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별곡 1
김은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9월
평점 :
품절


오래 전에 홍콩 영화중에서 '금지옥엽'이라고 있었다. 남장 여자와 남자 사이의 이상야릇한 사랑이야기 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 주인공은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동성애적인 감정에 크게 당혹스러워 한다. 결국 상대가 여자라는게 밝혀지고 사랑은 이루어지지만, 이 작품 '소년별곡'도 소재가 그와 비슷하다.

우영이라는 고등학생 소녀가 한달 간 남자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으로 생활하면서 겪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남자/여자라는 구분은 이를테면 그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라는 금기와도 비슷한 것인데(그래서 동성애는 항상 도덕적으로 타락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금기라는 건 항상 경계의 대상인 동시에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했었던 것 같다. 이 만화에서 느껴지는 신선함 그런 금기의 이중성에서 나오지 않나 싶다.

만화에서 지후(주인공 남학생)는 자신이 같은 남자인 우영(실은 여자인 주인공)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망설이면서 갈등이 생긴다. 이런 갈등들이 참 재미있는 법인데 신선한 소재에 비해서 우영이 여자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지우와 만난다는 결말은 진부하게 느껴진다. 결정적으로 우영이의 캐릭터가 너무 약하다. 남학생과 같이 농구도 하고 하던 우영이만의 독특한 중성적이고 남자다운 개성은 후반부로 가면 싸그리 사라져버리고 결말에 가면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 되어버린다.

지후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려면 우영이의 튀는 개성을 죽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영이의 개성은 지후의 매력을 위해 희생된 것처럼 지후가 남성이었으므로 우영이는 여성이 되어야 했다.

우영은 그 신선한 출발에도 불구하고 순정만화의 전형적인 여성상을 깨지 못했다. 여성은 여전히 남성에 대해 낭만적인 환상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순정만화는 그러한 믿음을 언제까지나 유지시켜 주어야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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