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
제시카 미저브 글 그림, 송주은 옮김 / 예림당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어릴적 4남매의 첫째이자 집안의 첫 손주, 첫 조카로 태어난 나는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자랐다. 그 대접은 아직까지 이어져서 뭔가 물질적인 혜택이 사라져버린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식구들이며 친척들은 나를 동생들이며 사촌들보다 좀 더 특별하게 대해준다는게 느껴질 정도다. 큰 아이만 받는 특별한 사랑이 있다는걸 그래서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걸 당연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왔다는걸 30몇년을 살아온 지금에서야 되돌아볼 수 있었다니.......나도 참 이기적인 인간임을 한권의 아이들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제시카 미저브의 <작은 아이>는 큰 아이의 그림자에 갖혀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는 작은 아이를 보여주는 책이다. 항상 멋진 선물을 받고 때론 작은 아이를 겁주는 큰 아이, 그런 큰 아이때문에 너무나 화가 난 작은 아이는 어느날 큰 아이가 아끼는 앵무새를 놓아준다. 그러나 후련할 것 같았던 마음은 더없이 무거워지고 작은 아이는 집을 나간다. 자유롭게 행복을 느끼고자 했지만 찾아오는 것은 외로움뿐. 그때 나무가지에 앉아 있는 큰 아이의 앵무새를 보게 되고 그 나무 아래에서 앵무새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큰 아이를 보게 된다. 나무에 오르는것을 무서워하는 큰 아이와는 달리 작은 아이는 커다란 나무에 올라가 앵무새를 큰 아이에게 데려다 준다. 작은 아이는 마치 큰 아이가 된듯했고 행복함을 느낀다. 

작가는 이 한편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은유적인 그림을 통해서 좀 더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은 아이를 짓누르는 큰 아이는 표정이나 그 어떤 모습도 그려내지 않고 오로지 검은 그림자로 표현하고 있다. 커다란 여자 아이의 검은 그림자를 벗어 날 수 없는 작은 아이를 통해 언니에게 가려져 눌려 지내는 작은 아이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글이나 구체적인 그림으로 어떠한 갈등을 보여주지 않고서도 작은 아이의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눈길이 많이 머물렀던 부분이다. 그러다가 작은 아이가 앵무새를 되찾아 큰 아이에게 돌려주고 즐겁게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두 아이의 그림자는 서로 손을 맞잡고 각각 독립된 두개의 그림자가 되어 있다. 큰 아이도 뭔가 못하는게 있다는데서 오는 안도감, 그것을 자신이 해줄 수 있다는 뿌듯함에 작은 아이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을 수 있었으리라. 

사실 이 책은 작은 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나는 아홉살 큰 아이와 함께 보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정확히 만 4년을 홀로 자란  큰 아이에게 남동생이 생겼다. 마음은 아니지만 드러나는 행동은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큰 아이는 순식간에 빼앗긴 사랑때문에 굉장히 혼란스러워했고 한동안 늘 떼쟁이 울보, 샘쟁이, 심술쟁이로 낙인찍혀 지내야만 했다. 그로부터 또 다시 4년이 흘러 큰 아이는 체념과 약간의 피해의식에 애증이 더해진 채로 남동생과 남매라는 이름으로 하루 하루 커가고 있다. 그래도 4년을 홀로 온 사랑을 독차지해본 경험이 있는 아이는 그 시간동안 몸에 밴 이기적인 행동과 욕심을 아직까지 그대로 드러낼때가 있어 깜짝 놀라게 할 때가 가끔 있다. 

책을 읽고 아이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너는 온 집안의 제일 첫번째 귀염둥이로 태어났기 때문에 제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생각해봐라. 태어난지 9년이나 되었으니 너를 향한 가족들의 사랑은 9년동안의 사랑이지만 이제 다섯살, 만 34개월인 동생은 34개월만의 사랑밖에 받지 못한거다. 동생은 남자임에도 네가 입던 옷, 네가 신던 신발, 네가 갖고 놀던 소꿉놀이, 블럭, 책등을 그대로 쓰고 있다. 너는 지금도 모든걸 새것으로만 쓰고 있지. 앞으로도 몇년동안은 동생은 늘 이렇게 지내야 할 거다 등등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해주었다. 

자신만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조금 더 넓은 마음을 갖어주었으면 하는것 또한 부모로서의 욕심이겠지만 한번쯤은 동생의 입장도 헤아려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에 꼭 함께 보고 싶었다. 어느정도 이해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동생한번 생각해보는것만으로 고마운 일이겠지. 뒷표지에 크고 작은 두개의 흔들의자가 같은 곳을 향해 나란히 놓인 모습이 참 인상깊다. 나란히 함께 간다는것,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쉽지 많은 않은 일이기에 가만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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