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천항로 1
이학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조조, 유비, 손권. 삼국지를 이끌어 나가는 이 인물 중에 군주로서의 능력이 가장 뛰어난 자는 조조임에 틀림없다.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당시로서 파격적인 능력 위주 인물 등용.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방면에서 보여주는 그의 다재다능함. 칼같은 결단력과 용의주도함 등...난세의 간웅이라는 악평을 받지만서도 난세에는 간웅이 필요한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

창천항로는 이러한 조조를 중심으로 그가 어떻게 전란 속에서 군주의 자리를 잡으며, 촉·오를 평정하는가를 다룬 조조 위주의 역사 영웅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전체적이 발상에서부터 파격적인 접근을 가한다. 난세의 영웅으로 관우, 장비, 조운 등의 명장을 거느리며 백성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는 것으로 역사에 남은 유비를 하늘의 뜻을 담은 큰 그릇일 뿐 능력 면에서는 아주 하찮은 수준으로 다룬다. 오히려 관우나 조운 등에 의해 지탱되어지는 한심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원소나 원술, 장수들도 이와 비슷하게 하찮게 다루어지고 있다. 오히려 재물과 권력만을 탐하고 삼국지의 철저한 악의 표상으로 그려지는 동탁을 조조 못지 않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힘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원리라고 여기는 강력한 군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무장으로서의 역할뿐인 여포를 싸움과 승리를 추구하는 순수한, 아름답기까지한 전사로 표현한 것도 상당히 특이하다.

그리고 이 작품은 모든 역사적 사실들을 조조의 관점에서 다룬다. 장수의 형수 뻘되는 추씨와 즐기다가 전위를 죽음에 몰아간 행위조차도 하늘이 내려준 아름다운 여인과 관계를 맺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으로 표현해 조조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어찌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 같지만 실제의 역사가 어떻게 된 것인지 누가 알 것인가. 사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와 진수의 삼국지는 상당히 차이가 있지 않던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의 한실부흥 관점 차원에서 한실을 등에 업고 있는 유비를 주요 인물로 설정했듯이 이 창천항로도 현 시대의 능력이 위주됨을 중심으로 하여 조조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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