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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테리 트루먼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안락사와 극한 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쉽게 접할 내용은 아니지만 한번쯤은 고민해 봤을 만한 주제이다. 그리고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법원에서는 존엄사를 허용하는 판결문이 나와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사람의 생명보다 그 사람을 존중하여 편안한 죽음을 허용해 주는 것이다. 사람은 생명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자신이 그 생명을 함부로 소멸할 수 없는 존재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조물주가 아닌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모든 소유에 있어서 함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 자신은 물론이고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 책은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함으로써 뭔가 해결점을 찾아 보려고 노력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그 해결점은 결국 본인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것임을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인 내용에 있어서 재미있다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싶은 부분은 없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심리적인 묘사에 있어서는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나 흔하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을 필자는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 표현의 근거는 바로 자신의 체험이다. 저자는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녀를 키우고 있고, 자녀와 본인의 이야기를 픽션으로 구성한 것이기에 적절한 묘사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묘사들을 통해서 장애를 가진 아이의 가정이 얼마나 힘든지 조금이나 알 수 있다.
한국 사회에 있어서 장애인들은 살아가기 많이 힘들다. 선진국의 대열을 향해 열심히 달려 가고 있고, 경제력에 있어서 세계 13위라는 타이틀을 획득했지만 복지 수준에 있어서는 그리 높지 않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한 이유는 장애라는 것은 하나의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정서로 인한거라 생각이 든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동정의 눈길을 보내고, 터부시하는 정서가 한국사회에 가득하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할 수 있는 인간임에 불구하고 그렇게 받아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입장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입장에 맞춰서 복지시설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는 크게 다르다. 한명의 장애를 가진 장애학생을 위해서 대학교의 모든 시설을 엄청난 돈을 들여서 바꾸는 것이 바로 복지선진국의 모습이다. 하지만 한국은 좀더 쉽게 장애를 가진 대학생을 대학교에 합격시키지 않음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어떤게 쉬운지는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세살 먹은 아이도 알지 않을까 고민해 본다.
책을 읽는 가운데 죽음의 선택과 장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고, 개념을 정리해야 할 주제이지만, 나와 상관없다는 생각에 너무 쉽게 지나쳐 버렸다는 생각에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