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집 카드 초승달문고 18
김영주 글, 신민재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짜장 짬뽕 탕수육>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김영주 선생님의 책이다. <토끼집 카드>에는 여러 아이들이 등장한다. 소심한 아이, 씩씩한 아이, 개구진 아이, 똑똑한 아이. 정많은 아이....돌아보면 우리 아이들의 공통적인 모습들이다.   후다닥기차, 토끼집 카드, 아아못동이라는 세편의 단편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은 때로는 뿌듯함으로 때로는 안스러움으로 때로는 귀여운 모습으로 찾아와 친구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다.

세편의 글 중 <후다닥 기차>의 윤식이는 또래보다 키가 작아 반에서 꼬맹이로 불린다. 친구들도 여자아이와 놀망정 윤식이는 놀이에 끼어주지 않는다. 은미는 공부가 조금 더디다. 아직 한글을 떼지 못해 맞춤법이 서툴다. 그래서 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이런 윤식이와 은미가 뭉쳤다. 혼자일땐 약하지만 둘이면 못할게 없다. 커다란 구멍을 파고 개구쟁이 박호석을 썪은 호박이라고 마음껏 큰소리로 놀려준다. 두 친구는 놀림에도 꾿꾿하게 자신들만의 공간과 시간을 지켜나간다. 이런 윤식이와 은미곁에 하나둘 친구들이 모이고 기차만들기 시간에 아이들은 자신들의 갖혀 있던 마음을 마음껏 터뜨린다. 사실 이 기차놀이는 초등 2학년때 하는 수업이다. 며칠전 우리 아이도 이 놀이를 하느라 준비를 해갔었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많이 와 닿았던 글이다. 큰 상자에 원하는 기차를 만들고 마음껏 달리며 가슴속의 속상함을 힘차게 터뜨렸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토끼집 카드>의 새봄이는 이름도 유명한 엄친딸이다. 흔히 그러하듯 엄친딸 새봄이는 친구들에게 질투의 대상이기에 친구가 없다. 그러던 어느날 작은 토끼 한마리가 생겼다. 외롭던 새봄이는 토끼 장미를 자신의 피붙이이냥 정성을 다해 키운다. 엄마는 토끼에게 온 신경을 쏟아붓는 새봄이가 못마땅해 늘 토끼를 없애겠다고 엄포를 놓지만 정작 실행에 옮기지는 않는다. 외롭던 새봄이는 토끼와 단짝 친구가 되어 둘만의 놀이를 즐긴다. 이름하여 토끼집 카드. 문을 열때 카드를 대고 여는것처럼 토끼집도 카드를 만들어서 열어주는 놀이다. 이 글은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글이다. 새봄이의 친구인 토끼 장미가 새봄이를 따라서 동그라미, 네모를 그리며 뛰어다니고 장미와 함께 손을 들고 벌을 서기도 한다. 수십장의 토끼집 카드를 만들어 뿌리고 노는 새봄이와 장미를 보면서 꽉 짜여진 학원 시간표와 공부에 갖혀 있는 새봄이가 답답한 마음의 문을 열고 탈출하고 싶은 우회적 상징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안스러웠다. 

<아아못동>의 겸이를 보면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온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크다가 예쁜 여동생이 생겼다. 혼자 받던 사랑은 동생에게 돌아가고 심통이 난 겸이는 엄마가 보지 않을때 동생을 못살게 굴기 일쑤다. 그런데 겸이의 말이 참 재밌다. 일명 어른들의 거짓말 , 동생의 똥 냄새가 향기롭고, 갓난아기가 말을 하며, 동생과 똑같이 사랑한다고? 이런....몇년전, 아니 지금까지 우리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너무 같아서 엄마인 나는 큰 아이 몰래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아아못동. 아주 아주 못생긴 동생의 줄임말. 그렇게 미워하던 겸이의 아아못동이 배탈이 나자 겸이의 마음속에서 불현듯 숨어있던 동생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온다. 동생이 생긴 큰 아이의 스트레스가 배우자를 잃은 사람의 스트레스와 같다던 말을 들은적이 있다. 동생 생긴 큰 아이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글이다.

토끼집 카드라는 조금은 낯설은 제목의 이 책속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고민이 잘 녹아있다. 아홉살 친구라고 고민이 없겠는가, 세상에 대한 불만이 없겠는가.  태어난 이상 살아가야 할테고 그런 속에서 인간사 온갖 감정을 모두 겪어내야 할텐데 왜 아픔이 없겠는가. 다만 그것을 돌아볼줄 모르는 어른들에게 문제가 있는거겠지. 그래서 나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시는 선생님들을 존경한다. 돌아보지 않는 아이들의 구석진 그늘까지 세심하게 어루만져주는 아이들 마음의 의사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토끼집 카드를 읽은 오늘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새삼 사랑스럽다. 아아못동에게 어의없는 참패를 당하면서도 참아 넘기고 후다닥 기차를 만들어 타면서 씩씩하게 커가는 왈가닥 우리 공주님. 엄마는 정말로 너를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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