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의 판타스틱 사생활 보름달문고 29
요안나 올레흐 지음, 이지원 옮김, 윤지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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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무얼 읽을까 고르다가 ’사생활’이라는 단어에 망설임없이 펼친 책입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아요. 열두 살이 사생활 운운하는것도 재미있는데 판타스틱이랍니다. 도대체 얼마나 요란한 사생활이기에 판타스틱이라고까지 하나. 처음부터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저 멀리 폴란드에서 건너온 이야기라는 점도 물론 호기심에 한몫했고요.

주인공은 폴란드의 미지오웩이라는 열두살 소년입니다. 아빠는 컴퓨터에 열광하고 굴이라고 표현되는, 청소조차 금지돼 있는  자신만의 도피처를 갖고 있어요.  엄마 또한 엉뚱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분이지요. 미신을 좋아하고 요리 실력도 형편없으면서도 집안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고, 동생 카샤 괴물은 영악하면서도 귀엽고 막내 괴물은 아직 어리지만 저지르는 사고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미지오웩은 시궁쥐를 애완 동물로 키우고, 괴물들이라 불리는 두 여동생들은 틈만나면 엄마의 화장품으로 몰래 장난을 치지요. 꾀병으로 학교를 쉬게 된 미지오웩에게 부모님은 모른척하고 멀건 죽만 주는것으로 벌을 줍니다. 엄마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자신의 식단에 맞춰 온 식구들에게 야채만 먹게 할때도 있습니다. 아빠는 치과에 가기 싫어서 아이처럼 치과에 가지 않을 궁리를 하기도 합니다. 막 사춘기에 접어든 미지오웩은 아닌척 하면서도 실은 베아타와 베아타에게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을 꽤나 의식하지요. 이 집 식구들이 벌이는 일은 엉뚱하지만 정말 즐겁습니다. 심지어는 할아버지까지 재미있으세요.

『"할아버지가 왜 있는 걸까?"
"할아버지는 사랑하라고 있는 거죠."
"아니야, 할아버지는 뜯어먹으라고 있는 거야." 하면서 나에게 초콜릿 바 두개를 사 먹으라고 돈을 주셨다. 우리 할아버지는 괜찮은 남자다. - p 42. 5월10일 일기 중-』

할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지는 일화인데도 읽는 저는 웃음부터 터져버렸어요. 센스쟁이 할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만치 않은 학교 친구들의 활약 또한 눈을 뗄 수 없게 합니다. 클락손의 애완용 뱀 구매는 그 중 제일 압권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지오웩의 생활은 그야말로 판타스틱에 버라이어티한 일상입니다. 하루 하루 미지오웩의 일기를 읽다보면 어느 순간 오늘은 또 어떤 사건이 벌어졌나하는 궁금증이 모락모락 피어나요. 요절복통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를 정도입니다.

미지오웩은 이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일기라는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똑같은 일이지만 딱 열두 살 아이의 입장에서 그 맘때의 사고로 보고 느낀 그대로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어서 작가가 어른이라는게 신기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특히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끈 점은 재치 넘치는 문장들이었습니다. 재미있다라고 느낄수 있게 만들어준 가장 큰 요소입니다. 

『여름방학 때 우리 학교 바로 옆에 있는 세탁소에서 불이 났는데 소방서 두 군데에서 출동해 불을 껐다고 한다. 학교 바로 옆이었는데! 소방관 아저씨들이 좀만 덜 열성적이었으면 방학이 계속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9월1일 월요일 일기 중-』

『며칠 동안 바닥에서 자다 침대로 돌아오니 좋다. 친척들은 어젯밤 떠났다. ........(중략) 엄마 아빠는 오늘 우리를 데리고 나가 커다란 아이스크림을 사 줬다. 아무도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다미아넥이 떠난 것을 축하는 의미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 11월 15일 토요일 일기 중 - 』

하루 하루 그야말로 바람잘 날 없는 좌충우돌 사건속에 가족간의 사랑이 녹아있는 글입니다. 폴란드나 한국이나 끈끈한 가족애는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이 이처럼 즐거운 폴란드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이들은 어린 나이부터 너무 각박하게 사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록 10여년전에 처음 선보인 글이라서 약간의 상황 차이는 있겠지만 폴란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것 또한 신선했습니다. 주말 농장이나 방학마다 캠프를 가는 아이의 모습은 부럽기까지 하더군요. 이 이야기는 폴란드에서 텔레비젼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이야기의 소재가 시트콤으로 제작하기에 딱 알맞습니다. 우리 나라에 소개되어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 

비오는 일요일, 외출도 못하고 심심해하던 아줌마를 편안한 마음으로 깔깔거리게 만든 유쾌한 미지오웩의 가족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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