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황진순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황진순님의 글을 읽은게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달콤하게 키스해줘>를 통해 강씨 집안 삼형제중 막내 강산과 한정아를 만났지요. 흔히 보던 남녀 관계가 아니라서 기억속에 고히 남아 있는 글이예요. 특히 여주인공 한정아의 엄마 이야기였던 번외편 달걀 세 개 때문에 가슴이 뜨끈해져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었지요.
이번에 읽은 <반지>는 막내 강산에 이어 둘째 강두의 이야기예요.
예고편을 읽으면서 도대체 강두는 누구야 했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한번에 다다닥 떠오르더라구요. 아하! 강씨집안 삼형제.

일단 재미있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전 신파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이 글이 신파는 아니예요. 그런 끼가 조금 보이지만 워낙 황진순님 문체가 신파하고는 거리가 멀거든요. 필력으로 극복해야 했다고 봐야겠죠.잠깐이지만 미혼모로 9년동안 아들을 혼자 키운 해주의 설정때문에 처음부터 기대를 갖고 보았어요.

한동네에 버젓히 딴살림 차리고 부모, 처자식 내버린 아버지로 인해 이 집 남자들이 여자문제라면 아주 깔끔을 떱니다. 그래서 막내 산도 결혼할 여자 아니면 아에 연애도 하지 않는다고 했었잖아요. 그런데 유난히 아버지를 싫어했던 두는 아예 결혼 생각이 없어요. 그러다가 꼭 되갚아 주겠다고 벼르던 아버지가 죽어서 두 앞에 나타난 날  이성을 잃은 두는 해주를 안지요. 그리고 3개월 후에 해주에게 묻습니다. 임신을 했다면 결혼으로서 책임을 지겠다고요.  공허한 눈빛으로 사랑없는 결혼을 말하는 두앞에서 생명을 품은 해주는 그런일 없다고 잘라 말하고 사라집니다. 해주는 남모르게 두를 사랑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10년이 흐른 후 두는 친구를 통해서 해주와 호의 이야기를 들어요.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직감한 두는 자괴감에 치를 떨지요. 자신이 그렇게 혐오하던 아버지와 똑같이 처자식 내팽겨친 인간이 됐다는 점에서요. 일사천리로 두는 해주와 아들 호를 데리고 와요.  그리고 두는 정말로 깔끔하게 호와 해주를 책임집니다. 순서가 뒤바뀐 부부의 연이 시작되는거죠. 해주는 처음엔 호와 헤어지는건 죽는거라는 생각으로 두를 따라나섰지만 마음속엔 두에게 큰 미안함을 갖고 있어요. 부자사이를 떼어놓았다는 미안함, 두가 그리도 싫어했던 아버지와 같은 사람으로 만들어 그를 상처입게 했다는 미안함이 두를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선뜻 다가서지 못하게 만들고 반면에 두는 자신의 일방적인 행동이 지난날 어머니를 힘들게 했던 아버지와 같았다는 미안함에 해주를 향해 머뭇거리게 만듭니다. 그런 두의 그 깨달음은 해주를 향한 사랑의 시작이였던거죠.

그러다가  해주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안고 경험이 없었던 두가 뒤늦게 불이 붙어요. 이 사람들이 낮엔 데면데면하다가도 밤만 되면 아주 사이가 좋아져요^^  살 부대끼며 살면 정 생긴다고 시나브로 익숙해지는 두 사람. 그럼에도 사랑임을 모르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두. 그가 참으로 멋진 고백을 합니다. 결코 사랑하지 않는다고 뻣대면서 말이죠. 냉정한 두가 보여주는 사랑은 무뚝뚝하고 외곬수인 남자가 한 여자만 본다는 진리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호와 두의 만남, 두의 고백에서는 울기도 했고, 두 사람의 첫날밤 아닌 첫날밤에서는 깔깔 웃기도 했어요. 뒤늦게 불붙은 두의 "합시다"에 저는 완전 넘어갔습니다. 지금도 자판 두들기면서 실실 웃고 있어요. 글의 완급조절도 이만하면 좋은거 같아요. 갑자기 주인공들의 태도가 돌변하는 글을 만날때면 좀 당황스러운데 자연스럽게 잘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해주가 좀 급작스럽게 활발해진거 같긴한데 거기엔 작가님이 나름대로 이유를 적어놓으셔서 이해하며 읽을 수 있으니 괜찮았어요. 더불어 두 사람의 아들 호. 이 귀염둥이는 제가 알고 있는 어떤 아이와 너무나 닮아있어서 흐뭇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고 소장하게 된게 행운이라고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제가 별을 다섯개를 드리지 못하는 이유는요.처음 해주와 두의 시작은 나쁘다고 말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 상황은 현실에서는 성폭행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그냥 넘어간 해주는 또 뭔가요. 뒤늦게 나타나 책임지겠다는 두의 행동으로 감싸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되요. 찜찜한 마음이 들게 하는 옥의 티 하나를 남겼습니다.아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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