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샨보이
아사다 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어려웠던 시절이 있다.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이 없어 굶어야 하고, 하고 싶어도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어 할 수 없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눈물을 흐리며 이를 꽉 물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나보다 약한 사람, 나보다 없는 사람에게 베풀 수 있었던 마음의 여유가 있던 시절이다.
꿈을 꾸기 원하고 꿈을 꾸웠고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 시절이었다.

그 시절 다리 밑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았다.
얼굴에 때가 꼬장꼬장한 어린 고아부터 넝마에 누워 죽을 날을 기다리는 거지 할아버지까지...
다리 위에는 없는 물건, 있는 물건 모두 갖고 나와 팔던 만물상부터 반짝반짝 구두를 닦아주는 구두를 닦는 슈산보이까지...

7편의 길지 않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렵지만 웃으려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사람을 보았다.

나를 낳아주었지만 20여년을 나와 다른 곳에서 산 어머니에게 안녕이라는 말 보다 묵묵히 기다려주는 아들의 모습...
20여년을 따로 떨어져 살았지만 아들내외가 어떤 술을 마시는지 거짓말 같이 맞춰 와인을 선물하는 어머니
그런게 운명이겠지.
그리고 그런게 행복이겠지.
그런 생각을 한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다리 위에서 구두를 닦는 상이용사 슈산보이 아저씨, 아버지와 같이 학교를 보내주고 먹여주었던 아저씨, 전후라 자신의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 시절이었지만 서로를 의지하면서 하나하나 꿈을 이루었다.
'의지할 데라고는 너밖에 없다.'라는 아저씨의 말에 힘들어도 인내했던 사장.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바라 보라는 말에 비싼 고층빌딩 로얄층에 집을 마련했던 사장.
마지막 유언에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는 아저씨..
더 이상 도망가지 말라는 사장의 말에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주인공.

사람이 무엇을 바라고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꿈을 이루게 하는가?
슈산보이는 나보다는 상대방을 통한 인내를 보여주었다.
꿈꾸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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