. 떨어지지 일보직전 여우가 건너편 풀숲에 다리를 걸치고 토끼에게 얼른 자신을 밟고 건너라고 말하지요.

토끼는 폴짝 뛰어 반대편으로 건너갑니다.

 

자, 여기서 책을 보던 우리 아이에게 물었어요.

"토끼가 여우를 두고 그냥 가버릴까?"

안그래도 극적인 상황에 살짝 긴장하던 아이 얼굴이 더 굳어집니다.

"토끼가 그냥 가버리면 여우는 떨어져 물에 빠져버리는건데, 방글이가 토끼라면 여우 데리고 갈거야?"

제 말을 들은 아이, 바로 고개 끄덕입니다. "그럼, 데려가야지."

"여우 구해주고나서 토끼 잡아먹으면 어떡해?"

그러자 방글이 또 고민모드로 들어가더군요^^

이 책이 그런 책이예요. 매순간 긴장하게 만드는 이야기란 말이죠.

 

결국 토끼는 여우를 도와 두 동물은 무사히 강을 건넜고, 즉시 본능이 살아납니다.

토끼는 도망가고 여우는 쫓아가고.

하지만 여우가 불쑥 걸음을 멈추며 말합니다. 오줌이 마렵다고요.

느긋하게 오줌을 누며 여우는 또 말해요. 다시는 잡히지 말라고요.

 

잠자는 토끼를 깨운 여우, 단순히 토끼가 떨어지면 자신도 죽기에 소리지르며 토끼를 깨운걸까요?

쫓아가던 토끼를 오줌 누느라 놓아준 여우, 정말로 무서워 오줌이 마려웠던 걸까요?

맛있는 토끼를 잡아먹으려던 여우도,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던 토끼도 위태로운 외나무 다리위에서 생사의 기로에 섰습니다.

그리고 그 생사의 고락을 끝까지 함께 해야하는 묘한 상황으로 바뀌면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됩니다. 혹은 적과의 동침?

흔들흔들 위태로운 다리, 아슬아슬 두근거리는 여우와 토끼의 관계는 읽는 사람을 긴장의 연속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러나 그 관계의 끝은 결코 연결될것 같지 않은 두 동물이 진심으로 서로를 생각해주는 친구가 되는 것으로  살며시 웃음짓게 만듭니다.

 

내년이면 유치원에 갈 방글이.

오로지 엄마와만 지내서 뭐든지 자기 맘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이라 조금, 많이 걱정이 됩니다.

<흔들흔들 다리 위에서>는 그런 방글이에게 친구와의 관계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책입니다.

서로 돕고, 진정으로 친구를 아낄줄 아는 아이로 자랄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림의 권리는 (주) 청어람미디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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